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월스트리트 점령’과 주주자본주의 구하기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아래 주주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자본의 탐욕을 비판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흔히 주주자본주의를 ‘탐욕’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무시하며 주가상승을 통한 주주의 단기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주주자본주의를 구해낼 필요가 있다.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없는 반면 주주자본주의를 개선시킬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주자본주의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단기 주가에 집착해온 지금까지의 주주자본주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패했고 앞으로는 ‘소비자 자본주의(customer capitalism)’가 도래할 것이라는 로저 마틴교수의 견해가 주목 받고 있다.1) 주주자본주의하에서 경영자는 자신을 선출해 준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주가상승에만 급급한 나머지 회사의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이익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에도 독이 되므로 회사는 ‘주주 가치극대화’가 아닌 ‘행복한 고객과 더 많은 고객확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의 ‘공정한 사회’ 워크숍에서 소개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 시소디아 교수가 제안한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도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은 이윤극대화가 아니라 더 큰 이상과 목적을 갖고 운영해 나가며, 단순히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2) 전통적으로 주주자본주의와 대립되어온 이해당사자 자본주의와 유사하다.


경영자의 의무와 주주자본주의


회사가 ‘소비자 자본주의’에서처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깨어 있는 자본주의’에서처럼 회사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회사 차원에서의 경영전략과 기업이념이 아니라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인들 간 이해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해야만 하는 ‘법’적 차원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3)


회사법에서는 경영자에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경영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경영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만일 소비자 자본주의에서처럼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경영자의 의무로 볼 경우 법적 판단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깨어있는 자본주의에서처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주주,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을 경영자의 의무로 볼 경우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두 주인문제(two master problem)가 발생한다. 경영자가 자신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면서 이것이 표면적으로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근로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등 변명거리만 만들어 줄 수 있다.


반면 회사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주주자본주의는 나름대로 경영진의 법적의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등 주주를 제외한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회사와 사전적으로 확정된 내용의 계약을 통해 거래를 하고 이러한 거래를 계약법, 소비자 관련법, 노동 관련법, 하도급 관련법 등에서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은 그렇지 못하다. 회사가 창출한 이익 중 이해관계인들이 미리 체결해 놓은 계약에 따라 각자에게 배분하고 남는 잔여이익에 대해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확정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주주를 보호해줄 별도의 법이 필요하고 그것이 회사법이다. 그리고 회사의 잔여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회사전체의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제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 또는 ‘주주의 이익’을 경영자와 주식시장의 주주들이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영자는 회사의 사업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는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며 회사의 장기적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반면 주식시장은 특정 사업이 대체로 6개월이나 1년의 단기간 내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사업이 마음에 안들면 손쉽게 주식을 팔고 다른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경영자는 궁극적으로 주주들에 의해 선출되므로 단기주가 상승을 요구하는 일부 주주들의 압력을 경영진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단기주의(short-termism) 때문에 주주자본주의 자체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항상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주주들도 많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시계(視界)를 가지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자본이 항상 회사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적대적 M&A 등을 통해 무능력한 경영진을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고 이러한 가능성만으로도 경영진의 효율적 경영을 유도한다. 또한 개별회사의 사업을 신속하게 평가하며 더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회사에 자본을 배분함으로써 기업들 간 경쟁을 유도하여 사회적으로 제한된 자본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자본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면서도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동시에 주주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평가하며 투자하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주자본주의의 포기가 아닌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주주자본주의는 포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개선해야할 대상이다. 주식시장에서의 단기주의가 문제라면 회사법상 경영자가 추구해야할 ‘회사의 이익’을 ‘장기적 주주이익 극대화’로 해석하며 구체적 사안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 가면 된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확인가능 한 ‘단기 주가’처럼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의 행복 또는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이익극대화라는 기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 준다.4) 경영자가 ‘장기적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첫째, 주식의 단기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있는 주주들보다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회사경영에 대한 발언권을 더 많이 줄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투자자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는 단기주의를 극복하고 주주들이 주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였다.5) 네덜란드에서는 주식을 4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그 이후에는 더 많은 배당을 해준다거나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등의 로얄티 보너스(loyalty bonuses)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 금융서비스 장관은 단기의 주식소유자들이 장기 주식소유자들보다 열위의 의결권(inferior voting right)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유기간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hares)을 발행할 수 있다.


둘째, 적대적 M&A를 한 후 되팔아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주주들의 경영권 위협을 막기 위한 경영권방어 수단들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주가하락과 이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일부 주주들이 단기이익을 추구하며 적대적 M&A 시도 위협을 가하자 경영권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단기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주주의 장기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주주에 의해 남용될 위험이 있다며 차등의결권주식과 포이즌필 등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의 단기주의 폐해로 초래된 금융위기와 주주자본주의의 몰락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주주자본주의를 구해낸 후 경영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

1) Roger Martin, "The Age of Customer Capitalism",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 February 2010. 우

리나라 언론에서도 마틴 교수의 주장을 중요하게 다루며 금융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보도하

고 있다. 한국경제 신문 2010. 1. 3. 조선일보, 2010. 8.21. 매일경제신문, 2010. 8.24.

2) 조선비즈, 2010.9.20

3) 회사는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해야하는지, 아니면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도 추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미국에서의 논쟁은 주로 경영자의 회사법상 의무와 연계되어 논의되고 있다. John R. Boatright,

“Contractors as stakeholders: Reconciling stakeholder theory with the nexus-of-contracts firm,” Journal

of Banking & Finance 26, 2002 참조.

4) 장기적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포함한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Nadelle Grossman, “Turning a Short-Term Fling into a Long-Term Commitment: Board Duties

in a New Era,” 43 University of Michigan Journal of Law Reform 905 Ⅳ. 참조.

5 ) “Overcoming Short-termism: A Call for a More Responsible Approach to Investment and Business

Management”, Aspen Institute, 2009.9


KERI 칼럼_20111130
.pdf
PDF 다운로드 • 1.69MB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Global Brief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