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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 도전하게 하려면 먼저 안전망을 쳐주어야 한다


서커스단의 공중 그네뛰기 묘기는 손에 땀을 쥐고 봐야 할 만큼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공중의 양쪽 끝에 서 있는 기둥에서 남녀 두 사람이 그네를 잡고 내리뛴 다음에 앞뒤로 흔들다가, 한쪽 여성이 공중에서 자기 그네를 떠나 다른 쪽 끝에서 그네를 무릎에 걸고 내려온 남성의 손을 낚아채서 둘이서 손을 맞잡은 채로 그네뛰기를 하는 모습은 신기로 보일 만큼 장관이다. 그런 묘기가 성공할 때면 관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성공적으로 묘기를 보인 데 대한 칭송뿐만 아니라, 그네를 떠난 여성이 공중에서 상대편 남성 동료의 손을 제때 맞잡지 못하면 밑바닥으로 떨어져 크게 다칠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시도한 데 대한 찬사의 박수이리라.


요즈음 창업에 관한 관심이 높다. 대선 후보들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가 되어 있는 지금, 많은 사람이 창업에 성공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생산을 확대해서 경제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서커스 단원들이 공중 그네뛰기를 성공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창업에 도전해서 실패하면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잃게 될 위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커스에서 공중그네 뛰기를 하는 단원들 아래에는 안전망이 처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여성 단원이 자기 그네를 떠나 상대방 남자단원의 손을 제때 잡지 못해 아래로 떨어져도 안전망이 그녀를 받아주게 되어 있다. 즉, 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비록 실패해도 그녀는 공중그네에 올라 다시 묘기를 시도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서커스 단원은 더욱 큰 위험을 부담하면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시도할 수 있다. 만약 아래에 안전망이 없다면 아마도 목숨을 잃을 위험을 부담하면서 공중그네를 뛰려는 서커스 단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묘기를 부리는 단원이 있다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창업하거나, 직장 생활을 몇 년간 하다가 퇴직하고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사례를 목격한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고시준비를 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무원이 되려 하거나 공기업에 진출하려는 것을 탓할 수 없다. 부모들도 자녀가 안전한 직장에 취업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하려 한다면 아마도 마음이 편치 않고 말리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창업이나 고시 모두 실패 위험이 있지만, 부모들은 자녀가 창업보다는 고시 준비를 한다고 할 때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일 것이다. 비록 고시에 한번 실패하더라도 몇 번 재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려면 성공하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고 말은 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창업 실패자에게 재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는 창업 실패자를 받아주는 안전망이 거의 없으나 마찬가지이다. 창업에 실패하면 가진 모든 재산을 잃고 폐인이 될 만큼 그 결과가 너무나 가혹하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창업에 따른 모든 위험을 창업자가 무한 책임지는 현재의 위험부담 시스템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금융기관은 사업실적이 없는 창업자에게 대출해주기 어렵다 보니, 창업자들은 소액 자금으로 시도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나 식당 등 생계형 창업에 치중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좁은 시장 안에서 경쟁이 극심해져 도산하는 사례도 많다. 창업 이후 설사 사업실적이 있어 금융기관이 대출해 주는 때도 담보대출이나 보증대출 형태로 대출하기가 쉬워 사업에 실패하면 창업자나 창업자 가족이 가진 모든 재산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어 재도전하기 어렵다.


정부가 성공하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진정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자기 모든 재산을 걸고 창업하지 않아도 되게끔, 창업위험을 함께 부담해줄 수 있는 에인절투자자를 포함한 벤처캐피탈 투자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창업초기기업의 97%가 에인절투자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1) 벤처캐피털기업이 창업에 따른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창업에 한 번 실패해도, 실패 경험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성공 노하우를 학습한 창업자들이 재도전해 볼 수 있어 창업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창업에 실패한 기업이 재도전해서 성공한 모델을 많이 볼 수 있게 되면, 정부가 창업지원책을 강화하지 않아도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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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유신, “창업 도울 ‘천사’ 더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201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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