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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질과 반값 등록금


한 흑인 교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읽힌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는 현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롤란드 프라이어 2세(Roland Fryer Jr.)교수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나오고 있다. 편부 슬하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흑인 소년이었던 그는 텍사스 주립대의 알링턴 분교(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에 농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후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후 펜실베니아 주립대(Penn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다. 현재에도 그는 매우 촉망받는 학자로 엄청난 양의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괴짜경제학」에서는 이 정도까지 소개되어 있다. 이만큼만 해도 프라이어 교수의 사례는 개천에서 용나는 인간 승리의 사례로 회자될 만하지만 사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미국 대학의 특징들이 숨어있다. 이 사람을 하버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준 지도교수인 Tomas Sjostrom 교수는 스웨덴 사람으로 전 하버드 대학교수로 하버드대의 정년 심사에서 탈락하여 펜실베니아 주립대에 근무하게 된 사람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사실 속에 이러한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 상당히 빈번하게 이룰 수 있는 미국대학 시스템의 강점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양질의 교육 기회 제공, 순위는 있되 순위 간 격차는 감소, 學歷이 아닌 學力, 교수의 이동, 외국인 교수에 대한 개방 등 고등교육의 경쟁력과 관련한 몇 가지 열쇠(key-words)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 키워드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자.


부가가치의 창출과 인사 평가시스템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있던 흑인 청년은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다녔던 학교들이 그와 함께 그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지방대 분교에서부터 착실히 실력을 쌓아 세계 최고 대학의 교수로 빠른 시간에 도약할 수 있었다. 미국 고등교육이 부러운 것은 하버드 대학 같은 유명 대학들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부러운 것은 우리가 이름도 못 들어 본 구석구석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놓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그들만의 경쟁력이다. 부가가치의 상승은 학교의 순위와 관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세계 100위권 학교 몇 개”라는 식의 목표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부가가치이다.

물론 이렇게 높아진 가치를 인정해 주는 평가시스템도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이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교수임용에서 지방대 분교라는 학력만 보고는 서류 전형도 통과시키지 않을 학교도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이 학생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가? 혹시 학교 명성만으로 출신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지는 아닌가? 진지하게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쟁과 교수 시장의 유연성


다음으로 간과해선 안 될 키워드는 ‘경쟁’이다. 하버드 대학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정년보장을 따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격렬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앞서 보았듯이 프라이어 교수의 지도교수도 하버드 교수였지만 하버드의 정년보장 교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년보장 심사가 엄격하다고만 해서 국가의 고등교육 질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교수들도 훌륭한 학자들이다. 이들이 정년보장을 받지 못해 학자로서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연구와 교육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다. 엄격한 정년심사가 있고 그 심사에 탈락도 많이 하지만 탈락자가 사회에서 버려지지는 않는다. 다른 학교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수 시장이 유연한 것이다. 교수시장이 유연해 지면 순위는 있더라도 순위 간 격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교수시장도 점차 유연해져서 학교를 옮기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충분한 유연성을 갖지 못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재 우리 대학의 고용 관행은 학계에서 널리 인정을 받는 성취를 보인 교수들을 뽑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학위를 따낸 지 얼마 안 된 젊은 교수들이 대학에 고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학문분야에서 학자로서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몇 년간이기 때문이다. 그 몇 년간 대학이 아닌 공간에서 자기의 능력을 증명하는데 세월을 보내는 것은 대학으로 보아서는 손실이라 할 수 있다. 학문 발전의 최전방을 막 경험하고 나온 젊은 교수들이 늘어야 5년, 10년 된 강의안을 읽는 교수들이 줄어들 수 있으며 학생들과의 상호교류라는 면에서도 학생과 연령차가 크지 않은 젊은 교수들이 유리할 것이다.


반값 등록금 논쟁을 넘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반값 등록금 논쟁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는 대학이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게 더 높은 교육의 질을 요구하기 보다는 등록금 인하로 낮은 교육의 질과 등록금의 균형을 맞추라는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런 요구가 수요자로서 타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그러한 요구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우리는 논쟁의 수준을 등록금 그 자체에서 등록금과 교육의 질의 조화라는 문제로 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를 높은 등록금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더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것은 낮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경쟁력이 낮은 일차적인 원인은 경쟁의 부재에서부터 찾는 게 순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은 항상 오겠다는 학생으로 넘쳐 났고, 한국의 세칭 일류대학들은 세계의 다른 대학과의 경쟁은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국내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대학의 기능은 부가가치의 창출이라기보다는 학생들 가려내기(sorting)에 가까웠다.


이런 경쟁의 부재가 상당부분 교수사회의 직업윤리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단한 자기계발 없이 학생들의 기를 꺾어 놓는 형태의 교육 아닌 교육이 그 동안 너무나도 많이 이루어져 왔다. 연구에서도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연구 업적을 쌓지 않고 직장인 대학을 취미 생활과 유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재의 낮은 경쟁력은 이러한 관행이 상당 기간 쌓인 업보로 현재 대학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업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학의 변화가 대학 내부의 반성과 자체의 문제의식에 의해 견인되면서 대학의 교육과 연구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기보다는 정부나 일간지 평가 지수에 맞추는 외형 변화 혹은 성형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학이 어떠한 변화를 해나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보다 나은 연구를 위한 경쟁과 학생들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경쟁 속에서 얻어진 동료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성숙한 학문 공동체가 성립되어야만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논쟁의 수준을 등록금 그 자체에서 등록금과 교육의 질의 조화라는 문제로 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김진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ykm19@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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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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