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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고 싶다”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란 두 문장이 가진 의미는 너무나도 다르다. 전자는 정규직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일하고 싶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주는 것이『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표』 질문 51번과 52번이다. 51번은 현재 일자리 형태를 선택한 것이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를 묻는 문항이고 52번은 51번과 같이 선택한 동기가 무엇인지를 묻는 문항이다.


통계청의 2011년 8월『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 부가조사』에 의하면 599만5천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 47.6%에 달하는 285만 명이 자발적 사유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 중에서 근로조건에 만족(44.4%)하거나 일자리의 안정성(23.2%)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가 3명 중 2명에 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10년 8월 조사를 예를 들면 비정규직의 한 형태인 반복갱신근로자의 경우 무려 79.5%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해서 자발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한 근로자의 비중(75.3%)보다 높다는 점이다. 절반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아직도 열악한 근로여건 속에서 일하면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일자리가 본인의 여건과 기대수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택했다는 점은 획일적 규제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자발적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 훼손은 무시되는 현실


<표 1>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2004년 70개월에서 2011년 79개월로 증가했으며, 특히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이 확대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71개월에서 79개월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속기간은 평균 24개월에서 맴돌고 있으며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정규직과 달리 26개월에서 21개월로 크게 감소했다. 비정규직보호법에서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의 영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사용기간제한이 없는 비전형 근로자나 시간제 근로자의 경우에는 2007~2009년 사이 근속기간이 일정한 반면 사용기간제한의 적용대상인 기간제 근로자의 근속기간만 29개월에서 23개월로 크게 줄어든 사실은 사용기간제한의 영향을 더욱 의심케 만든다.


<표 1> 고용형태별 평균 근속기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성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표 2>에 의하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만료 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2010년 4월 14.7%였으나 그 이후 20%대 중반을 기록하며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1년 1월에는 32.6%로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수치를 두고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해 정규직 전환율이 증가하여 비정규직보호법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계약만료 후에 ‘정규직 전환’은 아니지만 ‘계속고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근로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같은 기간 55.4%에서 19.4%로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달리 표현하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전체 계약만료 근로자 중에서 ‘정규직전환’이나 ‘계속고용’을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로자의 비중은 70.1%에서 52.0%로 크게 줄어들고, 반면 계약만료 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근로자의 비중은 23.5%에서 47.8%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비정규직보호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근로자들의 계약종료라는 ‘희생’을 통해 일부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달성한 ‘부작용 법안’일 뿐이다.


<표 2> 기간제근로자 계약만료 시 조치 현황


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요구도 반영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정규직보호법은 일부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나머지의 고용안정성을 훼손하는 피해를 수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피해를 입고 있는 근로자 중에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부작용의 근본적인 원인은 첫째,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유인은 제공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제한만 가하고 있는 것에 있으며 둘째,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통칭하여 획일적 규제를 가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에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비정규직 근로자에 걸맞는 다양한 형태의 보호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통해 인정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제한 예외 경우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박사학위 소지자, 국가기술자격 소지자, 국방부장관이 인정하는 군사적 전문적 지식ㆍ기술을 가지고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자, 그리고 겸임교원, 명예교수, 시간강사, 초빙교원 등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택배운전사, 간호사, 항공사 승무원, 운전사, 학원 강사 등의 예외집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이들의 고용안정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합의할 경우 사용기간 제한대상에서 제외시켜 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개인적 취향에 의해서, 혹은 근로여건 등에 만족하여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들까지도 사용기간 제한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훼손한다면, 이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하는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자발적 선택에 대해 획일적 규제를 적용하는 행위는 중지되어야 하며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합의할 경우 사용기간 제한을 적용하지 말고 반복적 고용계약 갱신을 보장하여 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어떠한 법도 시행 이후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면 법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비정규직보호법도 마찬가지로 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목적과 상반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면 개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비정규직보호법에서 금지되어 있는 “차별적 처우”를 임금이나 상여금과 같은 물질적 보상, 또는 유급휴가, 직업훈련 기회와 같은 근로여건에만 국한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2조에 의하면 "차별적 처우"라 함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그 밖의 근로조건’을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당연히 근로조건에 있어서의 차별이다. 즉,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은 근로자에게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도 “차별적 처우”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도 보호되어야 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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