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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시리즈 20] 헌법을 왜곡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


우리나라는 1987년 헌법개정당시 경제민주화가 헌법적 가치로 도입되었다. 헌법이 규정하는 우리나라 경제기본질서의 중심은 119조이며, 이 조문은 ①항과 ②항으로 구성된다. 제①항은 자유 시장경제를 천명하고 있으며, 제②항이 경제민주화를 천명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통상 ②항은 ①항을 보완한다고 본다.


헌법 제 1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도입할 때도 그러했고, 지금의 논의도 그러하고, 도대체 그 뜻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 결과가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없으며, 겨우 재벌 대기업을 청산할 것이냐 혹은 규제를 어느 정도 할 것이냐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119조 ②항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애매성을 갖고 있다. 그 첫째는 마지막 구절의 경제민주화를 일부 학계나 정치계에서는 통상“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의 두 구절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받아드려서 균형발전과 적정 소득분배 문제, 그리고 대기업의 시장지배와 경제력집중문제 등을 다 경제민주화문제로 다루고 있는데, 사실상 ②항의 문장은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문맥상, 앞의 두 구절과 마지막 경제민주화 구절은 병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법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균형발전과 적정 소득분배문제나 재벌규제문제는 경제민주화의 포괄 범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경제민주화는“경제주체간의 조화”문제로 특정화되는데 그럼 “경제주체간의 조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서 두 번째 애매성이 들어나는데, 1987년 헌법개정당시 국회 헌법개정안기초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현경대 전의원의 설명(신헌법, 1988, 박문각, pp.94-95)에 의하면,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란“..... 정부·기업·가계라는 경제주체가운데 종전에는 정부주도경제운용에 치우쳤으나 민간주도로 전환하여 효율성을 극대화시킴과 아울러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노동경제상의 양대 주체간의 협조를 통한 산업평화와 노사공영의 이룩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②항 전체)는 동시에 경제에 대한 규제·조정의 방식 및 한계를 규정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지극히 민간중심적인 사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경제민주화는 경제민간화”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이는 당시 헌법개정안소위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종인 전의원이나 일부 학계나 여야당에서 주장하듯 경제적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통한 서구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벤치마킹이나 재벌체제의 개혁이라는 해석과는 전혀 다른 해석인 셈이다. 김종인 전의원은 그 동안 경제민주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창해온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구체적 정의를 제시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민주화”라고 정의하고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경제부문의 독재자인 재벌의 경영을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이들의 경제민주화주장을 종합해보면 그 스펙트럼이 넓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사회민주주의 혹은 그 이상의 경제평등이념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여기서 현 전의원의 해석에 믿음이 가는 것은 바로 위의 ②항의 앞의 두 구절에서 균형발전, 복지가 언급되고 재벌규제문제가 언급된 상항에서 굳이 이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경제민주화를 다시 추가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균형발전과 적정소득분배를 추구하고 재벌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막기 위해 경제에 대해 규제·조정을 할 수는 있으나 이를 경제민주화라는 이름하에 추구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민간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의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정부규제·조정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으로, 경제를 규제·조정하더라도 관치경제나 사회주의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는 “경제 민간화”선언으로 이해되는 것이 마땅하지, 일인일표의 민주주의 절대 평등원리에 의해 경제를 관리하겠다는 사회민주주의선언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일부학계나 정치권은 그 동안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의 본래적 정치철학적 의미나 이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그리고 헌법상의 도입취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그 의미를 표퓰리즘적 정치구호로 “반 헌법적”으로 왜곡해온 셈이다. 이제 국내 경제민주화논자들은 경제민주화가 헌법의 선언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그 본래 취지를 재음미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에서도 이런 헌법왜곡을 바로 잡는데 나설 필요가 있다. 이는 정치권이 지향하는 서구 사민주의 국가모델이 이미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좌승희 (서울대학교 교수/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KERI 칼럼_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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