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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뒷전인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선정제도


지난 해 설립된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발표키로 하여 나라 안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더니, 이번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선정이라는 카드를 갖고 대기업이 일부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려고 한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얘기는 이렇다.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이 확대되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선정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로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을 선정하여 대기업의 자율적인 진입자제 및 사업이양을 유도하고, 사업을 이양한 대기업에는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말이 대기업의 진입자제 및 사업이양이지, 사실상의 진입규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자율적으로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해 강제성이 없다지만 시행치 않을 땐 기업들의 팔을 비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실패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하는 것


원래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제도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1979년에 시작되어 거의 30년 동안 시행되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다수의 중소 자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사업보호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기술혁신 활동을 통한 차별화보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가격 중심의 과당경쟁을 일삼았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중소기업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데 실패한 정책으로 판단하고 폐지했던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실패한 제도를 이름만 바꿔 도입하게 된다면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선정으로 인해 퇴출되어야 할 많은 한계기업들이 회생할 것이다. 이는 결국 한계 중소기업을 살려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편익을 스스로 없애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뒷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소기업 보호로 인해 양질의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지 못한다면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셈이다. 소비자는 가격, 품질, 브랜드,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제품을 선택하는 만큼 인위적인 사업제한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업자 보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소비자후생 증대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더 나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1차적인 복지 혜택임에도 정부는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과실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책


이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나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 보호 위주의 정책으로 소비자를 정책 우선순위의 뒷전에 둘 수는 없다. 소득 증대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나 서비스가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가는데 일률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으로 선정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도외시한 정책이다. 예를 들면 두부의 경우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영세업체가 생산하는 판두부를 주로 소비하고, 품질이나 위생ㆍ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대기업의 포장두부를 선호하여 시장이 자연스럽게 양분되어 있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만일 두부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할 경우 많은 포장두부를 선호했던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을 것이다. 필자만 해도 대기업이 서로 앞다투어 공급하는 여러 종류의 연두부를 아침식사 대용으로 즐기고 있다. 영양가도 좋고 위생적이어서 더욱 즐기는 것이다.


기업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것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시장경제의 과실을 스스로 포기하는 매우 저급의 정책이다. 차제에 중소기업 보호정책의 기본목표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면 중소기업 이외의 사업자를 막을 것이 아니라 진입은 허용하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 등의 보조금 정책이 우위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순한 중소 사업자 보호라면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을 해쳐 기업 및 소비자 모두를 낙오자로 만드는 필패의 정책이 될 것이다.


기술력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글로벌 경쟁체제 하에서 수익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거듭 말하지만 시장의 심판자는 소비자라는 기본명제를 정책당국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중소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ㆍ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대기업 때문에 자사 제품의 판매가 안 된다는 생각을 갖는 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선정제도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유를 꼼꼼히 헤아려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투하는 중소기업은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한편 기업의 시장진입은 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국 (배재대학교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 jgkim@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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