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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계획 무산의 정치경제학적 배경과 하반기 유가


지난 6월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59차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OPEC의 현재 석유 공급량보다 150만 배럴을 추가 증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4개국이 증산을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알제리, 앙골라, 이라크, 리비아 등 7개국이 증산에 반대함으로써 증산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회의 종료 후 증산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나이미(Ali Naimi)’ 석유장관은 “이번 회의는 사상 최악”이라며 증산 실패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하였다.


세계 석유 공급량을 조절하는 석유 수출국 모임인 OPEC이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할 뿐더러 분파적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에 국제 여론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80%를 보유하면서 약 40%의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들이 자칫 석유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 석유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OPEC 내부의 의견 충돌이나 결속력에 대한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60년 9월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OPEC 결속력의 문제점, 과연 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생산쿼터 준수에 대한 강제성 없어 OPEC 결속력 약해


우선 OPEC 출범의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보자. 1960년 미국이 자국의 석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유 수입을 제한하자 산유국들의 석유 판매량이 급감하였다. 게다가 미국의 풍부한 석유 생산으로 석유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석유 수출 이외에 국부를 증진시킬 방법이 없는 대다수의 산유국은 수출 감소와 유가 폭락으로 국가재정 수입이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생산량을 줄여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산유국들이 OPEC을 결성하게 된 것이며, 회원국의 석유생산쿼터를 통해 세계 석유 공급량을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OPEC 결성의 근본 목적은 생산량과 국제유가 조정을 통해 산유국이 원하는 석유 판매수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개별 회원국에 할당된 생산쿼터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별다른 제재수단은 없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OPEC의 결속력은 강화될 수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회원국은 오히려 생산쿼터를 위배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들어 OPEC 회원국이 생산쿼터를 줄여야 하는 경우 개별 회원국은 줄어든 쿼터를 위배하고 싶은 동기가 발생하게 된다. 줄어든 쿼터보다 더 많은 생산과 판매를 하게 되면 그 만큼의 많은 판매수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분석을 통한 실증연구들 역시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OPEC 회원국은 할당된 쿼터를 초과하여 생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대로 석유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여 유가가 상승세로 접어든 경우 회원국은 할당된 생산쿼터보다 더욱 적게 생산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이미 쿼터보다 적은 생산량으로도 목표 수입이 달성되었기에 조만간 생산량 쿼터가 상향조정될 때까지는 쿼터보다 적게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부 증진이 석유 판매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산유국의 이와 같은 경제구조와 함께 생산쿼터 준수에 대한 강제성 부족은 OPEC의 결속력이 강화될 수 없는 근원적 배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번 OPEC 회의 결과 증산이 무산되었던 배경도 회원국 간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용하였다. 증산을 주장한 4개 회원국은 공통적으로 잉여생산능력이 풍부한 산유국들이다.1) 국제 석유 공급시장에서 언급하는 잉여생산능력이란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므로, 이들에게 쿼터 증대는 판매량 증산과 수익 증대로 직결된다. 그러나 증산을 반대한 7개 회원국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잉여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2) 따라서 이들에게 쿼터를 확대하더라도 즉각적인 판매량 증대로 연결될 수 없어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증산을 주장하는 4개 회원국이 하반기 세계 석유 수요가 약 150만 배럴 증대할 것이라 전망하며 OPEC의 증산을 주장하였지만, 증산을 반대하는 7개 회원국은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하반기 세계 석유 수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엇갈린 수요 전망을 통해 증산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서방과의 외교관계에 따라서도 증산 찬반 엇갈려


이렇듯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와 함께 최근의 OPEC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배경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도 거론할 수 있다. 우선 증산을 찬성하는 회원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과의 외교관계에 있어 친밀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증산에 반대하는 회원국은 자국의 핵실험이나 종교적 갈등으로 서방 선진국과 불편한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방 선진국들은 거대 석유소비국으로서 세계 석유 공급이 증대되기를 원하는 입장이기에 친 외교관계를 가진 회원국은 증산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반면 반 외교관계를 가진 회원국으로서는 증산에 반대할 입장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OPEC 회원국 간 고질적인 분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OPEC이 의견을 조율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증산을 주장하는 카타르는 리비아 내전의 반군을 지지하여 카다피 정부의 리비아가 증산에 반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증산을 주장한 사우디 역시 ‘시아파’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수니파’ 바레인 정부를 지지하여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증산에 반대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요 150만 배럴 이상이면 유가 상승압박 심할 듯


OPEC 결속력 약화로 무산된 증산계획이 국제유가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가 문제이다. 하반기 국제유가 변동의 핵심 변수는 역시 수요부문이다. 증산을 주장한 산유국들의 전망처럼 수요가 150만 배럴 이상 상회한다면 국제유가는 상승압박을 매우 심하게 받을 것이다. 비록 사우디를 비롯한 증산에 찬성한 산유국이 쿼터 이상으로 생산량을 높여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쉽게 안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증산을 반대한 회원국이 주장한 대로 유럽을 시작으로 하반기 세계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된다면 하반기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최성희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choisu@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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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324만 배럴, 카타르 20만 배럴, UAE 18만 배럴,

쿠웨이트 13만 배럴의 잉여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2) IEA에 따르면 내전 중인 리비아의 잉여생산능력은 제로 수준으로 급감하였으며, 알제리 6만 배럴, 에콰도르 1

만 배럴, 베네수엘라 10만 배럴 등 7개국의 평균 잉여생산능력이 9만 배럴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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