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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지지를 받는 FTA가 되려면


천불 소득! 백억 달러 수출! 이는 필자가 초등학교(당시로서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인 1970년대 내내 들었던 구호이다. 매일 아침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던 가운데 등교했던 필자는 그렇게만 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나이어린 학생의 마음에서 뿐만 아니라 아마도 그 시절 온 국민의 하나같은 염원이었을 것이다.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단 정부인사와 기업가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이었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각자의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했으며 결국 우리는 함께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땀과 피가 밑거름이 되었기에 이제 우리는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무역액 1조 달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남의 한 도로를 무역대로로 명명하는 행사가 열리고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국민들의 마음이 과연 1970년대와 같은 한마음이었을지 궁금하다. 물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이룩한 자랑스러운 성과임에는 분명하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일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2년의 국민들에게는 해외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수주에 성공하였고 우리기업이 해외유전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뉴스 앵커의 밝은 목소리가 그리 마음에 와 닿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지 원자력발전이나 유전개발과 관련된 기업이나 그 관계자들에게 반가운 일일뿐 과연 나와 내 가계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3월 15일이면 드디어 한·미 FTA가 정식으로 발효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이 증가하고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 정부에서는 설명하지만 국민들은 아직 걱정이 많다. 물론 수출하는 기업에게는 분명 좋은 일일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은 병든 쇠고기를 먹어야 하고 외국기업의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는 소문이 사실은 아닐지 불안하다. 칠레와의 FTA를 체결하면 저렴한 와인을 즐기리라 생각했는데 와인 값은 오히려 더 올랐고 EU와의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화장품과 명품가방의 국내가격은 여전히 세계에서 최고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반신반의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한 계산에 분주하다.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찬성했었지만 이제 보니 그릇된 판단이었고 특히 추가협상을 통해 일부 내용이 바뀌었으니 그것은 굴욕외교이고 따라서 선거에 승리하면 반드시 협정을 파기하겠단다. 국제관례가 어떠하든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떨지는 당장 따져볼 필요가 없으며 우선은 유권자인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대학에서 국제통상을 강의하는 필자는 학생들에게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후생수준 향상에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통상정책도 경제정책의 하나이며 따라서 FTA 정책도 결국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일부 학생들에게 조차 그와 같은 설명이 의문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들고 있다. 하물며 국제통상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그럴 정도이니 포털사이트 팝업창에 “FTA로 우리가족의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 뜨는 광고 문구가 일반대중들의 공감을 사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비록 인터넷이라는 첨단수단을 동원했다지만 그러한 문구들은 아직도 1970년대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방식으로는 2010년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며 따라서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방의 혜택이 보다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경쟁촉진정책도 함께 추진되야


국민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이다.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는 FTA는 생산자를 돕기도 해야 하지만 소비자를 이롭게도 해야 한다. FTA는 상대국이 있는 대외정책이지만 국내집단의 이해관계를 변화시키는 대내정책이기도 하다. 흔히 한·미 FTA는 제조업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되겠지만 농업에는 시련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 그러나 제조업이든 농업이든 이들은 모두 생산자 집단이며 소비자 집단은 그 동안 주요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생산이 중요했고 수출만이 먹고 살 길이라 생각했던 시절 내핍은 미덕이었으며 모두 잘 살게 될 때까지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의 눈에 실제로 보이는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어야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에 따라 희소한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게 함으로써 생산을 극대화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FTA는 대외적인 무역장벽을 직접 낮추지만 대내적으로 남아있는 진입장벽을 없애는 효과는 간접적이다. 따라서 FTA 자체만으로는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FTA의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아가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 동안은 FTA와 같은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막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즉, 경제성장이 촉진되면 그만큼 일자리도 늘고 소득수준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효과일 뿐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와인 값이 오르고 명품 값이 요지부동인 이유는 대외장벽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독점적 유통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외개방의 효과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즉,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독과점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개방의 혜택이 보다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그러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 FTA는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한·미 FTA의 발효는 결코 과정의 끝이 아니며 새로운 환경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더 행복하게 될 지는 이제부터 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권영민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y_kwo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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