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FTA는 경기규칙... 경기는 선수에게 맡겨라


얼마 전 한ㆍ미 FTA 협정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지난 11월 방한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리 대통령이 자동차 분야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른 것이다. 당시의 발언이 야당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협정문 자체에 대한 재협상까지를 의미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렵게 합의해 놓고도 의회비준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한ㆍ미 FTA를 조속히 발효시키기 위해 무언가 돌파구를 모색해보자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동안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명분에만 매달려 실리를 외면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치적 부담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협을 통해 협정을 조기에 발효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통상협정이 마찬가지이지만 FTA도 당사국 기업들의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것과 같다. 그 규칙이 다소 유리할 수도 있고 또한 불리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해진 규칙 아래서 자국기업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출범한 이후 북미 자동차산업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주어진 기업들의 노력 여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우선 협정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기존의 미국ㆍ캐나다 자유무역협정(CUSFTA)에서 1998년 1월을 목표로 추진되던 자동차 교역의 완전자유화에 추가하여 NAFTA 협정은 멕시코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를 1994년 1월 협정 발효와 더불어 즉시 철폐하며 소형트럭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1998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는 2003년까지 완전 철폐되며 소형트럭에 대해서도 최초 50%의 관세가 감면되고 그 후 단계적으로 완전 철폐된다. 한편 20%에 달하는 멕시코의 수입관세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2003년에 완전 철폐된다. 특히 멕시코는 1989년 자동차 법령에 의한 국내 조달비율과 수출의무도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그 덕분에 자동차산업은 전자산업과 더불어 NAFTA 이후 역내국가 사이의 교역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되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NAFTA는 상당히 보호주의적인 조항도 담고 있다. 즉 NAFTA의 자동차시장 개방 혜택이 비회원국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CUSFTA에서 50%로 규정되어 있던 역내 부품 조달비율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오히려 62.5%까지 높였다. 특히 부가가치 산정에 있어 순비용 방식적용과 추적검사(Tracing Test)를 통해 조달비율의 부풀리기(Roll Up)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에서 생산된 자동차라 할지라도 역내 생산품으로 인정받아 NAFTA의 자유화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이 북미지역에서 조달된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NAFTA 이후 북미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접한 두 개의 자동차 산업이 자리 잡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던 미국계 Big 3 자동차기업은 멕시코에서 소형승용차의 생산을 특화하는 등 합리화 전략을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NAFTA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ㆍ유럽 등 외국계 Transplant 자동차 기업들은 NAFTA의 혜택을 받기 위해 역내에 추가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였으며 따라서 그들은 미국시장을 직접 겨냥한 현지화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15년이 지난 오늘날 북미 자동차산업의 모습을 보면 서로 다른 전략을 따른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의 과정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해 불어 닥친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불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그 동안 NAFTA의 보호 속에 안주하여 기술개발과 경영환경 개선 등을 등한시해 온 결과이다. 미국의 철강산업은 자동차산업과 더불어 한 때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소형전기로에 의존하여 지역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소위 고철 재생공장(Mini Mill) 체제로 전락한 철강산업은 미국에서 보호주의적 성향이 가장 강한 분야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었어도 여전히 낙후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농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된 이후 국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하여 올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ㆍ미 FTA는 의회비준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언제 발효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에 대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유리한 경기규칙을 가지고 출발하면 더할 바 없이 좋겠지만 결과가 반드시 그에 따른다고 할 수는 없다. 더 이상 규칙을 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이제 그 경기를 시작하고 그 결과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권영민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y_kwon@mju.ac.kr)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