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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의 이중성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의 갈등은 정부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포괄수가제 그 자체가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사와 병원의 과잉진료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런 행위가 의사와 병원만을 위하고 환자를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잉진료가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 점에서 포괄수가제 도입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적어도 포괄수가제와 같은 수가제가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현재의 강제 건강보험 제도라는 틀 내에서는 말이다.


의료 수가와 약가의 통제가 과잉진료 가능성을 높임


문제는 의사와 병원도 과잉진료가 옳지 못한 행위라는 점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의사와 병원이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폐업한 의사들, 문 닫는 병원들이 속출하면서 의사와 병원의 평균 수입이 예전과 같지 못하다. 수입이 낮아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약분업 시점부터 의사의 수가와 약가를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낮게 규제한 것이다. 의사의 불만과 병원 경영의 어려움은 이미 의약분업을 시행할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2000년에 의약분업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의사의 의료 수가와 약의 가격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의사와 병원이 약을 끼워 파는(연계판매) 방법으로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적절히 챙겼다. 그러나 2000년부터 연계판매는 일체 금지되고 의료 수가와 약가는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 의료 수가와 약가의 통제는 의사와 병원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그런 악화는 과잉진료 가능성을 높인다(또는 진료시간을 극도로 단축하여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것은 환자의 의료 지식 부족과 맞물려 있다. 즉 갑상선암과 같은 질병이 아니라도 규제로 인하여 과잉진료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의사와 병원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타내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뉴스도 간간이 보도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들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재정은 매년 적자를 내고 그만큼 세금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국민건강관리공단에 지원한 금액은 2002년 약 3조 677억 원이고 이후에 매년 증가하여 2011년에 약 5조 5,536억 원에 이르렀다. 2011년 정부지원금은 같은 해 국민건강관리공단 수입인 42조 6161억 원의 약 13%에 이른다. 정부가 건강보험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금액은 향후에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론의 압력으로 보험의 대상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건강관리공단은 세금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독점이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인센티브도 적을 수밖에 없다. 환자도 자신의 진료비와 관계없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료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크지 않다. 이것을 우리는 도덕적 해이 문제(moral hazard problem)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의사와 병원의 과잉진료가 없더라도 국민건강관리공단은 흑자 재정 또는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의 이중성


병원과 약국의 소유는 민간인이면서 가격과 같은 것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을 우리는 ‘간섭주의’라고 한다(대학병원과 같이 병원이 국가 소유인 경우는 ‘사회주의’이다). 간섭주의는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와 비슷하게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낸다. 의사와 병원의 과잉진료, 환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 건강보험 재정 적자, 서류 조작에 의한 보험금 타내기 등이 그런 문제의 일부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간섭주의라는 틀 속에서 보면 포괄수가제는 그 자체로서는 충분한 정당성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포괄수가제 그 자체가 더 많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바로 이 점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일면 타당한 것처럼 여겨진다). 예를 들어, 더 교묘한 과잉진료가 발생할 것이고 그것을 밝히는 데 더 많은 자원이 소요될 것이다. 반간섭주의, 즉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만이 간섭주의로 인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민간 의료보험(의사와 환자가 공히 민간 의료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공적 의료보험과 경쟁하도록 하는 길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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