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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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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기업 발목 잡는 규제들 철폐해야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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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공정위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주요 내용을 근거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공정위는 시장개혁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실질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정위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권한의 유지 및 확대를 담은 내용이다. 출자규제 유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재도입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한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시장기능을 위축시키고, 시장의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금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들은 소비자 보호 및 시장의 경쟁과정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위의 본연의 역할에 크게 벗어나 공정위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시장경쟁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본연의 기능에 일탈하여 단지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붕어빵식 획일적 규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올무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기업은 내부자금은 있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기피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이 크게 흔들리면서 기업은 유동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의 정책일관성을 뒤흔든 대표적인 기업규제가 바로 출자규제이다. 출자한도의 변경, 폐지, 재도입 등 시류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며 진화되어 왔다. 과거 출자규제의 목적은 기업의 과도한 사업다각화 및 경제력집중 억제였지만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변질되었다. 동일한 법내용을 가지고 시대에 따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법해석을 달리하며 규제의 목적을 왜곡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지면 출자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이는 공정위의 규제권한 유지를 위한 궁색한 변명이다.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따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제도가 상법, 증권거래법, 회계 관련법 등 범회사법체계와 금융감독 관련법 등에 다양하게 도입된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기업에만 역차별적 규제를 존치할 경우 기업의 보수경영 심화, 투자위축 등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의 부작용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출자총액규제로 국내 우량기업들이 생산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보수경영에 안주하게 될 경우, 향후 10년 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경제를 떠받칠 거대우량기업의 출현이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도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산업-금융간 융합추세 등 탈규제화되어가는 금융현상에 맞추어 산업자본의 금융업 소유관련 규제를 오히려 완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GE, GM, SONY, TOYOTA 등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금융업 영위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금융회사로 하여금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게 함으로써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적어도 적대적 M&A에 대한 공격 및 방어수단은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이 향유하고 있는 정도로 우리에게 허용되어야 한다. 공정위는 고객자금을 가지고 대주주가 지배 목적에 활용한다고 주장하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추측만을 하고 있다. 자기자본의 일정범위 내에서만 계열사 투자가 가능(보험사의 경우 계열사 출자는 자기자본의 60%, 대출은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므로 고객자금의 사적활용은 그 한계가 있다.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도 무원칙적인 규제는 시정되어야 한다. 계열화를 통해 거래를 내부화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보다 거래를 효율화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다. 내부거래를 획일적으로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효율성제고 효과와 경쟁제한 효과를 비교형량하여, 사례별로 합리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내부거래에 수반되는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 탈세 및 불법증여,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등은 관할 개별법(상법, 증권거래법, 세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와 이로 인한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는 대규모내부거래공시, 소액주주권의 강화,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 등으로 인해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행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 이미 계좌추적권을 갖고 있는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다른 정부기관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충분히 부당지원행위 조사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부당지원행위로 경쟁이 제한되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경쟁이 제한된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내부거래 문제는 선진국과 같이 기업지배구조 측면과과세로 해결되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시장에 강력한 시장친화적인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 확실한 신호란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고 국내기업에 역차별적인 로컬 스탠더드를 즉각 폐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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