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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2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종료에 관한 쟁점 검토


KT의 2G 서비스 종료(4G 서비스 개시)의 경위


KT의 4세대(4G) LTE 서비스가 금년 1월부터 개시되었다. 원래 작년 12월 초 2G 서비스(PCS) 폐지 후 곧바로 LTE 서비스를 개시하려 하였지만 2G 가입자 920여명의 신청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이 2G 폐지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가 항고심에서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소송을 제기한 가입자 측의 변호사는 "남아있는 2G 이용자가 1% 미만이라는 이유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멀쩡히 사용하던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고심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KT의 2G 서비스 폐지에 따라 2G 가입자 12만 5천명이 2G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2G 서비스로 갈아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향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2G 서비스로 갈아타더라도 몇 년 후에는 이들 사업자들 역시 2G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두 이동통신사업자의 2G 가입자가 현재 각각 700만 명, 9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들이 2G 서비스를 폐지하는 경우 KT와 마찬가지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멀쩡히 사용하던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비난에서 비켜날 수 없어 KT보다 훨씬 심한 갈등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거대 기업의 비윤리적인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경제체제에서 계약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계약에 의해 제공하던 2G 서비스를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종료하는 것이 당연히 비윤리적이고 위법하다고 비난하는 것이 마땅한지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약관에 서비스 중단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약관에 문제의 조항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2G 서비스의 종료를 승인해야 실제 서비스 종료가 가능한데 방통위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언론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하여 이러한 문제를 검토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대답을 얻었다.


계약 이행의 법적 구속력과 그 한계


‘계약은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근대 민법의 원칙으로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도덕률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민법도 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법은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경우의 원칙적인 구제방법으로서 강제이행과 함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채무 본래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강제이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강제이행의 하나인 직접강제는 이른바 ‘주는 채무’의 경우에만 허용되며 이경우에도 이미 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면 어떤 형태의 강제이행도 불가능하고 손해배상의 청구만 가능하다. 통신서비스와 같은 ‘하는 채무’의 불이행에 대해서는 직접강제가 불가능하며 성질상 간접강제나 대체집행에 의한 구제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은 지켜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은 결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손해를 배상하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좋은 경우가 많다. 또한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에 대한 배상의 청구만 허용되고 실제로 발생한 피해의 전부에 대한 배상이 강제되지 않는다. 계약의 파기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 민법은 통상의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건 아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자유’를 인정하는 범위가 매우 넓다고 말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계약은 자발적 교환에 의해 계약당사자의 물질적 만족을 제고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이의 지속을 통해 사회적 후생의 극대화가 달성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 계약의 상대방과 그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와 동시에, 계약이 일단 체결된 후에는 그 계약으로 기대했던 물질적 만족의 제고가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계약은 반드시 지키도록 법적인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계약의 자유와 법적 구속력의 인정은 시장경제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보장인 셈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민법이 계약에 부여되는 법적 구속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건 아래 계약 불이행의 자유를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컨대, 갑이 을과 계약을 체결한 후에 갑이 병과 다시 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하자. 을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상해야 할 손해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냉철하게 계산하여 거래상대방을 을에서 병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을 갑에게 부여함으로써 계약당사자들의 물질적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또한 제3자인 병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후적으로 을과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계약 이행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나 법적 구속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실 모두 경쟁을 촉진하고 사회후생의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계약 불이행으로 손해액을 쉽게 산정할 수 없는 경우(생명이나 신체 또는 정신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또는 발생할 손해의 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통상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계약 불이행에 대한 구제방법으로서 적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직접강제나 간접강제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결국 기존 가입자가 "2G서비스를 계속 제공받지 못해 생기는 손해는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항고심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타당하며 민사소송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에 행정법원이 가처분 결정으로 개입하였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다.


공공복리 - 방통위의 2G 서비스 종료 승인 여부 결정의 기준


통신서비스는 원래 현대인의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다중에게 공급한다는 공공성이 있고 독과점기업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별도의 규제관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제19조 제1항에 의하면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지하려면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조 제3항에 의하면 방통위가 제1항의 승인 신청을 받은 경우 해당 사업의 폐지로 인하여 공공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그 승인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방통위가 제1항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공공의 이익’이다.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이 2G 폐지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던 근거 가운데 하나가 2G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의 손해라 함은 2G 서비스가 폐지되면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01X'번호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될 위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행정법원은 기존 가입자가 특정 번호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누릴 편익이 침해될 위험의 방지를 중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항고심은 "기존 번호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 생기는 손해는 010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으로 2G 사업 폐지 승인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 번호를 사용함으로써 누리던 편익의 상실은 법이 보호하는 권리의 침해가 아니라 반사적 이익의 상실로 본 것이다. 또한, 항고심은 KT의 4G 시장 진입이 늦어질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과점 구조가 고착돼 소비자 편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KT가 내세운 2G 폐지가 지체돼 LTE 도입이 늦어지면 공공 자원인 주파수의 이용 효율성이 저하되고 다수의 잠재적 LTE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근거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차세대 통신망으로의 세대교체가 공공복리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항고심의 해석은 가입자가 기존 번호를 계속 사용하는 편익을 중시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였던 제1심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며, 현재와 미래의 가입자가 누리고 있거나 누릴 통신서비스 이용의 편익 및 관련시장의 경쟁촉진 등을 모두 고려하는 타당한 해석으로서, 추후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따라야 할 유용한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문지 (배재대학교 법학부 교수, moon@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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