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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 다시 이런 영웅을 만날까?


철인(鐵人) 박태준 포스코(POSCO)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금년 ‘무역의 날’을 하루 지나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고 하듯이 평생 내려놓지 못했던 ‘잘 사는 나라’ 건설이란 무거운 짐을 놓고, 다시 볼 수 없는 큰 어른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포항제철, 현재 포스코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일제 36년 우리 선조들의 치욕의 역사를 팔아 가져온 대일청구권 자금, 1억 달러가 그 모태가 되었다. 여기에 박태준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포스코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포스코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를 먹여 살리는 조선산업이 있었을까? 자동차 산업이 있었을까? 가전, 기계, 건설 산업이 있었을까?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큰 철강산업은 오늘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에 올려놓고,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게 하였으며,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었다. 그 주역이 바로 포스코란 우리의 국민기업이다.


하늘이 내린 사람, 산업영웅 박태준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 포스코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망해가는 이 나라를 구했던 것처럼, 비참한 빈곤의 나락에 머물러 있을 이 나라를 절망에서 구해낸 ‘하늘이 내린 사람’, 바로 박태준이란 걸출한 산업영웅의 기업가 정신(앙뜨로프리너쉽: entrepreneurship)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가가 가진 위험을 감내하는 정신(risk taker)이나 혁신을 달성하고자 하는 정신(innovator)을 의미한다. 박태준 전회장이 이끌어낸 국민기업, 포스코의 성공에는 그의 기업가 정신이 녹아 있다.


‘할 수 있다’ 정신


첫째, ‘할 수 있다(Can Do Spirit)’정신이다. 서구에서 정립된 기업가 정신이 정의하고 있는 기업가의 역할에 대한 개념보다 훨씬 더 모험가적이고, 혁신가적인 기업가의 역할을 나타내는 말이다. 당시 포항제철이 건설될 무렵 우리는 제련기술은 커녕 철광석, 역청탄은 물론이고 전문 기술자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포항, 영일만이란 조그만 어촌의 소금끼 머금은 모래밭뿐이었다.


여기서 박태준은 ‘할 수 있다’ 정신으로 포항제철이란 기업을 창업했다. 요즘 기준으로도 이런 사업계획은 ‘경제성 없음’으로 평가될 것이다. 당시 한국의 철강공장 건설에 부정적이었던 서구 경제학자는 후일 한국의 포항제철 성공에 대해 자기의 평가는 여전히 타당하나 “박태준의 존재를 간과했었다”고 고백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전무후무할 일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국내자원이 빈약한 우리 현실에서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여 이를 국내에서 가공하여 수출하는 소위 가공무역(加工貿易)으로 우리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두 명의 위대한 기업가 정신이 뭉치다


둘째, 박태준 전회장의 포항제철 성공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밑거름이 되었다. 기업이 아닌 국가의 발전과 혁신을 이끈 정치인으로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박정희 대통령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외부압력이나 권력의 간섭에서 벗어나 철강입국을 위해 매진할 수 있었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이런 두 분, 영웅적 기업가의 ‘잘 사는 나라’ 만들기 합작품이 바로 포항제철이다.


박태준 전회장은 후일 포항제철, 광양제철의 조강 생산능력이 2,100만톤에 이를 무렵 ‘박정희 대통령 영전에 드리는 글’에서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삼가 각하의 영전에 보고를 드립니다. 포항제철은 '빈곤타파와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일관제철소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각하의 의지에 의해 탄생 되었습니다”라고 감동적인 업무완수 보고를 한 바 있다.


박태준 경영방식에서 경제용어가 만들어져야


셋째, 철인 박태준에게서는 기업의 전문 경영인(CEO)에게서 예상되는, 전문용어로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의 문제가 없었다. 대리인 비용이란 기업의 주체(당시 정부 또는 국민)와 대리인(경영자)과의 이해관계가 틀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다.


박태준에게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의지가 확고하였기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이 없었다. 아울러 포항제철 경영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을까를 입증하기 위한 비용(bonding cost) 역시 없었다. 그리고 박태준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함으로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포항제철에 피해(residual cost)를 끼칠 일이 없었다.


사실 박태준이란 위대한 거인에게 대리인 비용이란 학문적 용어를 적용하는 것은 그에게 모욕이다. 포항제철에서 박태준 명예회장이 이룬 업적은 경제용어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경제용어를 만들어야 할 대상이었다.


후일 포스코가 기업공개를 할 때 그는 단 한주의 주식도 받지 않았다. 국가를 위한 일에 큰 업적을 달성하였음에도 그는 산업영웅으로 불리는 것조차 사양했다. 조상의 치욕의 역사를 팔아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차관으로 건설한 포항제철이 잘못될 경우 모두 물에 빠져 죽자고 했던 ‘우향우’의 자세를 가지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몰두했던 사람에게서 사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은 그에게 수치였다. 진정 위대한 거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기업가 정신(起業家 精神)과 기업가 정신(企業家 精神)


넷째,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항제철의 창업에서는 탁월한 기업가 정신(起業家 精神)을 발휘했지만, 이후 포스코의 기업의 성장, 발전에서도 기업가 정신(企業家 精神)을 발휘하였다. 창업 단계뿐만 아니라 기업을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인재 육성과 연구 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과학 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해 1986년에 설립한 포스텍(포항공대)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 짧은 시간에 포스코와 같은 명품을 또 하나 만들었다. 영국 더타임스(The Times)가 실시한 2011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연구 능력을 보여주는 논문 피인용 부문에서 아시아 1위, 종합 순위로는 세계 53위에 올랐다.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2년 연속 국내 대학 1위이기도 하다. 아울러 1987년에 설립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포스코, 포스텍과 더불어 기술혁신을 위한 산·학·연 연구 개발 체제의 기본 모델을 창조하였다.


우리 언제 다시 이런 영웅을 만날까?


이제 조국 근대화의 한 산업 영웅이 갔다. 그가 그렇게도 구현하고자 했던 ‘잘 사는 나라’는 기아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가 지핀 포스코 용광로의 불빛은 이제 동방의 빛이 되어 세계를 비추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여야(與野), 신구(新舊), 좌우(左右), 남녀노소(男女老小), 빈부(貧富)가 서로 제 것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사회는 사분오열되어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존경받는 리더십은 실종되었고, 기업가 정신은 무뎌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어른을 찾기 힘들어 졌다.


바로 이때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불사른 철인 박태준 전회장의 타계는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우리 언제 다시 이런 큰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언제 다시 이런 위대한 기업가 정신을 접할 수 있을까? 우리가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할 때 그야말로 자기 역할 끝났다고 가버린 야속한 산업영웅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거대국가 미국에서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는 철강왕으로 불린다. 이 작은 나라에서 박태준 명예회장은 카네기보다 짧은 시간에 두 배 이상의 철강대국을 건설했다. 철인(鐵人), 철강왕(鐵鋼王), 산업영웅(産業英雄)이란 칭호도 그의 업적을 표현하는 말로 부족하다. 제대로 그의 업적을 기릴 수 있는 말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그냥 “어르신”이라고 부르리라.


사랑합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어르신!

잊지 않겠습니다. 어르신!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sr@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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