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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의 정치경제학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사건은 우리 정치의 우매한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간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했다. 사업타당성이나 경제성은 대부분 뒷전이었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국제공항 외에 14개 지방공항이 있다. 그 중 손실을 보지 않는 지방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국제공항에 불과하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지방공항을 건설한다는 공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의 사례뿐만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제공항을 공약했고, 김제공항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초기 사업비 480억 원이 날아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 행정도시 이전(세종시 건설) 공약을 내세웠다. 세종시 공약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 그러나 세종시 건설은 엄청난 찬반 논란과 지역 간 갈등을 일으켰으며 타당성과 경제성 문제를 드러냈다. 총사업비로 22조5천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상당 지역이 미분양 상태이고, 기업 등 민간부문 참여가 부진하여 새로운 행정도시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 외 새만금개발사업, 기업도시, 혁신도시, 뉴타운 등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었지만 사실상 개발이 중단되거나 어려워진 상태이며, 용도가 변경되어야 했다.


정치적 목적에 따른 국책사업은 애물단지 우려


정부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책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든지 국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써버리는 낭비일 뿐이다. 건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차치하고 계속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돈을 쏟아붓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정부지출이 늘어나고 재정이 악화되며, 국민의 조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경제가 파탄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을 보면 분명해진다. 그들 국가에서는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복지공약을 남발했다. 결국 재정악화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정부의 국책사업이 경제성 분석 없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이뤄지는 이유는 구조상의 문제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민감하다. 자신의 비용이 아닌 다른 사람의 비용으로 자신의 이익이 늘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취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지방공항과 같은 지역개발이 정치권에서 남발되는 것도 이와 같은 구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당선되면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 즉 세금을 쓸 수 있다. 지방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도 자신의 지역개발이 되면 자신들에게 꼭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정치인들이 내놓는 지역사업에 표를 찍어 줄 인센티브를 갖는다. 이것을 아는 정치인들은 당선이 목표이기 때문에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을 고민하지 않고 지역개발사업을 경쟁적으로 공약한다.


지역개발사업에 ‘수익자 부담 원칙’ 적용을


이러한 폐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역개발사업은 그 사업의 수혜자가 될 지역주민이 직접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중앙정부가 사업비용의 일부만 대고 나머지는 지역주민들이 부담하게 한다면 지역사업을 무조건적으로 찬성하지 않고 꼼꼼히 사업타당성과 경제성을 따져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요하지도 않은 지역사업을 공약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며, 정치인들도 경제성이나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개발사업을 공약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따져보지 않고 수행하는 국책사업은 국민들 간에 갈등을 초래하고 국가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 대형 국책사업이 국익과 국가의 장래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적 구조를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타파해야 한다.


이번이 좋은 기회다.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는 용기 있는 처사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민망하다.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대학원장/경제학,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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