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되어 온 은행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금융기관의 비예금 외화부채 잔액에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부과하려는 것이다. 거시건전성 부담금은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등 은행권에 부과되며, 부과대상은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외화예수금을 제외한 비예금 외화부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 자금은 안전자산을 찾아 신흥국에서 빠져나갔다. 한국에서는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695억 달러의 외화가 유출되었다. 그 가운데 70%(487억 달러)는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외채였다. 반면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됨에 따라 2009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2009년에 주식투자 및 은행 차입으로 총 512억 달러가 들어왔고, 2010년에는 3분기까지 335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외국인 자금은 내년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 지속에 따른 유럽계 자금의 이탈,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의 가능성에 따라 대거 빠져나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은행세를 도입한 것은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시켜 대외 충격에 따른 원화 급변동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부과요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단기외채에 더 높게, 장기 외채는 더 낮게 부과하여 단기외채의 장기화를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외화차입을 억제하고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선물환포지현 한도 규제와 함께 대외경제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신흥국들이 과도한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강화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여 위기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부과재원은 위기 시 유동성 지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은행세는 외화증권 거래마다 과세하는 증권거래세처럼 외국인의 투자 가격이나 수량을 직접 규제하는 자본통제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은행세 도입은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2009년 9월)에서 논의가 제기된 이래 G-20 토론토 정상회의(2010년 6월)에서 은행세 도입에 관한 일반원칙이 합의되고 국별 상황에 맞게 각자 추진키로 결정된 바 있다. 은행세는 현재 스웨덴이 시행중이며, 영국, 독일, 프랑스가 2011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에 대한 자금 회수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초 자산 500억 달러 이상 금융회사 50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금융개혁법안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미국의 과징금, 유럽의 재정확충 및 금융안정기금 성격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경험한 후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확보 성격이 강하다.


외국은행 지점은 해외에서 빌려온 달러를 스왑시장에서 원화로 바꾸고 이를 국고채나 통안채에 투자해 사실상 무위험 차익을 얻어왔다. 정부가 지난 6월 은행의 선물환 거래 규모를 제한하고 지난 11월에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조치를 부활시킨 데 이어 은행세를 도입한 것은 외은지점의 무위험 수익구조 약화를 겨냥하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외환스왑 등 외환영업거래 규모를 줄이게 해 단기외채 유입을 억제하고, 이자소득세 및 은행세 도입은 국내투자자산에 대한 과세로 수익률을 하락시켜 외자유입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외은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6월 발표 이후 자본계정의 유출입이 둔화되고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자본계정은 9억7,000만 달러 유입초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216억8,000만 달러 유입초에 비해 유입초 규모가 크게 줄었다.

은행세 도입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우려했던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부과요율이 금융기관의 외화조달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하에 해외의 사례, 은행의 부담정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한 영국의 은행세율은 2011년 0.05%, 2012년 0.075%이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0.05~0.1%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외환스왑 및 통화스왑 시장을 활용하여 국내채권 투자를 할 경우 무위험 거래수익은 1.5~1.7% 수준이다. 과세 부활과 은행세 도입이 이루질 경우 무위험 거래수익은 1.0~1.2% 수준이 되어 외국인이 국내채권을 투자하기 시작한 2006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외국인 국내채권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

은행세 도입으로 초기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어느 정도 억제하면서 환율 변동성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 기조,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국내 채권 및 주식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자금유입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원화강세의 방향성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은지점들이 단기외채 비중을 줄여가고 있고 은행세 도입으로 인해 자본조달의 비용이 늘어날 뿐 원천적인 차입규제는 아닌 만큼 이 조치의 파급효과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화유출입 규제로 원화 강세의 수준은 약화될 것이다.

이제 남은 외국인 자본 규제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강화 여부와 강화 수준이다. 정부는 약간의 수익률을 낮출 뿐인 소득세 부과나 은행 부과금만으로는 외은지점의 무위험 거래를 만족할만한 수준만큼 막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자기자본의 250%에서 200%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빌린 돈으로 돈놀이를 하지 말고 자기 돈으로 하라고 하면 단기외채가 줄어 나중에 한꺼번에 빠져나갈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규제는 외은지점의 영업을 일정 규모 이상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은지점에 선물환 포지션을 갑자기 많이 줄이라고 하면 달러 수급에 문제가 생겨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25개 외은지점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포지션은 지난 2분기 말 188%에서 3분기 말에는 148%로 크게 축소되었으며 더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외은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는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외환위기와 글로벌위기 시 달러 고갈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외국자본의 유출입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소규모 개방경제에 따른 경제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며 근본적인 대책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행세는 달러가 귀한 시기에는 외은지점들이 비용을 얼마든지 전가할 수 있으며,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조선사의 수주가 다시 늘어나게 되면 환헤지 수요증가가 불가피해 규제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이번 규제들을 우회해서 다시 이득을 챙기는 규제 우회도 생겨날 것이다.

정작 달러가 부족하거나 수요가 넘치는 시기에는 소용이 없더라도 달러가 풍부한 시기에 위기의 싹을 미리 줄이겠다는 정책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외부충격에 따른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는 실효성 있는 최소한의 자본규제면 된다. 더 중요한 한 것은 잠재적 금융불안 요인 해결, 한계기업 구조조정 및 재정건전성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등 경제체질 개선을 적극 실행하여 위기 대응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kahn@keri.org)


101228-안순권
.pdf
PDF 다운로드 • 251KB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Global Brief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