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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금융감독원 ‘재정건전원’ 설립하자


금년 들어 한국경제에는 이슈도 많지만 단연 그 으뜸은 저축은행사태와 구미재정위기다. 연초부터 부정불법대출, 그 부정불법을 무마하기 위한 전방위 정관계 로비 등 금융부정불법의 총체적 완결판을 보여준 저축은행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한국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을 방문하여 질책을 하기도 하였지만 감독실패와 더불어 금융정책의 실패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뜬금없이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신용금고에 저축은행이란 허명을 씌운 뒤 예금자보호한도를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허용하고 소위 88클럽이라는 정책을 도입하여 우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수합병이나 검사면제 등 특혜를 주기 시작할 때부터 알아보았어야 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정치적 배경 없이 가능하였겠는가.


한국의 관치금융은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


사실 35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해 오던 한국경제가 1997년 금융위기를 당한 것도 그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관치금융이 지적되었다. 개발초기에는 제한된 자원을 주요 성장부문에 배분하려고 하다보니 관치금융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한은법도 개정하여 재무부 수중에 넣고 은행법도 개정하여 은행들도 국유화하였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그러한 초기 관치금융의 폐해가 커지면서 금융자유화가 줄기차게 주장되어 일부 추진되기도 하였으나 한번 맛들인 관치의 재미를 쉽게 놓아줄 리가 있겠는가.


급기야 관치로 배분된 금융은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된 재정경제원은 재정경제부로 격하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점을 배경으로 위기 발생 후 한국과 IMF 간에 체결된 "양해각서"에서는 한국이 '운영상 재정상의 자주성'이 확보된 '강력하고 독립된' 통합금융감독원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말하자면 관치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된 금융감독원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 탄생한 금융감독원의 모습은 달랐다. 독립성은 온데간데없고 통합에만 역점을 둔 거대 공룡감독원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특히 난데없이 금융감독원 내에 2국1실의 행정조직을 갖춘 금융감독위원회라는 어정쩡한 조직이 등장하였다. 17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100여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한 금융위기 후속조치로서는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관치금융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한국사회에서 비난과 우려가 쏟아진 것은 당연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순히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해명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상전기관 노릇을 하면서 일이 있을 때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다 드디어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독립된 금융위원회로 분리승격하면서 명실공히 금융감독원을 통할하는 행정부처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새로운 금융조치들이 나올 때는 신관치라는 수식어들이 따라다니곤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한국 금융위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서 저축은행 사태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전인 금융감독위원회나 그를 이어 받은 금융위원회의 정책들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하여 하부 기관인 감독원이 감독하고 검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저축은행사태를 계기로 감독제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였지만 속시원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말았다. 전대미문의 부정불법이 판을 친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으로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선진국다운 금융감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 방향은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분권적인 감독제도에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구미재정위기의 교훈


저축은행 사태가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해외에서 발생하여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사태가 바로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구미재정위기다. 구미재정위기의 교훈은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경제성장도 사회안정도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위기의 본질은 국가부채는 쓰는 사람과 갚는 사람이 다르고 따라서 쓰는 사람은 계속 더 쓰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단 국가부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재정지출이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도덕적해이가 뒷받침될 때는 일인일표제 선거에 토대를 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소득세의 경우 상위 20%가 세수 84%를 부담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 세금이 상위소득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대다수 국민들은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어 공공재 수요는 거의 무한정에 가깝게 되고 결국 상위소득계층 부담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되어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공유지 비극의 시사점이다. 그 결과 재정은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로 귀결된다. 국가부채가 과도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정부나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오히려 정치적인 이유로 더 많은 지출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국가부채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차와 같이 언젠가는 한계에 이르고 파국을 맞게 된다.


만약 국가부채 비율이 100%에 도달하면 이자율이 5%라고 가정할 경우 다른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어도 이자지급으로 재정수지는 마이너스 5%가 된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증가하거나 정부지출을 줄이는 길 밖에 없는데 성장을 위한 지출을 줄이면 세수감소→재정적자확대의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부득이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이게 되어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는 줄이기는커녕 우선 당장 집권을 위하여 오히려 더 늘리겠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민주주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재정지출삭감정책에 항의하는 노조시위로 불타고 있는 모습은 민주주의와 재정건전성 조화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재정건전성 면에서는 건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도 재정통계를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다시 편제할 경우에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세수는 감소하는 반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복지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더욱 이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독립적 국가재정 통제기구 설립 필요


이 문제의 해결대책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재정건전원 같은 국가재정 통제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잠재성장률과 세수전망, 국민조세부담률 전망, 성장 복지 안보 등 부문별 재정지출 전망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별 부문별로 조화를 이루면서 지속가능한 재정수지와 정부부채를 추정전망하고 그러한 분석을 토대로 중장기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기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외부변수의 변화가 없는 한 어떤 경우에도 심지어 정권이 바뀌어도 범위를 초과하는 지출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재정통제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원장은 한번 임명되면 중앙은행 총재와 같이 임기 중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임이 불가능한 독립된 기구가 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헌법기관으로 할 수도 있다. 재정건전원안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재정건전위원회를 두어 동 위원회에서 중장기 국가재정정책의 기본 틀을 결정하도록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여 보고하고 청문에 응하도록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결정된 중장기 국가재정계획 범위 내에서 재정부는 세제를 개편하고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은 다름 아닌 선진적인 제도를 구비한 국가다. 여러 가지 제도 중에서 돈과 관련된 부분은 정치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견해를 토대로 돈을 다루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의 독립성은 오래전부터 주장되어 온 바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 구미재정위기를 계기로 중장기 재정도 독립된 기구가 통할할 수 있다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포퓰리즘과 그에 편승한 정치적 도덕해이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구할 수 있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재정건전성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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