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성매매 단속이 성시장 키운다
08. 4. 30.
6
이주선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것은 섹스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장의 존재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존재할 때 거래되는 상품(goods)이나 서비스가 경쟁을 통해 가격은 싸지고 공급량은 늘어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게 경제학의 요지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시장경쟁 촉진을 위해 경쟁당국을 두고 경쟁의 룰을 제정하고 집행한다.
성매매에 대한 사회의 통념적 인식은 이것이 마약ㆍ도박ㆍ폭력 등과 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나쁜 것(bads)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에 대한 토론이나 글들은 종종 ‘척결’ ‘근절’ 등 극한적인 용어들을 사용해 가며 이에 대한 시장거래를 완전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매매 시장이 존재한다면 시장에는 당연히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다. 나쁜 것의 소비를 축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경제학적 대안은 시장을 독점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급이나 수요를 위한 유통경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높여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점하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가장 높고, 그 거래량은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지역을 특정지역으로 한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시장 독점이면 소비 축소
사실 집창촌은 이러한 지역제한을 통해 거래를 제약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집창촌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다양한 양태의 신업태를 강력히 제재하는 대신 특정지역에 존재하는 집창촌을 묵인, 또는 방조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유효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정부당국이 집창촌을 먼저 단속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
집창촌 단속은 수요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한 이를 우회하는 다양한 변종 성매매를 부추킬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업태는 주택가와 상가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 산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수요자들은 과거보다 더 쉽게 섹스를 구입할 수 있게 되고 공급자들은 더 음성화된 형태로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2004년 9월에 발효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 방지에 관한 법률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재를 강화해 성매매를 대폭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의 법들과 이 법이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서비스 수요자에 대한 동시처벌과 공급의 중개 기능을 맡은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강력한 제재다.
이 두 조항이 성매매 축소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는 제재가 갖는 경제학적 의미로 볼 때 그럴 듯 하다. 왜냐하면 수요자를 동시처벌하고 그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결국 수요자의 위험 회피 인센티브와 결합해 사전예방적 효과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 중개 기능을 맡은 포주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섹스 서비스 공급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성매매 업태가 집창촌 등 공개적이고 가시적인 경우에 고정돼 있을 경우에만 타당하다.
단속, 성매매 늘릴 수도
성매매의 수요 자체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경우 이러한 제재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매매춘의 업태를 출현시킬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나 특정 지역을 벗어난 출장 섹스 서비스 등을 통해 성매매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처벌될 가능성 때문에 수요자가 성매매 시장 참여를 꺼리는 것은 근원적인 수요의 축소가 아니다. 만일 이런 위험이 제거된다면 언제든 현실적으로 이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업태는 이같은 처벌 위험을 감소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므로 오히려 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전국의 모든 지역을 정부당국이 항상 감시하며 이 법의 집행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그 비용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라면 성매매는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거래 비용이 지극히 낮은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나 다양한 출장 섹스 서비스 제공 등의 업태가 성행하게 되면 수요자는 과거보다 쉽게, 또 익명으로 섹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업태는 공급자의 익명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나 결국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성매매는 오히려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가격 하락은 지금보다 더 낮은 구매력을 가졌지만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음란물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층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 성매매의 대폭적인 확대로 연결될 수도 있다.
만일 이를 막기 위해 중개업자를 없앤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경우 일단은 기존 성매매 경로의 폐쇄에 따른 거래 비용의 증가로 공급이 축소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공급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들이 만일 새로운 유통경로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 재진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개업자 처벌로 공급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은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중개기능이 제거되거나 그 단계가 축소될 경우 공급 경로상의 거래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어 가격이 낮아진다면 결국 공급 가격이 더 낮아질 테고 이는 결국 성매매의 증가로 귀결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분석대로라면 매매춘의 수요자와 중개조직에 대한 제재와 처벌의 강화가 원래 목적처럼 성매매를 축소하는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소비자의 섹스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변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이 같은 처벌 강화는 성매매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