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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IGS 국가부도 위기의 교훈


지난 12월 10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11월 금리인상 결정에 따라 그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던 정책기조가 바뀌는 듯했으나 여러 가지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 정상화의 속도가 잠시 늦춰진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유럽의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이었다. 지난 여름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과 함께 일단락되는 듯하던 유로존의 위기는 최근 “우리는 다르다”고 외치던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다시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통칭 PIIGS로 불리는 나머지 국가들, 즉 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계속되고 있다.


PIIGS 국가들의 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시도된 바 있는데, 대개 PIIGS 경제의 과도한 부채 규모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세입 증대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PIIGS 국가들의 위기를 재정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다소 단순한 시각이다. 개인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나라살림도 단순히 빚이 많다고 해서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PIIGS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부채 규모 때문이 아니라 이들 경제에 내재하는 불균형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PIIGS 국가들의 경험에서 올바른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 경제에서 어떠한 불균형이 나타났고, 왜 이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PIIGS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는 근본적으로 경제활동, 즉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IIGS 국가들의 부채 규모가 크더라도 생산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더라면 해외투자자들의 불신감은 적잖이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PIIGS 국가들 사이에서 국가경쟁력의 대표적 지수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가 적자 행진을 계속하면서 다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 경제의 생산활동은 자본과 노동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은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결정함으로써 거시적 생산함수에 포함된다. PIIGS 경제의 위기는 자본과 노동의 분배가 왜곡되고 정부정책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생산함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다.


PIIGS 국가들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경상수지 적자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포르투갈은 민간소비 부문에서, 그리스의 경우 정부 수요 부문에서 나타난 초과수요가 경상수지 적자 심화의 원인을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시장의 개입에 의해 불균형이 해소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때 이른 유로존 가입으로 인해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해외투자자들은 유로존 회원국이라는 명분 아래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켜 이들 나라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고 오히려 더욱 많은 해외자금이 유입되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이후 장기간 지속되던 저금리 기조는 이들 나라의 초과수요를 더욱 가열시켜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IMF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유로존의 금리는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특히 PIIGS 국가들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 이들 경제의 불균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보인다.1) 결국 유로존 가입과 저금리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이 이들 경제가 위기를 맞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PIIGS 국가들 중 그리스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는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위기를 맞게 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 나라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재정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구제금융에 기인한 단기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성격의 문제이다. 우선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우 유로존 가입과정에서부터 여타 회원국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재정지출의 감소를 통해 재정적자 수지 3%라는 가입조건을 충족시킨 반면에 이 두 나라는 재정수입을, 즉 세입 확대를 통해 재정건전성 기준을 충족시켰다. 이후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상황은 세입 확대보다 세출 증대가 재정건전성 강화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학계의 주장을 입증해 주는 사례가 되었다. 유로존 가입 이후 두 나라의 재정지출은 걷잡을 수 없는 확대일로를 걸은 반면에 세입은 계속 하락하여 정부부채의 급증 및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였던 것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비대해진 공공부문과 복지지출의 과도한 확대 때문이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일반 공공서비스가 전체 정부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5~2008년 기간 평균 19%로서 유로지역 평균 14%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보장지출의 경우, 1999~2008년 기간 중 그리스가 연평균 4%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포르투갈이 그 뒤를 이어 연평균 2.5%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유로존 전체로 볼 때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이 연평균 -0.4%의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2)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유로존 가입과 함께 재정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었는데, 그리스와 포르투갈과 달리 정부의 비효율성이 원인이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비효율성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인데, IMD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정부 효율성은 조사 대상국가들 중 49위를 기록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재정운용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이탈리아의 재정제도는 의무지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 데다 예산안 수립과정이 복잡하여 재정지출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 또한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마련한 국내안정성협약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어 이 나라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PIIGS 국가들 중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노동시장의 왜곡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들 두 나라의 국제경쟁력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노동생산성의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95~2008년 기간 중 미국과 비교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노동생산성은 약 20%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유로존이라는 고정환율체제하에서 노동생산성의 하락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어 경상수지 적자 지속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재정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문제는 노동생산성의 하락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의 지속적인 노동관련 규제개선 노력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노동규제 강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노동생산성이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비대칭적인 고용보호제도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우 고용보호 측면에서 비정규직에 비해 정규직에 적용되는 해고비용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 고용보호제도는 기업들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정규직이 될 기회를 박탈하여 근로자의 인적자본 축적 동기를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3) 이탈리아의 경우는 더욱 심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상이한 고용보호제도가 운용되고 있어 지역 간 노동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찾을 수 있다. 우선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나 PIIGS 국가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향후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임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여 11월에 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으나 12월 들어 다시 동결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저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욱 크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 들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연평균 약 13%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사회복지지출 또한 연평균 4.5%의 증가세를 보여 2007년을 기준으로 GDP의 10.1%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국가채무 증가세와 향후 인구고령화 등으로 인한 복지지출 확대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약 10년 안에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이 지금의 PIIGS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또 다른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재정건전성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복지지출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확충하되, 사회적 약자 지원의 성격이 약한 복지지출이나 소비성ㆍ일회성 복지지출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하여 복지관련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험을 되살려 우리나라의 고용보호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향후 달러화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 제고는 시급한 정책과제이다. 비정규직 관련 규제의 완화와 함께 정규직에 대한 과도하고 경직적인 고용보호 수준을 개선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원활한 노동자원의 배분 및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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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MF, “Regional Economic Outlook", World Economic and Financial Survey, October, 2010.

2) Eurostat 통계

3) 스페인의 경우 이러한 비대칭적 고용보호제도로 인해 비정규직의 약 5%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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