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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칙 적용, 정부도 법과 예산 내에서 운영되는 조직임을 감안해야


작년 12월 18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선고 2012다94643)을 통해 그간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혼선이 있었던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적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기준만을 제시하여 조만간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그 당시 제기되었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


우선, 지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첫 번째 핵심 내용은 임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기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이 1임금산정기(예를 들어, 1개월)를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근로자나 근로와 관련된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만 일률성을 충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급여부 및 액수가 성과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만 고정성을 충족하게 된다.


이처럼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그 판단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 산정 등을 위한 기초임금이기에 근로자가 실제로 초과근로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만 실제 초과근로가 제공될 때 사전에 확정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여 가산임금을 곧바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임금 청구요건은 여전히 불확실


두 번째 핵심 내용은 법률상 통상임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합의는 무효이며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산정에 포함시켜 소급분(3년)에 대한 추가임금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정기상여금의 경우에, ②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상태에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하였는데, 이후에 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될 ③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임금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두 번째 판시 내용에서 불확실한 점은 과연 어떤 경우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실에 근거한 판단보다는 재판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법률의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 마저 있다.


정부도 법과 예산을 초월해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님


지난 4월 근로자들이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적용한 첫 번째 하급심 판결이 나왔는데 모두가 우려한대로 객관적 기준보다는 재판부의 주관적 판단이 적용된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은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청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알선 및 실업급여 지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온 근로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법정 수당 등을 청구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상여금이 ①매월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급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급되었고, ②월 중 입·퇴사자에 대하여도 해당 지급월의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하여 지급되었기 때문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며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직업상담원인 원고들에게 상여금까지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된 시간외 근로수당과 기지급 시간외 근로수당 간의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신의칙 적용과 관련해 피고 대한민국의 신의칙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피고 대한민국은 ①사적 기업과 달리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법치주의를 실현·주도하는 공적 주체로, ②예산의 경우 예정된 규모를 늘리거나 그 용도를 전용하는 등 일반 기업이 보유·활용 가능한 재정에 비해 탄력적인 지출이 보다 용이하고, ③법규에 대한 해석·적용을 책임지고 있는 피고라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법규 위반에 따른 책임을 동일하게 묻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보면, “당해 조직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재정적 부담”이 야기될 개연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의 신의칙 항변은 배척되었다.


정부에게도 기업과 동일한 법과 예산의 기준을 적용해야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 적용이 배척된 것은 지난 대법원 판결에서 신의칙 적용 기준이 애매했던 점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국가라는 경제 주체를 마치 전지전능한 주체로 판단한 재판부의 주관적 인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나타난 것처럼 재판부는 국가라는 경제 주체는 기업에 비해 탄력적인 지출이 가능한 주체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가나 그 하급부서인 공공기관 역시 ‘법과 예산’에 따라 운영되는 경제 주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가의 무분별한 지출은 국가 재정의 악화를 통해 온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법과 예산’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법과 예산’을 초월하는 경제 주체로 나섰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일본 정부는 사라져버린 수요를 되찾기 위해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쳤으나 잃어버린 20년 불황 후에 남은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의 부채뿐이었다. 2000년대 초 미국은 초저금리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그 결과 경제 곳곳에 거품이 가득 차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다. 국가도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는 하나의 경제 주체이다. ‘법과 예산’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법원도 이런 점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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