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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협상개시와 일본의 역할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발생으로 촉발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는 일본의 통상외교적 전략에 따라 2005년 호주, 뉴질랜드, 인도로 확대되어 아세안+6 정상회의(정식명칭은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발전했다.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는 지난 15년간의 논의와 연구를 거쳐 2012년 11월 아세안+6 경제통합의 시발을 의미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개시로 발전했다. 한편, 아세안 국가들은 기존 아세안 FTA(AFTA) 체제와 ‘아세안 중심주의(ASEAN Centrality)’의 공고화에 주력해 왔고, 동북아의 한중일(CJK) 3국은 2001년부터 논의해 온 3국간 FTA 협상을 2013년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동아시아에는 AFTA, CJK FTA 및 RCEP이 주요 무역블록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들 협정이 상호 견제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통합의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여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RCEP으로 지역통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향후 AFTA-ASEAN Centrality와 CJK FTA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SEAN 국가들은 기존 ASEAN+1 FTA 체제를 근간으로 ASEAN이 지역경제통합에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동북아의 CJK FTA가 형성되면 지역경제통합 논의에서 CJK FTA로의 무게중심 수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CJK FTA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질 수 있다. 미국 주도의 TPP와 아세안과 일본이 추진해온 RCEP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부터 중국은 CJK FTA 협상 개시를 한국과 일본에게 강력 요청해 왔다.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에서의 리더십 약화를 우려해 온 일본은 중국이 주창해 왔던 동아시아 FTA(ASEAN+3 FTA)보다는 동아시아경제동반자협정(CEPEA, 사실상 ASEAN+6 FTA) 추진을 내걸었다가, 2011년 아세안과 더불어 CEPEA라는 명칭 대신 RCEP으로 포장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체를 들고 나오게 되었다.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위한 일본의 적극적 움직임

내각제 정치체제와 농업부문의 강력한 정치권 로비로 그동안 일본의 FTA 정책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후진성을 면하기 어려웠다. 2011년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하여 현 노다정부는 TPP 협상 참여를 대대적으로 공언하였지만, 농업계의 반대로 TPP에 참여하지 못했다. 미국 및 EU와의 FTA 협의를 언론을 통해 간간이 흘리고 있지만, 일본 국내 정치용일뿐 실질적인 진전은 아직 없다. 2004년 말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한국 관계자들을 설득해 왔지만, 실무급 논의만 수년째 하고 있을 뿐 협상 개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일본 통상당국은 중국의 리더십 부상에 대응하고, 일본 국민들에게 자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경제통합 추진을 보여주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2012년 11월 1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15차 ASEAN+3 정상회의에서 일본 통상당국은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명칭조차 생소하지만 뭔가 심오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RCEP 협상 개시 선언으로 자국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논란이 되었던 TPP 가입 논란을 접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보다는 일본의 정책방향이 반영된 RCEP을 주도해 나가게 되었다는 것을 자국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이 주도했던 한중일 FTA를 통해 그동안 중단되었던 한일 FTA 대체 수단을 확보하게 된 것은 공짜로 챙긴 정치적 어부지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 당국이 한중일 FTA, 좁게는 중국과의 FTA를 타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한중 FTA 협상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한중일 FTA 구도 내에서 중국과의 FTA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는 통상당국의 설득이 일본 농업계와 농업정치인들의 반대를 돌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3년에 한중일 FTA 협상은 시작되겠지만, 3년 내 타결은 어려울 것이다.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후에 협상 타결이 가능하거나, 몇 번의 협상 후 적당한 명분하에서 명칭을 바꿔 ‘유명무실한’ 협정을 만들어 서명함으로써 3국이 체면만 살리는 결과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원산지기준 조화, 서비스와 투자, 통상제도 선진화 등으로 RCEP 범위를 국한시켜 추진하는 반면, 관세를 포함한 시장개방은 기존 양자간 FTA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함으로써 RCEP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도록 할 것이란 점이 언급되고 있다. 농업개방 문제를 비켜나가는 그야말로 일본식 발상이다. 하지만, 아세안+1 FTA에서의 원산지기준은 주로 40% 부가가치 기준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갖고 있기에 원산지기준 조화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다. 서비스와 투자 역시 FTA에서 개방되는 것은 별로 없고, 특히 아세안 국가와 인도가 참여하는 RCEP에서는 기대난망이다.


FTA대국으로서의 한국,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에서 신중한 정책결정에 필요할 때


경제통합 도미노이론에 따르면,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제대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경제규모가 큰 한중일 FTA 결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3자간 FTA는 양자간 FTA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3자간 협상은 양자간보다 이슈가 더 많아지고 협상타결이 더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고, 현재 중국과 양자간 FTA 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을 포함한 높은 수준의 FTA를 일본 당국이 확약하더라도 한일 FTA 추진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일본과의 FTA에서는 다수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일본과의 FTA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중 FTA 하에서 한국은 GDP 2∼3%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한중일 FTA에서는 1%대 GDP 경제효과가 실현된 것이란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한중 FTA의 과실을 까먹는 한중일 FTA 협상을 정부당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나라가 추진해온 FTA 추진논리의 핵심은 GDP 개선효과이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 통상외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통상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되나 우리나라에서 통상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은 FTA 정책을 유지하고, FTA 통상정책에 대한 대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FTA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이미 FTA대국이다. 다른 국가의 입장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신중한 정책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IFP),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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