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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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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통계는 한국 대기업이 고용을 적게 한다고 말하고 있나?


로또 1등 당첨자들이 전날 꿨다고 말한 대박꿈 중 돼지꿈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면 돼지 꿈을 꾼 다음날 복권을 사면 1등 당첨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주로 돼지 꿈을 꾼 사람들이 복권을 구입했고 이중에서 1등 담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1등 당첨자는 돼지꿈을 꾼 사람중에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돼지꿈은 1등 당첨 확률과는 무관하다. 통계의 오류 또는 오용·남용의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7 (Entrepreneurship at a Glance 2017)’이라는 보고서와 관련 국내 일부 언론 보도내용에서 도 이와 유사한 통계의 오용·남용들이 발견된다.


첫째, 보고서 통계는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전체의 12.8%이며 이는 조사 대상 OECD 37개국 중 그리스(11.6%) 다음으로 낮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통계는 엄연한 팩트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한국 대기업은 고용을 더 적게 한다” 라고 단순히 해석할 수 있을까? 분명 오류다. 보고서는 대기업(제조업)의 숫자도 함께 제시한다. 한국은 701개로 일본(3,576), 미국(5543)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낮은 것은 대기업이 고용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250인 이상 고용규모의 대기업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기업당 고용인원 평균으로 보면 제조업의 경우 한국 대기업은 1,048명으로 미국(1,051), 일본(1,443), 브라질(1,090)에 이어 4위이다. 중국 GDP가 세계 2위라고 해서 중국인들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한국 대기업의 총부가가치 대비 노동자에 대한 보상 비중(제조업 기준)은 28%로 조사 대상 32개 국가 중 아일랜드, 멕시코(26%)를 빼고는 가장 낮으며 한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 대기업은 총부가가치의 73%를 노동자에게 돌려줬다”라는 통계는 어떤가? 국내 대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열악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위 통계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은 독일보다도 훨씬 낮아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1인당 임금을 달러로 표시한 OECD보고서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대기업의 임금은 거의 9만달러(ppp기준)수준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이며 독일보다도 높다. 미국(7만달러 중반), 일본(6만달러 초반) 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그림 1> 참조]. 국가간 노동집약도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 한국의 10~19인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은 대기업의 41.3%으로 바닥권이다” 이라는 보도내용. 물론 틀린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임금이 과도하게 열악하다는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5~19인 중소기업의 1인당 임금은 30개 조사대상국 중 15위로 최소한 바닥권은 아니다. 기업간 임금 격차는 전형적으로 노동 생산성 격차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생산성 격차와 함께 비교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OECD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언론의 주장처럼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소득주도 성장론이 필요할 만큼 한국 대기업이 고용을 적게 하고 노동자 보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중소기업 임금이 너무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 고용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고용을 강요하기 보다 기업경영여건을 개선해 우리 경제에 지금 보다 몇 배 더 많은 대기업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의 원인도 중소기업의 임금이 열악해서라기 보다는 대기업 근로자 임금이 주요 선진국 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근로자의 임금을 단순히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닐 것이다.


구미에 맞는 통계만을 인용해 대기업을 마치 임금착취세력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정당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김창배(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대우교수 / inforum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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