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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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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는 개헌과 격차가 아니라 경제 자유와 성장에 집중해야


최악의 국회로 평가 받았던 19대 국회를 뒤로 하고 20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집중해야 할 아젠다가 개헌과 격차 해소로 설정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의 중요한 과제로 개헌을 제시했고, 우윤근 사무총장은 2017년 4월에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의 어떤 제도와 조항이 문제가 있어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지 설명은 없고 무조건 개헌이다. 구체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권력구조(power structure)를 내각제(Parliamentary system)나 이원집정제(또는 이원정부제 Dual executive system)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통령제(Presidential system)를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로 바꾸면 정치 선진국이 되고 동시에 나라도 부강해지는 것인지 의문이다. 과거 1960년 4·19 혁명 이후 경험한 내각제는 민주당 내의 구파와 신파의 세력 다툼으로 인한 극심한 정치혼란과 경기 침체를 결과했었다. 대통령제의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구조가 문제라지만 연립 정권이 출현하여 자리와 자원 나눠먹기가 일상화될 경우 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분권형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이원집정제 역시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를 구분하여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대선 이후 권력 나눠먹기의 제도화라는 목표가 두드러져 보인다. 남북통일 문제나 FTA 체결과 같은 이슈의 경우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모호한데 허구한 날 대통령과 수상이 영역 다툼으로 갈등하면 외교, 국방, 경제 모두 마비될 것이다. 이렇게 국민 선호도가 낮은 내각제와 인지도가 낮은 이원집정제 모두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집요하게 추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행정부까지 장악하고 싶다는 권력 확대의 의지 때문으로 보여 진다.

개헌에 뒤이어 3당 정당 대표들이 최근 집중 거론하고 있는 것은 격차 해소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습니다...경제가 성장해도 국민들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이제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입니다.”로 ‘중향 평준화’ 분배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입니다.”라고 규정하며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의회가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라고 ‘포용성장’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격차는 “기득권이 만들고 제도화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격차 해소를 위한 ‘20대 국회 로드맵’의 필요성을 연설했다. 정진석 대표의 ‘중향 평준화’, 김종인 대표의 ‘포용 성장’, 안철수 대표의 ‘20대 국회 로드맵’ 모두 ‘격차 해소’로 통하고 있다. 3당 대표가 모두 격차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파이 나누기’만 강조했지 나누어줄 파이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진정 개헌과 격차 해소가 막 개원한 20대 국회가 해결해야할 최고의 가치인지 의문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시행한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015년에서 4 계단 하락한 29위를 기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 수지 관리, 규제의 질, 기업가 정신 수준이 유럽 강소국인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과 비교하여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월 청년층 실업률이 12.5%로 전 연령대 실업률 4.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끝장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정부가 그림자 규제를 철폐해 시장 중심형 제도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 2년 3개월 전이다.

이러한 정부 공무원의 규제 관련 복지부동을 없앨 수 있는 규제 철폐 입법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었지만 국회는 외면해왔다. 도리어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축하 연설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진경제 도입을 위한 핵심 열쇠를 규제개혁으로 지목하고,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그리고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 입니다.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 합니다”라고 읍소했다. 과거 국회와 정부는 ‘규제 제정자’가 되어왔는데 이제는 ‘규제 파괴자’가 되어야 경제를 살리고 성장을 이루고 소득격차를 해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가 국회와 한 팀이 되어 규제를 양산해 왔는데 이제 대통령은 그 규제들을 풀어야만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2012)에서 번영을 위해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의 중요성을 주장한바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신기술과 기능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존재하는 경우 번영했음을 증명했다. 역사적 실례로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The Glorious Revolution)을 성공시킨 뒤, 의회가 국가 통치의 전면에 나서는 의회민주주의라는 개방된 정치체제를 실현하였으며, 18세기~19세기 초반 산업혁명을 이루어내고 대영제국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영국이 19~20세기 초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는 의회가 정치를 안정시키고, 사유재산권(私有財産權) 보장과 법치(法治) 등 시민(市民)과 시장(市場)의 자유 확산을 가져온 포용적 경제제도의 정착에 힘쓴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영국 의회민주주의는 시민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의 확산을 통해 성장과 번영을 가져온 시스템이었다. 이러할진대 대한민국 20대 국회가 가야할 길은 대영 제국(empire)을 만들어낸 영국 의회의 길이다. 20대 국회가 개헌과 격차가 아니라 경제적 자유 확대와 성장에 우선 집중해야함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김인영(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 iykim@hallym.ac.kr)

1)김인영, “국회가 ‘자유화’를 추진해야 하는 역사적 이유,” 국회의원 전희경 의원실 주최 [대한민국 국회, 이제는 ‘자유화’다] 정책세미나 발제문, 2016년 6월 14일.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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