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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8 중견기업 육성대책의 평가


지난 3월 18일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종합대책은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부담 완화, 기술력 강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향상, 해외시장 진출 지원 강화, 우량 중소ㆍ중견기업의 집중 육성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다양한 지원방안들을 담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그간 말만 무성하던 중견기업의 범위 문제를 올해까지 해결하여 법률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게 된 것이다.1) 이 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중견기업 육성대책 중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조세부담 해소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번 종합대책의 가장 큰 변화는 ‘부담완화기간'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함과 동시에 지게 되는 조세부담을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증가시켜 기업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중소기업 졸업과 함께 7%에서 10~14%로 급증하던 최저한세율이나 25%에서 3~6%로 급감하던 R&D 세액공제율이 점진적으로 변하게 되어 중소기업 졸업기업의 세금부담이 다소나마 줄게 되었다. 세금부담이 크게 느는 것을 방지하여 기업의 성장의욕을 고취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일단 환영받을 만하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25%의 R&D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으나, 중소기업을 졸업한 지 1~3년 된 기업은 15%, 4~5년 된 기업은 1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동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듦을 의미한다. 세율의 차별적 적용이 초래하는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라도 단순히 중소기업 졸업 3년차에서 4년차로 넘어가면서 왜 R&D 세액공제율이 15%에서 10%로 줄어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치 않다. 단순히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이 최대 6%이기 때문에 전체 수준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이번 대책은 기업의 조세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데 그칠 뿐,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의 행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밝힌 대로 이번 대책의 목적이 중견기업의 장기적 육성에 있다면 지금과 같은 일시적인 조세부담 경감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세율조정이 필요하다. 세율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양분하여 달리 적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 집단의 조세부담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는 중견기업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왕 중견기업 집단을 정책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면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그것이 최저한세율이든 R&D 세액공제율이든- 중견기업의 여력에 맞춰 정한 다음 이를 계속 유지하는 쪽이 올바른 정책방향일 것이다.


조세부담 경감과 관련하여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이번 조치에서 생산성 향상이나 투자와 관련된 세제가 그대로 존치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졸업과 함께 7%에서 3%로 낮아지는 생산성향상시설투자세액공제율2)이나 3%에서 아예 없어지는 투자세액공제제도3)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대신 정부는 신성장 동력이나 녹색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장기 설비투자 및 R&D 투자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그 시행방법에 있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on-lending) 제도를 통해 중견기업 지원 확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는 현재 정책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받고 있는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지원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온렌딩 제도의 성패를 실질적으로 좌우하게 될 집단은 정부와 중견기업 사이에서 자금중개자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들인데, 이들이 자금중개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토록 할 구조적 동기부여 장치가 없다.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원 대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과정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은행들이 직접적인 혜택이 없음에도 이러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지원 확대는 부실이 문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정책 사례에서도 보듯이 종국에는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4) 따라서 지원 확대를 통한 투자규모 증대보다는 세율조정을 통한 투자동기 강화로 정책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소재ㆍ부품ㆍ장비ㆍSW분야에서 매년 30개 유망응용기술을 신규로 선정하고, 기술당 3~5년간 총 100억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치 않은 것은 유망기술의 선정주체가 누구이며 지원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그 피해가 누구에게로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선정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지원이 이루어진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장치가 우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있어 또 하나 애로사항으로 지적되어 온 것이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제도이다. 기은경제연구소(2007)에 따르면 경영승계의 어려움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장수하지 못하고 단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5) 이에 대해 정부는 3ㆍ18 중견기업 육성대책을 통해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대상 기준을 완화하여 가업승계에 따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중소ㆍ중견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정책적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기존의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요건을 보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으로 사업 운영기간의 60% 이상을 피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하며, 피상속인이 법인의 최대주주이자 특수관계자의 지분합계가 50%(상장인 경우 40%) 이상인 경우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공제대상 기업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상장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요건을 40%에서 30%로 완화해 주는데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 원활한 가업상속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받고 있는 현행 공제제도의 적용대상만 넓혔을 뿐 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중견기업에게는 기존에 없던 고용증대 조건까지 추가되었다. 즉 중견기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 후 10년 간 상시근로자수의 누적합계가 상속연도 당시 근로자 수의 1,400% 이상이 되어야 한다. 요컨대 300인 규모의 기업을 상속받을 경우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 후 10년 간 지속적으로 420명을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요즘 일자리 창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기업이 처한 상황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가업의 원활한 상속이 가능토록 하려면 이러한 피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책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국제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가업상속 공제율의 선진화를 고려할 수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유명한 독일의 경우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85~100%를 공제받을 수 있으며 이웃나라 일본도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6)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제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에 불과하다. 공제율과 공제한도의 확대와 같은 질적 개선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세금 때문에 중소기업이 단명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에 있어서 조세부담의 경감과 체계적인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적 공감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세금부담 해소나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지원 확대는 근본적인 기업육성 방안이 될 수 없다. 성장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복잡하고 불합리한 기업규제제도를 개선하여 기업 스스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 육성의 길일 것이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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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범위를 산업발전법에서 정하지 않고 산업별ㆍ업종별 차이나 특성을 고려

하여 시행령을 통해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정책적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2) 공정개선 및 자동화시설, 첨단기술설비 등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7%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

하는 제도를 말함.

3) 기계장치 등 사업용 자산이나 정보관리 시스템 설비, 정보보호 시스템 설비 등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3%를 투자 완료 연도의 소득세 혹은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말함.

4) 김필헌, 『제조업 소기업 편중 현상 평가와 시사점』, 한국경제연구원, 2009.

5) 기은경제연구소, 『중소기업의 경영승계 실태와 과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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