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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입법 행태와 기업활동의 안정성


현 정부 경제구조 정책의 초점이 기업 프렌들리 환경 조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시장규제를 완화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음은 그간의 정부 입법 행태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MB 정부 출범 초기 3년 동안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의 수는 총 1,370건으로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3년간의 686건, 노무현 정부의 614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정권의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고, 금융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체제 정비 요구에 대응하고 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다양한 입법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입법 성과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민간부문 투자활동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던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고,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했다. 또한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하고, ‘장애인연금법’을 개정하여 중증장애인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서민과 취약계층 생활안정에도 노력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마련하여 미래의 녹색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충했으며, ‘공무원연금법’ 등 연금관련법을 개정하여 연금의 재정안정화를 도모한 점이나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위해 각종 정부위원회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170여 개의 법률을 개정한 점도 정책적 성과로 인정할 수 있다.


정부 입법의 처리율이 낮고 지연되면 심각한 문제 발생


그런데 문제는 정부 입법의 국회 처리율이 저조하다는 데 있다. 1,370건 가운데 56%만이 처리되고, 나머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의 70~80%대 처리율에 비해 대조적이다. 1년 이상 계류 중인 법안도 15% 이상이고 2년 넘게 장기 계류 중인 법안도 있다. 의원 입법의 경우 처리율이 낮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본래의 직무는 각자 자신이 대표하는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입법 제안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시책 결정의 산물인 정부 입법의 경우에는 처리율이 낮고 처리가 지연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6개월 이상 국회에 장기 계류하게 되면, 정책추진의 적시성 확보가 곤란하여, 정책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입법 행태가 반복될 수 있으며, 국회 계류기간 동안 변화한 시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로서는 관련 법안의 시행 시기를 종잡을 수 없어, 불확실성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정부정책이 확정된 후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년 전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정책에 맞춰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새로운 사업 진출을 준비해 온 기업들은 정책의 예측가능성 결여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담은 법안을 만들어내고는 있으나, 입법부와 충분한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 거대 여당만 믿고 의욕만 앞세운 데 대한 부작용이기도 하다.


정부 입법과정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면,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하지만 의원 입법의 형식을 빌게 되는 편법이 동원될 여지도 높아진다. 정부 입법안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인 입법예고, 부처 간 협의, 규개위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등을 생략한 채 국회 상임위로 직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원 입법제도를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미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조속한 입법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의원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계층이나 업계의 이익으로 귀착되는 내용 등의 법안이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원 입법 형식을 빌려 졸속으로 법제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전 법적 지원제도 정착시켜 입법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해야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사전에 치밀한 당정 협의를 하고 야당과도 충분한 소통을 한 후, 실현가능성이 높은 최소한의 법안을 제출하는 절차적 관행이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국회 스스로도 입법부의 권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정쟁의 수단으로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는 행태를 자제해야 하며,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 간의 성격을 분명히 구분하여 처리하는 관행을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최근 정부 법률안에 대해 민간 기관으로부터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전 법적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대형 로펌 등이 정부의 특정 법률안의 입안을 지원하고,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활동을 공식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의 입법 능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 기대되나 비밀정보 누출 가능성 및 이익집단이 로펌을 통해 정부 입법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앞으로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정부 입법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전 법적 지원제도를 정착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민관 공동의 노력이 요망된다. 결국 선진 시장경제는 정부, 국회, 국민 간의 성숙한 입법과정과 문화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mchoi@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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