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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쟁과 균형감각


지난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로 표현되는 일련의 입법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이미 하도급 관련 법제는 국회를 통과하였고,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부당내부거래, 순환출자, 금산분리,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등 기업집단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주제들이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순환출자나 금산분리와 같이 일부 기업집단만 이해관계가 있는 쟁점도 있지만 그 그룹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당내부거래와 같이 심지어 총수 없는 기업집단도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IMF 금융위기 이후에도 기업집단에 대한 개혁 논의가 이루어졌었다. 당시에는 절반 가까운 그룹이 도산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질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반론이 있기 어려웠다. 그에 비해서 지금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오히려 반대로 우리나라 기업집단이 너무 잘 나가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경제주체는 힘들어 하는데 혼자서만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국민적 정서상 경제민주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기업집단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기업집단의 성과가 부당하게 또는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하는 것인데, 부당성 또는 불공정성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 기업집단이 이를 “재벌 때리기”로 이해하는 것도 수긍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보면 6월 임시국회도 논리대결 대신 지루한 힘겨루기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단순히 국민정서나 힘겨루기에 맡길 수 없다. 언론보도나 국회에서의 논의가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갖춘 분석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라는 정체 모를 구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쟁점별로 미시적인 접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염두에 둘 사항을 생각해 본다.


먼저 총수의 문제와 기업집단의 문제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형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그러하다. 문제는 기업집단에 계열사의 물류나 광고를 담당하는 회사를 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총수 일가의 소유라는 점에 있다.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목적이 아닌 내부거래는 대부분 기업집단의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원칙적으로 통상의 회사법적 규율에 맡기면 될 일이다.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경제적?정책적 논증에 따라 해결할 것이지, 총수의 사익추구 억지나 경제민주화라는 구호에 의존하여 반사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분명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당성 또는 불공정성과 같은 불확정 개념으로 결론이 좌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법 등 관련법제가 소액주주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기업집단의 소유구조가 모두 100%로 되어 있다면 현재의 기업집단의 문제는 없는 것인가? 아마도 그러한 문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을 것이다. 부당내부거래 같은 문제는 계열사에 소액주주가 없다면 사실 문제가 되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반면 금산분리나 대주주 적격성의 문제는 시스템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논의가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규제비용이다. 예를 들어, 일감몰아주기 같은 총수의 사익추구 행위는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이다. 따라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시장질서로의 복원을 위한 것이다. 문제는 그 복원을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시장의 실패와 함께 정부의 실패도 경고하고 있다. 독점규제법은 전형적으로 과소규제보다 과다규제를 선택하고 있지만, 기업집단의 규제에 있어서도 이러한 입장이 타당한지는 생각할 볼 문제이다. 규제비용을 감안한다면 법안을 최대한 구체화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제 문제나 사회 문제가 그렇지만 어느 극단적인 결론이 해답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떤 현상이건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6월 국회에서 환부만 도려내는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s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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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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