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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정은 시장경제의 수용 정도에 따라야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대가를 치르며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거래하지만, 자발적 거래에 의해서도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정부의 강제력으로 해소하길 원하며 세금을 납부한다. 시장에서는 대가를 치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필연적으로 차별한다. 반면 정부는 강제성을 동원하여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무차별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러한 무차별성 때문에 정부는 시장보다 더 공정하고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투영될 수 있다.


1940년대 많은 신생 독립국들은 정부의 이런 모습 때문에 시장보다 정부를 더 신뢰하고 존중하였다. 그러나 신생 대한민국은 정부의 무차별성 이면(裏面)에 있는 강제성을 직시하며 자율적 시장기능을 존중하는 경제체제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 우리 국민들의 집합적 선택에 우리 모두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로 정부의 의사결정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사람들은 정부에 더 많은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시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조세를 활용하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거나, 늙은 사람들을 돕고 젊은이의 재능을 장려하는 일은 더 없이 공정하고 인간적인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복지사업을 개인과 가계가 자율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강제 개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국민생활에서 조세로 해결해야 할 부분과 자발적인 대가로 해결해야 할 부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는 신생 대한민국이 환갑을 넘어 직면한 가장 어렵고도 시급한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경제학자, 특히 재정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을 바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을 제안할 수는 있다. 문제를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한 후 각 단계의 중요한 결정변수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국민경제 내에서 정부지출의 규모를 선택하는 일이고, 두 번째 단계는 선택된 지출규모 내에서 복지재정 규모를 판단하는 일이며,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결정된 복지재정 내에서 세부 사업을 설계하는 일이다. 세 번째 단계는 다양한 대안의 복지모형을 설계하여 국민적 논의와 선택에 맡기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재정학자가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첫 번째 문제에서, 우리나라가 정부지출 규모를 선택할 때 감안해야 할 변수들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우리나라가 외부적 충격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으로서 문화적 자긍심을 갖고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민경제가 안정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위협적인 요인은 거시경제의 불안정인데, 우리나라는 불가피하게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거시경제의 안정성(환율, 이자율,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을 위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에 위치하는 선진국으로서 그 지위를 확고히 하고, 기회가 왔을 때 남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소규모 개방경제로서의 처지와 장기적 국가과제들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성장을 지속하고 장래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지출 규모를 늘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부의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선택이 늘어나고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의 유인이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정부지출, 그리고 정부부채 비율을 OECD 선진국의 평균치를 일정 정도 하회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국제적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서 우리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조정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에서, 정부지출 규모 내에서 복지사업의 규모를 선택할 때 감안해야 할 변수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복지정책의 궁극적 목표를 규정하는 일과 연관된다.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하면서까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복지재정의 정책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을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소득분배 형평성을 개선하여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집합적 위험분담체제(collective mechanism for sharing risks)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자는 소득 불평등에 따른 위화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는데 반해, 후자는 빈자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재기를 위한 의욕을 고취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이들의 선택에서 가치판단의 문제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복지정책의 목표를 집합적 위험분담체제로 설정하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다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생기고, 늙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위험을 예상할 때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이러한 위험분담의 체제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합의한 내용이 될 수 있다. 사회주의적 복지국가로만 알려져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도 복지정책을 집합적 위험분담체제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유경쟁과 개방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복지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정책을 집합적 위험분담체제로 정의한다면 복지정책 이외의 경제정책에서는 시장기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공공행정, 국방, 공공질서 및 안전, 경제사업, 주택 및 지역개발, 문화 등 국가재정의 제반 영역에서 나타났던 사회복지적 정책요소를 추출하여 복지재정의 큰 틀로 대체해야 한다. 예컨대 지하철 무임승차의 암묵적 정부지원금을 노인의 보편적 복지사업으로 전환하여 시장기능과 복지재정을 모두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복지사업을 위해 추가로 세금을 조성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세금납부에는 반드시 사회적 존경심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복지재정의 규모는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dsoc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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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유럽 모형의 이와 같은 특성에 대한 설명은, Torben M. Andersen 교수 외 5인이 저술한 The Nordic

Model; Embracing globalization and sharing risks를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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