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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옛날 중국 어느 지방에 의욕에 넘치는 군수가 부임해 왔다. 매사에 정열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이 관리는 부임하자마자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임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대답이 전임 군수는 정사에는 뜻이 없고 오로지 취미인 음악에만 몰두하여 낮이나 밤이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내다가 임기를 마쳤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신임군수는 너무도 기뻐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빈둥거리면 정사를 돌보지 않던 전임군수 시절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경제와 치안이 모두 나빴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제부터 자신이 정열적으로 업무를 보기 시작하면 경제와 치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자신의 우수함이 더욱 뚜렷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신임군수는 밤잠을 자지 않고 마을을 돌며 치안을 살폈고,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여 열성적으로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수가 바뀌고 그 지역이 눈부시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개선될 줄 알았던 지역의 치안과 경제가 오히려 전임군수 시절보다 악화되어 절도범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생활이 더 궁핍해졌다고 한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장 실망했던 것은 역시 정열적으로 정사를 보았던 신임군수였다. 음악이나 즐기며 빈둥거리던 전임자의 시기에 비해 온몸을 바쳐서 정사를 돌본 자신이 군수를 하는 기간에 오히려 치안과 생활이 악화된 것에 너무도 큰 의문을 품게 된 신임군수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른 벼슬로 옮겨간 자신의 전임자를 수소문하여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전임군수시여, 제가 듣기로 당신이 군수를 할 적에는 음악에 심취하여 정사를 열심히 돌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저는 부임초기부터 밤낮으로 뛰어다니면서 정사를 돌보았는데, 어째서 당신이 군수이던 시절보다 제가 군수를 맡은 후로 도둑이 늘고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아십니까?” 그러자 그 전임군수는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내가 군수를 맡았던 시절에는 음악에만 심취한 저를 보고 지역의 사람들이 군수를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문단속을 잘하고 스스로 열심히 일했던 것입니다. 반면, 신임군수인 당신이 모든 일을 나서서 해 주는 것을 보고는 아마 사람들이 군수를 믿고 문단속도 게을리 하고 일도 덜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능하지 않은 일을 호언장담하는 위정자들은 국민에게 큰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어


과거의 중국이든 현재의 한국이든, 지방의 군수이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항상 국민들을 우선으로 하고 국민들의 안전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국민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앞 이야기의 신임군수처럼 마을의 도둑을 모두 막아 줄 수 없음에도 자신이 책임지고 막겠다고 하면 이를 믿은 국민들이 안심하여 스스로 하던 문단속을 게을리 하여 오히려 도난 사고가 늘어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이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위정자들은 그저 무해한 말장난을 하는 허풍장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혼란과 피해를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흉악 범죄가 매일같이 발생하면서 치안이 무너지고,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학비와 의료비도 산더미처럼 늘어가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언제인가부터 우리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국민들의 부담은 전혀 늘리지 않겠다는 또 다른 호언장담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이런 불가능한 호언장담을 국민들은 정말로 믿는지 아니면 믿는 척하는 것인지 넋을 놓고 정부가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를 믿고 스스로 조심하지 않다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정부를 믿고 투자했다가 빚만 늘리게 되고, 정부를 믿고 대학에 갔다가 실업자가 되고, 정부를 믿고 저축을 하지 않고 있다가 노후에 의료비와 생활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겠는가? 정부가 할 수도 없는 일들을 떠맡았다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정부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날이 온다면, 가능하지도 않은 공약을 남발하며 호언장담했던 정치인이 더 잘못인지 아니면 순진하게 그 호언장담을 믿고 있다가 곤경에 빠진 국민들이 더 잘못인지 판결을 내리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hah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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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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