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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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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최근 우리경제는 무기력증을 넘어 우울증에 빠진 분위기다.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투자는 두 자리 수로 감소세가 확대되었고, 성장을 견인해 오던 수출은 감소로 전환되었으며,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내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소비마저 회복세를 멈춘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가는 내려오고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경제성장 전망치를 앞 다퉈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본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하향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2019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2% 초반수준에 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세계경기의 회복세가 일단락되고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게 되었으니 수출 감소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학계와 산업계의 조언에 따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내수침체를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현 상황은 안타까움을 넘어 무척 안쓰러운 모습이다. 전환기에 놓인 현시점에서 내수마저 내려앉게 된다면 지식서비스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은 물론 일본이 버블붕괴 이후 겪었던 장기불황을 우리도 맞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내수기반의 약화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적 잉여는 투자로부터 출발하며, 고용을 유발하는 원인 역시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지속된 反기업적 정서와 경제민주화 기조는 그 본연의 목표인 분배정의를 실현하기는커녕 기업들의 투자의욕만 저하시키는 非이상적인 결과만을 초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류 속에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지원해 오던 정책과 지원들은 최근 몇 년간 사라지거나 그 규모를 축소해왔다. 그 결과 혁신적 성장을 위한 투자는 정부의 공허한 구호로만 남게 되었고, 정작 투자의 주체인 기업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결단할 의지를 잃은 채 단기적인 수익에만 연연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경기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생산성 저조로 실질임금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온 가운데 정부의 대출규제와 보유세인상은 소비심리와 소비여력은 극도로 위축되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 중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2007년 평균 77%에서 점차 하락하여 이제는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비심리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꽁꽁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다양한 소득지원 정책들은 가계소득을 늘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지표 개선에도 효과가 없음이 통계청의 최근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각계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추진해 온 정책의 결과이기에 경제주체들의 실망과 공허감은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소비여건을 개선할만한 유인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소비가 당분간 되살아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무기력증을 넘어 우울증에 빠진 현 경제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정경분리의 확고한 원칙 아래 현재 숫자로 드러나고 있는 지표와 결과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분석결과 상에 나타난 정책상의 오류와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여, 경제회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편, 정치권은 경제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비효율적인 정쟁을 멈추고 위기상황을 극복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기대를 가지고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낸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위기극복을 위해 서로의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하며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결과였음을 되새겨야 할 때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seung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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