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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에서 배우는 교훈


유로존 위기가 시작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마저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했고, 이탈리아도 독자 생존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논란으로 인해 자칫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타협에 의한 잘못된 출발이 유로존 위기의 원인


현재 유로존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잘못된 출발에 있다. 유로화의 출범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진행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1999년 유로 출범 이전 유럽 국가들은 최적통화지역을 구성하기 위한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유럽 지역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어서 임금 조정이 원활하지 못하다. 특히 공공 부문의 비중이 높은 남부유럽 국가들은 더욱 그러하다. 또한 유럽은 언어와 문화 차이,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인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정치는 물론이고 재정면에서의 통합은 유로 출범 당시에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많은 결함을 갖고 있던 유로화 출범이 가능했던 것은 80년대말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 콜총리의 정치적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이다. 독일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임박한 통일을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했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독보적인 마르크화의 지위를 끌어내리고 국제사회 내에서 점차 약화되는 프랑스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고 싶어했다. 그 해 12월 두 정상은 단일 통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독일은 마침내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루었다. 그리고 1992년 2월 7일 에는 유로 출범의 근간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조인되었다.


유로존 회원국의 선정에 있어서도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 독일이 북부유럽의 핵심국가들로 유로화를 출범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프랑스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유럽 국가들까지 포함되는 것을 원했다. 유로존 내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프랑스의 주장대로 11개국으로 유로화가 출범했다. 2001년 그리스의 가입을 비롯하여 6개국이 차례로 가입하여 경제력 격차가 천차만별인 17개국이 유로화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독일이 내키지 않았던 유로화 출범, 그리고 가입국 확대는 역설적으로 독일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유로화의 가치는 독일 뿐만 아니라 가입국 모두의 임금, 생산성, 물가수준, 국제수지 등을 반영하여 결정되기 시작했다. 독일은 유로화 출범으로 인해 마르크화의 일방적인 강세를 방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유로 출범 이후 독일의 실질실효환율은 절하되는 효과를 누렸다.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가치가 자국 경제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결정되면서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절상되었다. 이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민간 또는 정부 부채가 누적되는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가 잉태된 것이다.


유로존 위기 해소방안 실행에는 정치적 부담이 걸림돌


유로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남유럽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국채 차환과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 저리의 구제금융 지원 확대,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 확대 등이 유효한 정책수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통화만의 통합이 빚어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통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로존 차원에서 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체계, 즉 은행동맹이 필요하다. 재정면에서도 유로본드 발행을 포함하여 유로존 공동의 재정을 늘리는 등 재정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유로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쉽지가 않다. 독일은 위기국의 도덕적 해이를 무엇보다 염려한다. 회원국에 대한 엄격한 재정규율이나 경제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위기해소 방안들이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고 독일의 부담만 늘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에 대해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독일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다. 사실 통화통합의 혜택을 가장 크게 입은 독일의 경우 유로존 통합을 진전시키는 조치들이 유로존 분열에 따른 비용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독일의 양보와 결단, 이를 위한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나 독일 정치권은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들을 실행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하여 남유럽 국가들도 막상 재정동맹의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재정주권을 포함한 일부 주권의 포기를 꺼려한다. 독일 주도 체제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적 요인을 무시한 채 정치적 동기에 의해 유로화가 출범하여 문제가 생겼다면,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해법이 보이지만 정치적 고려가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유로존 위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뒤섞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정치의 해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이미 끝나고 이제는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경제논리에 앞서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한 정책들이 앞다투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의사 결정이 항상 경제적인 면을 우선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경제논리를 과도하게 무시하여 경제왜곡을 가져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유로존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번 도입한 제도들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경쟁력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에 가입함으로써 어지간한 외풍에도 견딜 수 있는 유로화라는 보호막을 확보한 셈이었다. 그러나 유로화의 달콤함에 취해 환율조정을 대신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제거 등의 개혁들은 게을리 했다. 결국 경제상황에 비해 위기는 늦게 맞았지만 위기의 강도는 훨씬 커지게 된 상황이다.


유로존 국가들과 달리 독자 통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위기 신호가 외환부문으로부터 나타나곤 한다.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원화가 급격히 절하되는 것이다. 이는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져 빠른 회복세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경제의 자동조절 장치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경쟁력 회복 차원을 넘어서 환율변화가 과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환율 외에도 기업, 제도적 차원에서 대외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것이 충분한 외환보유액의 확보와 자본유출입 제한 조치와 더불어 환율의 급등락을 방지하는 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유로존 위기는 재정건전화의 중요성을입증한다. PIIGS 국가들 중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원래 정부부채 비율이 높았던 나라이다. 이에 반해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위기 이전 재정수지가 흑자였고 국가부채도 많지 않았다. 2007년말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경우 각각 24.8%, 36.3%에 불과했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에 따른 주택 버블 붕괴의 여파로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가부채 비율이 순식간에 급격히 불어났다. 올해말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국가부채비율이 각각 113%, 90%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GDP 대비 33%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의 74%에 비하면 지극히 건전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와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공기업 부채와 더불어 주택가격 급락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가계부채는 잠재적으로 건전 재정을 위협할 요인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그래도 구제해 줄 동료 국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위기에 빠졌을 때 도와줄 나라도 없다. 우리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여 재정을 튼튼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s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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