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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재량권 행사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 건설업체 사장이 20년 넘게 한 지역의 검사들에게 ‘접대’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반 국민들은 검찰의 신뢰도를 사회적 영향력에 비하여 낮게 평가하고 있다. 작년에 조사한 25개 파워조직의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검찰의 영향력은 주요 대기업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뢰도는 14위를 차지하였다.1)

검찰의 영향력은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 및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만이 수사를 지휘하며 기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2008년 검찰에 접수된 사건 건수는 270만 건이 넘는데, 이중 기소된 건수는 130만 건으로 전체사건의 48.1%를 넘는다. 지난 20년간의 추세를 보면 검찰의 기소비율은 대체로 5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절반 정도의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의 재량권 행사로 처벌의 위험을 면한 셈이다.

검찰의 재량권 행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처벌의 가치가 높은 범죄행위부터 선택하여 기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벌의 가치는 대체로 기소하였을 때의 승소확률에 범죄행위가 초래한 해악의 정도를 곱한 것으로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ㆍ경제적 여건에 따라 해악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검찰이 수사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정치나 여론의 동향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효율적인 법집행을 하려면 결국은 때에 따라서 처벌을 유예하거나 아예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재량권이 남용될 수 있는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ㆍ경제적 이해가 크게 걸린 사건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신에 유리한 수사나 기소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아가 장래에 혹시 이루어질 수사나 기소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고자 검찰과의 친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검찰이 바로 서지 않으면 검찰의 재량권이 일부 개인이나 집단에 유리하게 남용될 수 있다.

물론 검찰의 재량권 남용에 따른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제도는 마련되어 있다.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나 재항고를 비롯하여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도 가능하다. 국회의 의결을 거치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효과를 보려면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존재하고 항고나 재정신청에 따른 비용보다 이익이 커야 한다. 그러나 뇌물사건을 비롯하여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범죄의 경우 그리고 항고나 재정신청에 따른 이익이 다수에게 분산될 경우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검찰의 재량권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검찰의 불기소처분 사건에 대한 항고나 재정신청건수의 비율은 1989년 0.5%에서 2007년 1.5%까지 점차 증가하였다. 2007년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재정신청이 가능한 사건의 범위가 확대되고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재정신청 건수가 전년에 비해 20배 넘게 증가하였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2.2%에 불과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하튼 재정신청이 크게 증가한 것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검찰의 재량권 행사는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누구나 납득할 수 있으며 또한 남용의 소지도 줄어든다.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검찰에 대한 견제기능이 부족해서 재량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2) 이에 미 법무부는 검찰의 기소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의 기준3)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 재량권 행사의 지침과 절차를 정한 규정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편람의 형태로 작성되어야 하며 특별히 보안이 필요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공개되어야 한다. 최근 검찰의 재량권은 기업범죄에까지 확대되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 검찰도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려면 재량권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검찰 내에 수사공소위원회가 있어서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법원 판결에 대한 항고나 상소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일부사건에서 법무부의 지침에 따라 조건부 기소 유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기소 여부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검찰의 재량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마련과 공개는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야 법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또한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점을 검찰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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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eslie Donavan, "Comment:: Justice Department's Prosecution Guidelines of Little Value to State and

Local Prosecutor," the Journal of Criminal Law and Criminology Vol 72 No.3,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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