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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경제는 정치에 달려 있다


경인년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운용을 해야 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구석구석 남아있는 금융위기의 불씨에다가 날로 커지는 원자재 가격의 불안요인으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위기가 극복되었음에도 고용이 늘지 않고 분배구조는 악화됨으로써 내수기반이 여전히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2010년 성장률을 현재로서는 4~5% 정도로 다소 낙관적이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더욱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고용불안은 올 한해 우리 경제의 큰 근심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인년은 우리에게 힘찬 도약이냐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경제운용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두 가지 경제외적 요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 하나는 정치품격을 높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를 회복하여 이른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확충하는 것이다.

먼저 정치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우리 정치의 현장인 국회는 정상적인 보습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올해 예산안도 12월 31일 마지막 순간에 파행 끝에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되었을 정도이다. 세종시로 시작된 치열한 공방을 근저에 깔고서, 예산안은 4대강이, 노조법은 선명성 논쟁이 통과를 계속 지연시키면서 결국 다른 수많은 법안통과를 막았을 정도이다. 국민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정치권의 고질병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느 국가보다 빨리 극복했다고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한민국이 왜 국회를 보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는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왜 우리 정치는 또 우리 국회는 이 모양인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직접 뽑은 국회의원이라 우리 책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싸우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내년 지방선거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어쩌면 우리 국민들이 욕을 하면서도 주로 싸우는 모습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주로 정치인들의 싸움을 취재하려 한다. 싸우지 않고 정책을 놓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분히 논란을 벌이는 곳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정책에 있어서도 따분하고 어려운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이미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의 내용이 아닌 슬로건이나 포장술에 집착하면 할수록 정치인과 언론은 국민들이 가지게 될 이미지 만들기에 급급하게 된다. 정책의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서 진실을 보여주려는 인내가 소용없다는 이야기이다.

‘부자감세’라는 단어에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정책 이슈들이 모조리 포함되어버리는 ‘이미지 정치’ 앞에, 법인세율 인하가 가져올 궁극적인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먹히기는 애당초 힘들다. 결국 2년 전 법을 통과시켰던 법인세율 인하를 시행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합의하에 유보할 수 있었던 것도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세금과 관련된 정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므로 한 번 법으로 정한 것은 시행하고 난 뒤 그 효과에 대해 과학적인 평가를 하고 나서야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계획을 통과시켰던 2008년보다 2009년이 더 나빠진 상황이 아닌데도 법인세 인하를 유보한다는 것은 다분히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라는 것도 변명이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우선 지출을 줄이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비단 세금만 문제가 아니다. 서민을 위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 수식어 하나만 붙이면 그 내용에 대한 검증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된 지도 오래다. 포퓰리즘에 이끌려 시행되고 확대되는 사업들은 결국에는 대상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국민들에게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우리 경제를 도약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두 번째 요인은 신뢰회복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신뢰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는 바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이 되는 것인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국가 신뢰도는 OECD 국가 중에서 22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 우리는 정부, 국회, 전문가, 심지어 시장에 대한 신뢰마저도 그 어느 때보다도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후쿠야마(Fukuyama) 교수가 『신뢰(Trust)』라는 책에서 저신뢰 사회로 인식되던 한국이 신뢰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어 낸 원인을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그 중 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이를 통한 신뢰회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다. “한국의 사례는 정부가 유능하고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경우 해묵은 문화적 성향을 극복하고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2010년은 정부의 신뢰 나아가 시장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정치인, 전문가,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 모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여 사회적 자본 확충에 힘을 모으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모든 이슈에 대해 포장이 아닌 내용으로 그리고 잠깐이 아니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행동하는 습관을 터득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경인년 정치를 바로잡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할 경우 우리는 새롭게 도약하여 세계중심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우리 역사에 경인년이 이를 기념하는 해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종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ba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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