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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정치신인들의 부각


사람들은 늘 지도자에게 쾌도난마와 같은 속 시원한 해법을 기대한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인가? 근래에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현실과 기대 사이의 간격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세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 나라와 나라를 연결하는 망은 더욱 촘촘해지고 있으며, 실시간 정보의 유통은 변동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한 국가의 위기 상황은 연결 과정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위기로 신속히 번져가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통신혁명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윤택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반면에 변동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동시에 안겨다 주었다.


날로 복잡해지는 문제와 날로 줄어든 통제력을 지닌 지도자


빛과 그림자로 구성되는 새로운 환경은 누가 주도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 기술, 제도, 관행, 혁신, 창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새로운 질서라 할 수 있다. 비용과 혜택을 분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편리함과 불편함 역시 분리할 수 없다. 새로운 질서가 가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적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누군가를 속죄양으로 삼아서 ‘당신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되었어’라든지 ‘당신의 무능함이나 당신들의 탐욕 때문이야’라는 반응으로 자제할 수 있다. 사실 우리들이 만들어 낸 질서를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한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이런 저런 사회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이 지도자와 정치의 역할이긴 하지만 이들의 통제력은 날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심성에는 모세와 같은 걸출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이란 본래 매사를 자기중심으로 보는데 익숙하다. 변화한 환경이나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문제의 실상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아무튼 날로 복잡해지는 문제와 여전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 사이의 간격이 확대되는 점이 우리 사회에서 불만을 올리는 한 가지 이유가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난제를 척척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지자를 원하지만 현실의 지도자가 선지자가 될 수 없으니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정치 신인들이 인기를 끄는 것 또한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대중사회는 차별입법적이고 민중적 색채가 강한 정책들이 인기


그런데 비난의 화살은 지도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비난과 분노의 출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출구를 구하게 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해서 성장 속도가 빠른 집단이나 계층을 향하게 된다. 여기에다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간파하는데 익숙한 집단이나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비난과 분노의 원인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물론 그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악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의에 기반을 두고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얼마나 오래 계속될 수 있을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비난이나 분노의 출구에 위치한 계층이나 집단들을 향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대중 사회의 특성은 다수가 원하면 그것이 올바르든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그들이 욕구와 바람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차별입법적인 특성을 지닌 민중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정책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용을 요구하는 모든 정책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마시멜로 성격의 정책이나 제도는 부작용을 포함해서 큰 비용 지출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정직한 원칙과 원리에 따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


결국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정직한 원칙이나 원리에 따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재 문제의 실상이 무엇인지,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설득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한 사람의 삶이나 한 사회의 진로는 생각과 판단의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생각과 판단에 올바름을 더할 수 있는 노력을 누군가는 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의 이익을 나눠주는 정책은 감정적인 호소력이 크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손쉽다. 반대로 그런 이익들이 두고두고 어떤 비용을 유발하는지를 설득하는 일은 이성적으로 호소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갑절이나 소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성적인 노력의 필요성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즉흥적인 해법들이 가져올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의 문제들은 거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해법을 즐겨 사용해 온 국가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하게 이념의 시대가 저물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훗날 현재의 혼란과 갈등에 대해 '아이디어 전쟁(War of Idea)'의 새로운 모습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람은 저마다의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판단한다. 이 시대가 혹자에게는 대단히 ‘역동적인 시대’로 비추어지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분노의 시대’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객관적인 팩트(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이자 바라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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