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의 발휘와 계열사 간 거래의 규제

창조경제가 강조되면서 창조경제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할 기업가정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보통 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기회의 발견과 실행과 관련지어 정의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좁은 의미의 사업기회의 발견에 한정되지 않는다. 흔히 창업을 대표적인 기업가정신의 발로로 보고 이를 위한 생태계 마련을 창조경제를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제시하지만, 사실 기존 기업가들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그 중 일부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들도 기업가정신을 항상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시장경제에서 강조되는 까닭을 감안해 보더라도 기업가정신을 창업에만 한정시킬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시장경제 하의 기업에서는 기업가정신의 발휘를 통해 자원을 더 절약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여러 방법들이 탐색되고 시도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1원1표를 던짐으로써 여러 시도들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들이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시장에서 사라져간다. 하이에크는 이런 시장에서의 경쟁과정을 발견과정이라고 불렀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법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인지, 그것들이 또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정부 관료를 포함해)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시장의 경쟁과정은 이런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준다. 소비자들의 선호와 그 변화에 대한 기업가적 가설이 경쟁적으로 지속적으로 실험되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이 계속 선별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때는 성공하고 어떤 때는 실패하기도 하며 어떤 기업가는 성공하고 또 다른 기업가는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더 저렴하게 더 좋은 것들을 제공받는다.

효율적인 기업구조와 기업간 관계의 규정은 기업가정신 발휘의 대상, ‘치명적 오만’으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야

기업가정신의 범주를 조금 더 넓혀보면, 좁은 의미의 사업기회의 발견 이외에도 기존의 생산방법을 혁신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 뿐 아니다. 기업의 경계를 어떻게 하고 기업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업 간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더 효과적인 기업의 조직화를 발견해 내기 위해 어느 분야에 못지않게 기업가정신의 발휘가 필요한 분야이다. 우선 기업구조와 관련해서 프레데릭 소테(F. Saute)는 단순기업을 넘어서서 복잡한 거대기업이 되면 기업내부에서도 각 구성원들의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발생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규칙들이 발견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1) 구성원들의 기여를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기업간 관계와 관련해서 어떤 것은 기업내부에서 생산하고 다른 것은 외부에서 구매해 올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기업가정신 발휘의 대상이다.2) 기업들은 경쟁하기도 하지만 협력관계를 맺기도 하고, 일정 부분에서는 경쟁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협력하기도 한다. 기업역사가 챈들러(Chandler Jr.)는 전략이 기업구조를 만들어낸다(Strategy Shapes Structure)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3) 기업의 구조와 기업간 관계의 형성과 유지 그리고 변화가 기업가들이 깊은 관심을 쏟아야 할, 기업의 존망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자유주의의 지혜 가운데 하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자유로운 시도를 할 영역이 제한되지 않을 때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도모되고 실제로 진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4) 소비자들의 필요에 대한 ‘진실’을 찾는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여러 사실들이 발견되어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 가설의 실험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둘 기회가 열려있어야 하고, 또 그런 사업가설을 적용할 영역이 제한되어 있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우리의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기업구조에 대한 규제 정책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동일한 기업집단 사이의 내부거래를 ‘일감몰아주기’라며 규제한다면, 이를 입법하는 사람은 기업가정신의 발휘를 통해 계속 발견되어 가야할 “가장 적합한 기업구조와 기업간 관계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사업가설의 적용 대상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셈이다. 하이에크는 이런 태도를 ‘치명적 오만’(fatal conceit)라고 불렀다. 경영권을 가진 사람이 내부거래를 통해 다수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방편으로 악용한다면 응당 주식회사 제도의 허점을 다루는 법률들을 적용하면 그만이다. ‘일감몰아주기’라며 내부거래 자체를 막겠다는 발상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게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kimyis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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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rederic Saute (2006), An Entrepreneurial Theory of the Firm, Routeldge.

2) 브라이언 로스비(Brian Loasby)에 따르면 이런 기업간 관계의 형성과 유지가 기업의 생존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한 대표적인

경제학자가 알프레드 마셜이라고 한다.

3) Chandler, A. D. Jr. (1962). Strategy and Structure: Chapters in the History of the American Industrial Enterprise.

Cambridge, MA: MIT Press.

4) 민경국 (2007), 『자유주의의 지혜』, 아카넷.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KERI 칼럼_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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