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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 지방선거와 그리스발(發) 남유럽 재정위기


6ㆍ2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의 금 모으기와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경험과는 달리 그리스에서는 긴축재정에 반발하는 시위와 파업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그리스의 위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실 회원국들이 자국의 재정적자를 잘 통제하지 않는 한 유로존의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1)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에 속한 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모두 인수해 줄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 규율을 잘 지키는 여타 유로존 회원국(예를 들어 독일)의 국민들로 하여금 자국의 재정지출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경쟁적으로 국채를 과다하게 발행할 유인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EU 회원국들은 각국의 재정적자의 규모와 각국 국채의 유럽중앙은행의 인수를 제한하여 이런 유인을 통제하기로 합의한 후 유로화를 출범시켰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유로화의 장래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3%, 60% 이내로 제한하는 유럽연합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이 맺어졌다. 그러나 이 규정의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그 결과의 하나가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라고 할 수 있다.


각국이 서로 다른 통화를 쓰고 각국에 중앙은행이 있는 경우 각국의 정부가 재정을 조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중앙은행이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분지급준비제도 아래에서는 소위 통화승수만큼 더 많은 통화가 공급되고 이제 종전에 비해 더 많은 통화로 종전과 같은 양의 재화를 구매하게 된다. 자신이 지닌 돈의 가치, 즉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국민들은 간접적으로 세금을 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가장 먼저 중앙은행으로부터 증대된 통화를 공급받아 이를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기 전에 재정지출을 하는 반면, 많은 국민들의 경우에는 이미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한 이후 증대된 통화가 자신의 손에 들어온다.


만약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를 각국의 재정상황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해 준다면, 16개의 유로존의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국채를 발행해 인플레이션의 부담을 다른 국가의 국민들에게 넘겨 그들로부터 간접적인 세금을 거두고자 하게 된다. 유로화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당수 사람들은 그리스가 현재의 재정위기를 쉽게 수습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그리스가 “공동통화인 유로화에 묶여” 자국통화를 지니던 시절에 할 수 있었던 “환율이나 금리정책을 전혀 쓸 수 없음”을 지적한다.2) 다시 말해 유로존에 들어감으로써 종전에 가능했던 금리인하나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을 통해 자국 국민들이 지닌 돈의 가치를 하락시켜 재정부담을 줄이거나 외국인들에게 자신이 수출하는 재화의 가격을 낮추어 경상수지를 늘리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일단 통상적인 조세로 감당할 수 없는 재정위기 상황이 터지고 나면 사람들이 지닌 ‘돈의 가치 인하’ 방식으로 세금을 거두면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있음을 감지하기 어려워 조세저항이 적을 것이고 재정위기의 수습은 더 용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을 뿐인 상황보다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통한 간접 과세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터진 문제의 원만한 수습’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만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3) 다른 길이 열려 있을수록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선심성 재정지출을 ‘공짜’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한 유혹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국통화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채택함에 따라 재정 규율을 더 강화할 필요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만한 재정지출이 이루어지게 한 그리스 정치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의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는 어느 정도까지는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구제금융을 통해 민간부문의 손실이 정부의 부채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재정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런 와중에서 왜 특별히 그리스가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인지는 결국 평소에 재정 규율을 잘 확립하지 못해 재정적자의 폭을 외부 관찰자들이 보기에 너무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사태에 따른 대가의 대부분을 치르게 된 사람들은 그리스의 정치권이라기보다는 이런 선심성 정책의 위험을 간파하지 못하고 좌파성향의 정책을 지지한 탓에 가장 먼저 경제적 곤경에 처하게 된 그리스 국민들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 GDP 규모에 버금가는 대규모 안정기금이 마련되면서 일단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는 있으나, 기금의 조성만으로 유로존에 내재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유로존 국가들의 고민이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열리고 우리의 재정적자가 증대되는 속도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제 6ㆍ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한 번 되새길 일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점심 값은 그 누군가 반드시 지불해야 하며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그리스 재정위기가 시사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우리의 모습이 현재의 그리스의 모습과 대비되어 바람직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무료급식이 선거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보면서 다시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김이석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kimyiso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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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에 대해서 직접 논의하는 논문의 한 사례로는 다음을 참고, Woodford, M., "Control of Public Debt: A

Requirement for Price Stability?" NBER Working Paper 5684, July 1996.

2) 중앙일보 2010.5.7. E2면 참고. 그 외 이제민, “그리스 위기 성급한 통화통합 탓” 한국경제신문, 다산칼럼,

2010.5.9.

3)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은 경성 예산제약(hard budget-constraint)에, 그리고 여타 방법들을 동원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연성 예산제약(soft budget-constraint)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성 예산제약이

연성 예산제약에 비해, 사람들로 하여금 예산제약(budget constraint)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하므로 더 자

원절약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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