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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혁신은 ‘뷔자데(vuj`a d´e)’ 역량에서 나온다


‘어둠속의 대화’는 암흑 속에서 정상인들이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받아가며 일상을 체험해 보도록 하는 전시회다.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160여 개 도시에서 700만 명 이상이 방문한 국제적인 전시회다. 이 시각장애 체험전시회를 만든 사람은 사회적 기업가인 안드레아스 하이네케다. 원래 라디오 방송국 기자였던 그는 어느 날 칠흑처럼 어두운 곳에서 시각 장애가 있는 동료 기자와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속수무책이었던 하이네케와 달리 그의 동료는 어둠 속에서 모든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장애인=무언가를 할 수 없는 사람(the disabled)’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능력을 가진 사람(the differently abled)’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이네케가 어둠속의 대화를 창안하게 된 계기다.


세계 굴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는 최근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의 고용 비율을 2020년까지 전 직원의 1%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시책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채우기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다.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을 정상인보다 훨씬 뛰어난 집중력을 갖춘 전문 ‘컨설턴트’로 인식한 데 따른 전략적 판단이다. 소프트웨어에서 버그를 잡아내거나 각종 기능을 테스트하는 작업은 SAP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매우 반복적이고 지루한 업무여서 정상인들은 큰 흥미를 갖지 못하고 쉽게 지쳐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폐증이 있는 이들에겐 이 일만큼 즐겁게 일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야도 드물다. 반복적이며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는 행동이나 활동에 집착하는 자폐 성향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최대 화두인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흔히 창의적 인재를 꼽는다. 그렇다면 창의적 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핵심은 뭘까. 필자는 어둠속의 대화나 SAP의 사례에서처럼 새로운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이른바 ‘뷔자데(vuj`a d´e)’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데자뷔(d´ej`a vu)’가 과거에 본 적도 없는 일을 마치 예전에 보고 경험한 것처럼 익숙하게 느끼는 기시감(旣視感)을 뜻한다면, 뷔자데는 이미 수백 번 보고 경험했는데도 마치 처음 접하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걸 말한다.


창의와 혁신은 대개 기존 현상을 새로운 틀에서 바라볼 때 일어나곤 한다. 동일한 문제라도 남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심지어 장애라는 부정적 요소조차 긍정적인 경쟁력으로 바꿔 생각하는 뷔자데 사고방식이야말로 혁신과 창의성의 발현을 위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뷔자데 능력은 대부분 하찮게 여기는 민들레의 진가를 알아보는 능력에도 빗대어 볼 수 있다. 민들레는 흔히 잡초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실은 뛰어난 약효를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열독을 풀고 악종(惡腫)을 삭히며 멍울을 깨트리고 음식 독을 풀며 체기를 내리는 데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민들레를 쓸모없는 잡초로 취급하며 외면하지만, 약초로서 민들레의 진가를 아는 약재상은 이를 활용함으로써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중엔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소통하기 어려운, 흡사 ‘사회부적응자’와 다름없는 이들이 종종 있다. 창의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고(故) 스티브 잡스 역시 특이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기업에서 재능 있는 괴짜들의 진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단지 어울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린다면 창의적 인재의 발굴 및 육성은 요원할 뿐이다.


모든 사람에겐 나름의 장점이 있다.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만 하기보다는, 각 사람이 지닌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개개인에게 숨겨진 경쟁력을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줄 아는 뷔자데 역량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 둔재와 천재의 기준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해 인재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사실, 동일한 현상을 보더라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이 없다면 창조경제의 실현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방실 (동아일보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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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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