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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교육개혁에 거는 기대


집권 3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매월 한 번씩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교육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챙긴다고 하니 머지않아 MB 스타일의 교육개혁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니 또 한 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MB의 10대 선거공약에는 엄연히 교육정책이 들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공약이 바로 대학의 자율화로서 지난 정부에서 대못질한 3불(不) 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학생의 선발권을 보장하고 입시를 세 단계로 나누어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자율화와 경쟁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그러나 이런 공약에도 불구하고 MB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대학의 자율화와 교육개혁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보다 엄격하게 얘기한다면 진전은커녕 자율화 정책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입시의 자율화는 획일적인 입학사정관제로 변질되었고, 자립형 사립고는 외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또 하나의 변형된 입시교육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획일적으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는 객관적인 성적은 외면하고 주관적인 정성지표만을 중시하니 벌써부터 많은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고교입시에서는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학교성적과 각종 시험점수가 우수한 학생들이 뺑뺑이를 잘못 돌려 눈물짓는 모습에 이 나라 교육의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차라리 자율화를 통해 수험생의 학습 성과를 중시하고 잠재력도 보완하는 다양한 제도를 학교마다 운용하면 해결될 터인데, 정부는 여전히 획일적인 규제만을 고집하고 있다.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을 이끌어갈 고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국가 백년대계의 목표와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학등록금의 상한제를 입법하고, 전국대학의 교수평가 제도를 모범규준으로 획일화하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제정된 사학법의 개정도 논의조차 안 되고 있으며, MB 정부의 자율화 의지도 분명치 않아 보인다. 대체로 이번 정부도 교육개혁의 핵심이 자율화와 수월성의 제고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보다는 형평과 평준화를 추구하는 오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개혁이라는 미명과 포퓰리즘이 결합하여 대학의 자율화 정책은 더욱 더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에는 항상 그럴듯한 꼬리표가 달려 있다. 수요자인 수험생의 편의와 후생을 증진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며 누구나 쉽게 대학에 들어가게 만든다는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잣대로 평가해도 지당하고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정부가 등록금을 빌려주고 취업 후에 갚게 하는 제도도 얼마나 서민의 고통을 배려한 것인가. 학교 성적은 아예 감안하지 말고 입학 사정관이 수험생의 잠재력을 평가해서 뽑아야 한다는 것도 일견 친서민적인 바람직한 발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살펴보자.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지 않은가. 당장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수두룩하고, 애써 대학을 마친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백수’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여전히 사교육비에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 계층은 이런 제도에 염증을 느껴 아예 이 땅을 포기하고 있다. 몇 배 비싼 해외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유학생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등록금상한제까지 걸어 놓았으니 우리 대학의 앞날은 갈수록 암울하기만 하다. 가격을 규제하면 품질이 나빠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등록금 의존율이 65%를 넘는 사립대학을 그런 제도로 묶어 놓았으니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부에서는 드디어 등록금 규제에 성공했다고 쾌재를 부르지만, 과연 어디에서 가격 규제로 뜻을 이룬 사례를 찾아볼 수 있겠는가.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대학은 적어도 다음 두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세계적 명문이 적어도 몇 개는 등장해야 하고, 둘째는 소외계층도 학비 걱정하지 않고 그런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 조건들은 자율과 경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다.


대학도 구조조정해야


우선 몇 십 년 동안 선거 때만 외쳐오던 자율화를 실질적으로 실행해 보자. 선거공약처럼 단계적으로 학교가 원하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 그리고 대학 간 경쟁을 치열하게 유도하자. 수험생이 동시에 여러 대학을 지원하게 하여 특성화되지 않은 경쟁력 없는 대학들의 구조조정도 유도하자. 규제는 오히려 경쟁력 없는 대학을 살리고 백수를 양산한다. 최근 약학대학 신설 허가와 같이 소수 정원을 많은 대학에 일률적으로 나눠주는 식의 정책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나라 전체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대학정책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정부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과 소외계층의 배려 정책에 집중하면 된다. 대학에서 길러진 전문 인력과 고급기술이 몇 천, 몇 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가. OECD 회원국 중 우리처럼 대학교육 지원에 인색한 정부가 어디 있는가. 4대강 사업비의 4분의 1만 투자해도 대학등록금이 반값으로 내려간다는 주장도 있다. 지원은 외면한 채 획일적인 규제만 강화하면 세계적인 명문은커녕 ‘붕어빵 대학’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대학 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더 이상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는 교육 문제가 정부 규제로 해결될 수 없다는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 차라리 모든 것을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맡겨 보자. 선진국의 성공모델을 우리도 적용해 보자.


정갑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jeongk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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