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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노동시장, 능력중심의 사회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학생 1만 명 이상인 중위권 12개 대학의 재학생 1천 236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의 ‘청년층 취업눈높이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취업에 영어능력(87%)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다음에 대학졸업 여부 76.8%, 자격증 72.9%, 출신대학 71.4% 등의 순으로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공(학과)이나 졸업학점에 대해 청년들이 생각하는 중요도는 각각 65.5%와 58.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401개 주요기업 중 66%가 신입사원 공채 때 영어 어학 점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한을 둔 기업의 토익점수 평균 커트라인도 700점을 약간 넘었다. 공기업이 739점으로 제일 높았으나 (특이하게도) 외국계기업의 평균 커트라인이 제일 낮았다.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부모님의 도움으로 혹은 아르바이트로 저축한 돈을 모아 영어 연수를 다녀오고 있으나 실제로는 취업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영어능력 향상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영어능력 등 소위 스펙이 우수한 구직자가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을 위한 자격의 실제 영향력은 의문


직능원의 분석1)에 의하면 취업자를 ‘괜찮은 일자리(대기업이나 공공부문, 금융업, 외국인회사 등의 정규직 일자리) 취업자’와 ‘기타 일자리 취업자’, ‘미취업자’로 구분하여 볼 때, 괜찮은 일자리 취업자가 기타 일자리 취업자보다 토익점수와 어학연수 참가 비율이 더 높다. 괜찮은 일자리 취업자의 경우 기타 취업자나 미취업자에 비해 인턴 경험 비율이 더 높으며, 특히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운영되는 인턴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턴에 참여한 비율이 높다. (영어점수 등 소위 스펙이 좋은 청년들이 스펙과는 관계없이 역량이 있는 구직자일 가능성도 크나) 영어성적 등의 스펙이 괜찮은 일자리 취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임을 보여 주는 연구결과이다.


또한 청년들이 대학졸업 여부를 취업을 결정하는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나 대학생들이 갈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여도 대학교육 투자에 대한 보상은 미흡하다. 직능원의 연구2)에 의하면 대학등록금, 취업준비에 필요한 사교육비,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상위권 10개 대학의 졸업생을 제외하면 대졸자나 전문대 졸업자 모두 특성화고 졸업생보다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생애임금으로 비교하면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 외에는 고졸자보다 대졸자가 10% 적다. 상위권 대학 졸업자도 취업이 3년 늦어지면 특성화고 졸업자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세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격증도 어느 정도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격은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뉘는데, 민간자격은 국가공인민간자격과 그렇지 않은 자격으로 나누어진다. 국가공인 민간자격은 현재 100여개 있는데, 국가자격과 동등하게 노동시장에게 대우 받기는 하나, 일반 자격은 직능원에 등록만 하면 인정이 되기 때문에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직능원에 등록되었다는 것만으로 자격증이 취업을 보장하는 것으로 과장 홍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 닫힌(폐쇄적) 노동시장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하여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인센티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한 나라들의 고용구조를 분석하여 보면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통해 고용률이 70%가 될 때 우리 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정부는 여성들이 가사 및 양육부담을 완화하는 여러 가지 조치와 함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창출을 통해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들이 재취업을 하려고 할 때 기다리는 것은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민간부분을 포함하여 정년을 60세로 강제화하고 우선 공공기관부터 시행하는 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였지만, 우리 현실은 정년 55세는 고사하고 많은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40대에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있다. 사오공세대로 불리우는 4, 50세대 조기 퇴직자들에겐 그들을 기다리는 괜찮은 일자리는 거의 없고, 기존 경력이나 기술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영업자로 창업을 하거나 일용직을 할 수 밖에 없다.이러한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가 된 이들 퇴직 중장년층은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미처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실제적으로 취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영어점수 등 스펙 쌓기에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변변한 일자리가 많지 않고, 오랜 기간 다니던 일자리를 그만 두면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닫힌 노동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 어느 일자리에서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대기업에서 시작하면 중도에 대기업을 퇴사하여도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연관된 자기 사업을 하기가 상당히 용이하다. 공무원으로 시작하면 평생이 고용이 보장되고, 퇴직하여도 유관기관에 일정기간 취업이 보장된다. 청년들이 공무원,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몇 년씩 취업 재수, 삼수, 사수를 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후 LG전자나, 현대자동차, 혹은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회사별로 내부 노동시장의 철옹벽을 쌓아 놓고, 고유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인적자원관리를 하기 때문에 기업특수적(firm-specific) 인적자원의 질은 높을 수 있으나, 다른 기업에서 현재 직장에서의 보수에 상응하는 역량 발휘나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고령 퇴직자가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이다. 여성들이 육아나 다른 가사 부담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면, 과거의 직장 경력은 그다지 고려되지 못하고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청년들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아야한다. 장기간 비경제활동 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여성근로자의 구직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할 객관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열린 노동시장 구축에 유효한 대체수단이 될 수 있어


어느 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였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혹은 국가기관)으로 별 어려움이 없이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길 수 있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였을 때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조기 퇴직자가 무작정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는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열린 노동시장은 구직자들이 자신들의 역량에 따라 경제활동과 비경제활동, 그리고 직장을 어려움이 없이 옮길 수 있는 시장이다.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장을 구할 때는 학력이나 학벌, 직장 내에서는 (승진이나 전보 시에) 연령이나 근속기간이 중요시되는 현재와 같은 고용 관행을 바꾸어야 하는데, 박근혜정부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e Standards: NCS)이 유효한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NCS체제의 구축과 함께 국가자격체계(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 NQF)의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학벌이나 경력이 아닌 구직자가 노동시장에서 직무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능력중심의 사회가 구축될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NCS와 특성화고와 전문대에서 활용되는 NCS에 기반한 교육모듈의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NCS와 이에 기반한 교육과정이 노동시장에서 채용 및 승진 등에 활용될 때,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구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한성대 교수, ybpark@kriv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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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창균 ‘4년제 대학생의 스펙 쌓기 실태’, KRIVET Issue Brief 제 16호 (2012. 11. 30)

2) 직능원과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한 ‘고졸취업의 경제학’ 시리즈(2012. 7. 30/ 2012. 8.2/ 2012. 8.4) 참조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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