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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하려면


지난 9월 29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앞으로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 중소기업 사업영역의 보호 및 동반성장 전략의 확산, 중소기업 자생력의 강화 지원, 지속적인 추진ㆍ점검 체계의 구축 등의 4대 전략 기조 하에 15개의 정책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어느 정부에서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였으나 이번 정부 대책에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반가운 여러 대안이 포함되어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을 대신하여 대기업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데다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도입하여 납품단가 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하도급법이 2차 이하 협력업체까지 확대되어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된다. 대규모 유통회사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대규모 소매업 거래공정화법’이 제정되어 1만여 납품업체들에 대한 50여 개 대형 유통회사들의 부당 반품, 판매 수수료 부당 인상 등의 불공정행위가 규제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에 과도하게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도 지정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족되어 동반성장 추진계획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기업에게는 인센티브, 부진기업에게는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또한 청와대 경제수석을 반장으로 하는 동반성장 추진점검반이 매달 정부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당초 약속한 납품대금을 감액하려고 하면 원사업자(대기업)가 감액사유를 반드시 입증해야 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ㆍ유용했다는 논란이 있는 경우 대기업이 자신들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주도록 한 것은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중소기업들의 상대적 지위를 어느 정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단가조정 협의를 신청만 할 뿐 직접 조정교섭에 나설 수 없도록 한 것은 현재에도 필요한 경우 협동조합이 중소기업들을 대신하여 대기업과 단가조정을 비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패스트트랙’ 또한 종전 30일에서 10일로 단축한 형식적인 조치이고 위반 시 강제조정이나 범칙금의 강화가 없으므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중소기업적합업종지정제도’이다. 2007년에 폐지된 특정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하던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가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업 이양권고 업종 582개 품목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벽을 만들어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하는 것은 경쟁논리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해당 업종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외국의 대기업과 비교해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경제단체들과 주요 대기업들의 속내는 그다지 좋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앞을 다퉈 여러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반강제적으로(?)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난 몇 십년간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어 온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2008년 말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약진하여 사상 초유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대기업 성장과 수익의 과실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 대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정부의 지원만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동반성장이 나타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테일러주의(Taylorism)를 결합시킨 대량생산방식의 도입으로 20세기 초 생산방식의 혁명을 가져왔던 자동차왕 헨리포드는 지금은 인간의 노동 소외를 가져온 장본인으로 일부 학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포드자동차회사 노동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혁신기업가이다. 1914년 1월 포드는 포드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을 시간당 2달러50센트에서 5달러로 일시에 2배 인상시켰다. 시간당 2달러50센트의 급여로도 당시 포드자동차 공장에는 일을 얻기 위한 구직자들이 줄을 섰으나 연간 370%에 이르는 이직률, 10%에 이르는 결근율에 고심하던 포드는 노동자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노동자의 대폭적인 처우 개선이 없이는 생산성 증가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2배의 임금은 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었고 장기 근속자의 가정에는 감독관을 보내 고충사항을 해결하여 주었다. 글로벌 경제시대라고 하지만 최근 발생한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이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금지시킨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의 의미는 오히려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20세기 초 헨리포드가 노동자의 임금을 2배 올리는 혁신적 조치로 자동차 왕국을 건설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듯이 우리 대기업도 정부의 강요나 유도가 아닌 자발적인 상생협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6배 이상 큰 일본의 중소기업 수는 우리보다 60%정도 밖에 많지 않고, 우리 경제 규모의 4배 이상인 독일의 중소기업 수는 우리보다 적다. 중소기업들 간의 과당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하에서 중소기업들의 고유의 특성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후쿠오카 근처의 온천휴양지인 유후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역에서부터 온천장까지 수백 개의 조그만 가게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데, 평소에 쇼핑을 극도로 싫어하는 필자도 몇 시간을 아주 재미있게 보냈다. 가게에서 파는 기념품들이 가게마다 달랐고 음식들도 음식점별로 특색이 있었다.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인 경주나 설악산을 방문하면 모든 가게에서 파는 기념품들이 똑같고, 음식점들도 호객행위를 하여 손님을 불러들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중소기업의 경쟁력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부에 기대기만 해서는 중소기업의 미래는 없다.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강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도의 자기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권유나 개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은 자기 혁신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대기업은 강한 중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십이 형성될 때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성장하고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도 제고될 수 있다.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bpark@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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