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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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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왜 내년 5%성장이 충분치 않은가?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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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I. 문제제기

그 동안 본원을 포함하여 대부분 전망기관들의 내년도 경제성장 예상치가 4.5%~5%대 초반에 분포되어 있다. 성장률로 보면 내년이 7% 성장을 기록한 2002년 이후 제일 양호할 전망이다. 2002년의 경우 신용카드 버블로 억지로 연출된 소비 급등에 의한 성장이었던 점을 비추어보면 내년 기대되는 5%에 가까운 성장은 특별히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런 의미보다 그 동안의 경제 정체에 의해 누적되는 일자리 부족과 같은 문제를 덜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아쉬움이 더 크다. 그 내용을 좀 더 소상히 살피고자 한다.


II. 동향과 전망


2003년과 2004년 우리 경제는 수출호황도 불구하고 극심한 내수부진을 겪었다. 수출(통관기준)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20.9% 30.6%의 높은 증가세를 시현한 반면 민간소비는 2003년 1.2% 감소에 이어 2004년에도 0.5% 감소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또한 부진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년 연속 잠재성장률(약 5%로 추정)을 하회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5년에는 내수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2.1%에서 3/4분기에는 4.0%상승하였으며 설비투자 증가율도 같은 기간 중 3.0%에서 4.2%로 높아졌다.


이러한 내수의 회복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진정국면에 있는 가계부채의 조정, 취업상황의 점진개선 등에 힘입어 약 5%대의 회복세를 보이고 설비투자의 경우도 6%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종합대책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위축으로 1~2% 정도의 저조한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세계경기의 꾸준한 회복세에 힘입어 약 10%의 비교적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내수회복과 수출호조로 성장률은 2005년보다 높은 약 5%가 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흑자규모가 70억달러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의 안정세를 지속할 전망이며 시장금리(3년 만기 회사채수익률 기준)는 콜금리인상과 경기회복세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약 6%로 상승하고 원화환율은 연평균 1,010원의 완만한 절상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II. 평가


이처럼 내년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회복세에 힘입어 약 5%정도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잠재성장률의 관점에서 보면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장세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많이 미흡한 성장세라고 평가된다.


첫째,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한다고 해도 그동안 누적된 산출량 갭은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잠재산출량’은 한 경제에 주어진 인적·물적 자본을 평균수준으로 이용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산출량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잠재성장률’은 잠재산출량의 증가율이다. 이것과 실제산출량과의 차이가 산출량 갭(Output gap) 혹은 생산량 갭(GDP gap)이다. 지난 3년 동안(2003~2005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실제산출량이 잠재산출량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면서 산출량 갭이 누적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이 산출량 갭을 해소하려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상이어야 한다. 낮은 수준에 있는 실제산출량이 5% 증가한다 해도 높은 수준에 있는 잠재산출량도 5%만큼 증가하면 산출량 갭은 거의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뿐 아니라 2007년에도 성장률이 약 6.8%정도 되면 산출량 갭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우리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양극화의 원인은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개별 경제주체의 적응능력 격차 등과 같은 구조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부진에 있다고 봐야한다. 실제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은 고용악화와 관련이 있으며 고용악화는 또 성장부진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83년부터 2004년까지의 지니계수와 고용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보면 약 -0.6이 나온다. 지니계수는 클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큰 것이기 때문에 고용과 지니계수의 관계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는 것은 고용이 낮을수록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해 성장의 고용효과가 낮아진 상황에서 5%의 성장은 고용을 크게 증대시키지 못할 것이며 소득분배의 개선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제조업-서비스업 업황 차이 등과 같은 경기양극화도 결국 성장이 충분하면 해결될 것이다.

<그림> 고용과 소득분배의 관계(1983~2004년)

내년 7%성장 필요성은 단순한 다다익선(多多益善) 발상의 욕심이 아니다. 우리의 살림살이가 가시적으로 개선되려면 회복의 불씨를 잘 살려 5%대 이상의 성장세가 지속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가 조금 좋아지면 금방 경기과열론으로 찬물을 끼얹는 우를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먹고 사는 문제’를 경시한 채, ‘배앓이’ 구제에 전념할 만큼 우리의 사정이 넉넉지 않음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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