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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재고되어야


최근 국회에서는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일감 몰아주기)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제23조1항7호)에 따르면, 계열사간 ‘지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지원행위가 ‘경쟁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하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쟁 제한성’과 ‘회사이익 침해’ 여부가 부당성 판단 기준이 되어야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정에서는 지원행위가 ‘경쟁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필요 없이 그러한 ‘우려’가 있다는 사실만 밝혀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당국이 이것조차 입증하기 어렵다며 더 쉽게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보호하는 법이다. 그런데 경쟁을 제한할 ‘우려’조차 밝혀지지 않아도 규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과연 공정거래법을 통해 이러한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한지 의문이다.


결국 최근 법개정 논의의 핵심은 경쟁제한성과 무관하게 ‘지원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지원행위’ 자체에 대한 규제에 집착하는 것일까? 대기업집단 오너의 사익추구행위가 계열사간 지원행위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을 규제하기 위해서다. 즉 오너가 자신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가 이득을 보고 지분이 적은 계열사가 손실을 보도록 계열사간 거래를 지시해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회사이익을 침해하는 오너의 사익추구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은 회사법을 집행하는 법원이다. 경쟁제한성 판단을 전문으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다. 각각 부당성 판단에 대한 비교우위가 다르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이러한 기본적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회사법과 법원의 영역인 오너의 사익추구행위 규제를 대 놓고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사익(私益)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법과 달리 공익(公益)을 보호하기 위해 계열사간 지원행위를 공법인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것이 ‘경제력집중억제’라는 공익(公益)이다.


‘경제력집중’ 여부를 기준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할 경우 ‘경쟁’도 훼손시키지 않고 ‘회사이익’도 훼손시키지 않는 계열사간 거래도 규제할 수 있게 된다. 거래 때문에 이득을 본 사람들은 있지만 피해를 본 사람이 없더라도 경제력이 집중되었다는 이유로 규제할 수 있게 된다. 거래 당사자들은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았다고 항변해 보겠지만 별 소용없을 것이다. 어차피 부당한 경제력집중인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력집중’은 상당히 다의적인 개념이고, 법에서 경제력집중의 개념 정의나 어떤 경우에 경제력집중이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아마 제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규제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경제력이 집중된 거래라고 규제하면 그게 부당한 경제력집중이다. 경제상황과 여건에 따라 그 판단기준이 매번 달라지며 오히려 불공정한 잣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공정거래법과 회사법이 적절히 역할 분담을 하는 법체계가 구축되어야


계열사간 거래를 이용한 오너의 사익추구행위를 손해배상소송 중심의 회사법이 아닌 행정규제 중심의 공정거래법으로 손쉽게 규제하고자 하는 의도를 ‘경제력집중억제’라는 모호한 공익(公益) 뒤에 숨겨서는 안 된다. 회사법이 할 일을 공정거래법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제력집중억제’라는 공익을 부당성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경우 규제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과잉규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계열사간 거래의 부당성 판단 기준은 ‘경쟁제한성’과 ‘회사이익 침해’여부로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경쟁훼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회사법은 회사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본래의 업무인 ‘경쟁을 훼손’하는 계열사간 거래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이 부분을 보완할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법에서 규율해야 될 사안을 공정거래법에서도 규제하기 위한 법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법 외에도 공정거래법에서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하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오너의 사익추구행위를 더욱 확실히 규제할 수 있어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계열사간 거래가 계열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인지 아니면 오너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를 회사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외형적으로 불공정해 보이는 행위이면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겉으로는 불공정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 거래는 얼마든지 있다.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러한 행위로 자신들의 재산적 가치가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주주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법에 근거한 주주들의 이러한 판단을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직접 판단하려고 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업으로 회사법 집행을 도와줄 수 있지만 이것을 본업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자칫 경쟁보호라는 본업까지 소홀해 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과 회사법이 적절히 역할 분담을 하며 ‘경쟁을 훼손’하거나 ‘회사이익을 훼손’하는 계열사간 거래를 철저히 규제할 수 있는 법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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