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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기회유용 법리 입법에 대한 단상


최근 상법 개정으로 회사기회유용 법리(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doctrine)가 회사법의 일부가 되었다. 2012년 4월부터 시행될 개정 상법 제397조의2는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회사기회유용이 판례법의 발전이 아니라 성문법의 형식으로 상법의 일부가 되었다.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던 주제였던 만큼 성문화 이후에도 제397조의2가 어떻게 적용되고, 논의가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실무자나 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회사기회유용 법리를 성문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였다. 상법 회사편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회사기회유용 법리를 상법의 일부로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고, 극단적인 찬반양론으로 나뉘었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 법리는 기본적으로 미국에서와 같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과 관련된 손해배상 사건에서 소송대리인들에 의해 주장되고, 이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는 방식으로 판례법의 발전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되고 정비되어 안정화되면 그 정립된 부분을 성문화함으로써 규범의 확인과 명확성 보완을 해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 제정과정을 보면 일단 입법을 한 후 이를 두고 다시 토론을 하고, 시행을 해본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 입법을 하는 식의 입법과 시행 관행을 수차례 겪어왔기 때문에 이번 회사기회유용 법리의 도입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지만 상법이 가지고 있는 기본법으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입법화 논의가 추가적인 토론과 학술적인 발표를 통하여 성숙되고, 합의된 공약수가 입법이 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입법되어 있었다. 국회가 의안번호 11092호로 기존 7건의 상법 개정안을 통합한 후 상법이 갑자기 통과되었고, 그 내용의 일부로 이사의 회사기회유용 금지조항이 포함되었다.


회사기회유용 금지는 판례법으로도 가능


회사기회유용 법리는 이미 실무에서 변호사들이 이사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소송에서 주장하고 있는 법리였다. 이사가 과실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주장하고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 주의의무의 한 내용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상법상 규정되어 있다. 소송대리인은 이 충실의무 위반의 한 내용으로 이사가 회사의 기회를 유용하여 스스로 이익을 얻거나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회사기회유용 법리라는 것이 우리 법상 주장되지 않았던 것이 새롭게 입법화되어 논의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입법화되지 않으면 주장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주장되었을 때 법원이 그 법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장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법리상의 변용을 가하여 받아들이거나 법리의 일부만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법원은 개별사안에서의 구체적인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해 회사기회유용 법리를 적용하며 경영진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2011년 2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2. 25. 선고 2008가합47881 판결). 경제개혁연대 등 현대차 소액주주 15명이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 회장 등은 현대차에 826여억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이 사건에서 회사기회유용 법리가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원금 중 상당액이 통합물류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투자비용으로 사용돼 현대차에 일부 이익으로 귀속됐고 정 회장 등이 현대차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 글로비스 설립과정에서 정 회장이 자신과 자신의 아들 의선 씨만 지분을 인수하고 현대차는 글로비스의 지분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해 사업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현대차에 1조 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주들의 ‘사업기회유용’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여 회사기회유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법률신문 2011년 3월 23일자).


이 기사에 의하면 “정 회장은 1심 판결 선고 후 1주일 만인 지난 4일 글로비스 주식 63만6,784주(866억 원 상당)를 패소 배상액으로 현대자동차에 전액 양도했다. 정 회장이 1심 판결에 따라 현대차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이었다. 이 판결 이후 이 사건은 쌍방 항소 포기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 판결은 회사기회유용 법리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하여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되었다. 판결례의 정립을 통한 판례법의 발전이라는 것이 바로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KIKO 사건에서의 전개를 보면 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2008년 12월 “신의칙에 기한 사정변경 원칙”을 인정하여 가처분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가 학계와 실무계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2009년 4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정변경 원칙에 기한 계약해제를 인정하는 결정을 이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그와 같은 논리 구성을 폐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기회유용 여부가 관련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는 일련의 심급에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인데, 성문화를 통하여 상법 제397조의2로 회사기회유용을 규정한 것은 이런 발전과정 내지 법리의 진화단계를 거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회사의 기회’에 대한 법문의 해석이 관건


개정 상법 제397조의2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의 사업기회”라고 하면서, 그 각호를 “1.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 2.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로 나누고 있다. 문언의 내용으로 볼 때 제397조의2가 적용되는 사업기회는 이 두 가지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 논의는 이 법문의 해석에서 출발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성문법이 없을 때에는 판례의 형성에 참고하기 위해서 다양한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의 전개가 그 자체로 이용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논의는 해석론의 참고사항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1호는 내부자 정보(insider information)를 이용하여 이사가 이익취득을 도모하는 행위를 규제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2호에서의 ‘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므로 별다른 불명확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업기회”의 해석인데 ‘밀접성’의 해석은 현재 사업과 인접한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이 명확하게 예견되는 경우로 한정하여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몫이다. 법원은 객관적인 기준을 통하여 밀접성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전적(ex ante)인 불명확성이 위험인수를 본질적인 속성으로 하는 기업활동의 활력을 저해하고, 사회적인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awntec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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