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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재정의 일본화’


최근 재정건전성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이에 약간의 설전이 있었다. 김 대표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우려를 표한 반면, 최 부총리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한국이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각종 경기부양책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201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일본 219.1%, 한국 34.8%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양호하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2월에 펴낸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니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과연 그럴까? 버블 붕괴 시점인 1991년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4.1%로 당시 OECD평균인 59.4%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오히려 미국이 67.7%로 일본보다 높았다. 그러던 것이 2012년 219.1%로 OECD평균인 108.8%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당장의 수치가 아니라 변화의 추이인 것이다.


한국을 보자. 1997년 11.9%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0년에 33.4%로 급증하였다. 공식적인 국가채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의 국가채무라 할 수 있는 공기업 등 공공부문 채무까지 고려할 때 한국의 채무 증가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기획재정부는 균형재정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공언하여왔다. 균형재정은 수입과 지출이 일치해 흑자도 적자도 없는 재정 상태를 뜻한다. 지금까지 나라 살림은 관리 대상 수지(통합 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 재정) 기준으로 2004년 이후 10년 간 2007년에 6조8천억 원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게 되면, 그 차액은 국채발행을 통해 메우게 된다. 2013년 말 현재 국채발행으로 인한 적자성 채무는 246.2조 원에 이른다. 2013년 국가채무 480.5조 원의 51.2%에 달하는 수준으로,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적자성 채무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등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대응 자산이 없어 향후 조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세대가 갚지 못하면 미래 세대가 해결해야 할 악성 채무인 셈이다. 적자성 국가채무는 이명박 정부(2008~2012년) 5년간 127.4조 원에서 220조원으로 92.6조 원 늘어났다. 특히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36.1조 원, 2010년에 24.6조 원이 각각 늘었다. 이는 세입이 세출에 미치지 못해 발생하는 일반회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적자성 채무는 박근혜 정부 기간인 2013~2017년에도 108.6조 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속도와 더불어 일본 재정의 특징을 이루는 것이 GDP는 늘어나는데 세수는 줄어드는 현상이다. 일본 정부의 세수(일반회계)는 1990년 60.1조 엔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 37.4조 엔까지 쪼그라들었다. 잃어버린 20년(1992∼2011년) 동안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76%였고, GDP는 3조8530억 달러에서 5조8670억 달러로 1.5배 늘어났다. 엔화 기준으로 따져도 442조9550억 엔에서 517조8260억 엔으로 1.17배 늘어났다. 그런데 세수는 무려 38%나 줄어든 것이다.

플러스 성장과 마이너스 세수라는 기현상은 2013년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GDP는 2.8% 성장했는데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1조1천억 원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국세수입 규모는 1990년 26조8천억 원에서 2012년 203조 원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전년 대비 실적이 줄어든 해가 딱 두 번 있었다. 외환위기로 1998년 -5.7% 성장을 한 여파로 1997년 69조9천억 원이었던 국세수입이 1998년 67조8천억 원으로 2조1천억 원 줄었고, 세계 금융위기로 2009년 0.3% 성장을 하여 2008년 167조3천억 원이었던 국세수입이 2009년 164조5천억 원으로 2조8천억 원 줄어들었다. 그런 점에서 2013년은 세 번째로 전년 대비 국세수입이 줄어든 해였다.


그런데 앞의 두 사례와 확연히 구분되는 2013년만의 특징이 있다. IMF환란과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충격도 없었고 국세수입의 3대 기둥인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그리고 소득세의 세율이 인하되지도 않았다. 마이너스 성장과 제로 성장을 한 앞의 두 사례와 달리 플러스 성장을 했는데 세수가 줄어드는 한국경제 역사상 초유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2년 GDP는 1,272조4600억 원으로 2.8% 성장은 GDP가 35조6289억 원 증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한국의 조세부담률(GDP 대비 조세총액의 비율)은 약 20%이므로 약 7조 원의 조세수입이 늘었어야 했고, 국세 대 지방세의 비중이 약 4대1이므로 2013년 국세수입은 5조5천억 원 가량 늘었어야 했다. 그런데 1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으나, 플러스 성장과 마이너스 세수라는 2013년 현상은 재정에 있어서도 일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정부는 2014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면서 국세수입을 216조5천억 원으로 추산하였다. 그러나 7월 현재까지의 실적으로 볼 때 전망치에 못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의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통한 재정건전성 개선이라는 공허한 목표를 내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악화의 속도를 줄일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감속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신지호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ji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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