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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교육인플레이션 해소도 자유시장 논리로


지난 달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6개 대학의 퇴출을 발표한 바 있다. 구조조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문제는 대학 구조 조정이 원래 취지에 맞게 대학의 질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부실대학을 교육당국이 ‘손보는’ 데 맞추어져 있어,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육당국의 대학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과 함께 대학난립에 따른 정원 미충원 문제와 대졸자 취업 문제도 있다. 이 문제의 발단은 1996년부터 이른바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있다. 그 결과 대학 난립과 졸업생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채 20년도 안 된 사이 대학생 수는 2배가 증가하였다. 게다가 저(低)출산으로 작년부터 대입학령(學齡) 인구가 줄고 있다. 여기에 대졸 과잉인력이 일자리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다. 설사 취직을 해도 취업자는 원하는 양질의 직장이 아니어서, 고용주는 원하는 인력을 구할 수 없어서 모두 불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는 ‘교육인플레이션’의 해소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교육인플레이션은 교육의 가치, 정확하게 표현하면 교육받은 사람의 능력이나 자질이 교육받은 징표인 졸업장(학위)에 비하여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그 원인으로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준칙주의에 따른 대학정원의 무분별한 확대로 인한 인력의 공급과잉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을 많이 받는 것을 선(善)으로 보는 사회적 신념이 강하여 교육받은 인력의 질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한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언론의 그릇되고 일관되지 못한 보도관행이다. 즉, 언론이 고졸 인력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대졸 인력의 임금이 얼마큼 큰가를 보도하면서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몰고 가는 것이 문제이다.


원인이 세 가지이므로 이에 따른 해결책 역시 세 가지이다. 첫째, 공급과잉을 막는 방법은 교육을 자유 경쟁 체제에 맡기는 것이다. 공급과잉의 원인인 준칙주의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준칙주의를 내세워 교육의 국가독점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은 화폐 주조의 국가독점이 악성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는 라스바드(M. N. Rothbard)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화폐 주조 또는 화폐 공급을 자유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위폐 방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독점을 하니까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게 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교육의 국가독점에서 비롯된 교육인플레이션 현상과 그 본질에서 하등의 차이가 없다. 라스바드가 화폐주조의 국가독점을 ‘사기’라고 본 시각도 이런저런 사회적 명분을 내세워 교육에 대한 가격규제(대표적으로, 등록금 규제)와 수량규제(대표적으로, 입학 정원규제 및 증설 인·허가권 독점)를 통하여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현상과 그 본질이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러 가지 공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공적 자금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교육당국의 교육규제는 결국 세금을 낸 일반국민들과 그 자녀들의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므로 그것은 납세자에 대한 일종의 속임수인 것이다.


정작 준칙주의를 내세우려면 대학이 설립, 정원, 등록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자유 시장처럼 국가간섭 없는 경쟁도 보장되어야 한다. 또 만성적 정원미달인 대학이 퇴출되도록 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그것도 막혀 있다. 우리 현실은 퇴출도 국가가 ‘퇴출명령’을 내려야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 아울러 교육당국의 정원 규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되 등록금 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정원만 풀게 되면 현재보다 더 심한 부작용이 드러난다.


둘째, 교육인플레이션의 구체적 해결방안은 교육 내적으로는 학력(學歷) 인플레이션 해소에 있다. 즉 대학졸업장의 ‘효용가치’를 높여주는 질 관리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사관리를 강화하고, 대학 스스로가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를 선도하는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학사관리를 강화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퇴출당한’ 카이스트의 전(前) 총장이 그랬고, 몇 해 전 주인 바뀐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학과 통폐합 하나만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 문제는 구체적으로 대학 내 구성원들의 각성이 없다면 해결될 수 없다. 지금처럼 학점(學點)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대학교육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담당자가 대학졸업 학력과 성적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대학 내의 자정 노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 같았으면, 이미 퇴출되었을 부실대학은 공적 자금에 기생하는 좀비기업처럼 국가 재정에 기생하는 형국이 지속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 고졸-대졸 인력 간의 임금 차를 줄여야 한다는 보도관행은 그릇된 평등의식을 조장하였다. 교육비는 교육받는 데 투자하는 비용만이 아니라 기회경비도 포함된다. 당연히 대졸 인력이 임금을 적정 수준 이상 받아야 경쟁력 있는 대학 교육이 가능하고, 성취 의욕도 고취된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대학교육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려 하겠는가? 이 역시 인간의 이기심에 의존해야 한다. 더 이상 이러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천박한 경제논리’라는 둥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외국의 잘 나가는 기업이나 연구소가 연봉제를 채택하여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을 천박하다고 몰아붙일 것인가. 공부 많이 하고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지닌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 특히 선동적 구호로 곧잘 활용당하는 공동체 가치 훼손을 내세우면서 사회 전반에 그릇되게 형성된 평등의식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교육인플레이션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지만, 교육경쟁력의 암적(癌的) 요인은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다. 평준화 정책이 교육 만악(萬惡)의 근원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평준화 정책이 교육 만악의 근원인 여러 가지 까닭은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09년 간행된 졸저, 고혹평준화해부 참조).


구조조정은 공기업과 공공부문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의 경쟁체제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 교육인플레이션은 해소된다. 국가장래를 책임지겠다는 국가지도자들과 교육당국은 말로만 ‘교육 백년지계’라고 하지 말고, 교육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교육인플레션 해소와 대학구조조정, 그리고 평준화 정책 폐지에 대한 명백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정래 (부산교육대학교 교수/교육학, duke77@b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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