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소비자 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가계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다. 가계소비는 내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실물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가계소비지출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대하고 있다.
가계소비지출의 구성에 대한 최근의 한 연구는 2008년 2/4분기에 가계는 소비의 지출액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지출의 패턴을 바꿈으로써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1) 소비자들은 주로 가정 밖에서 지출하는 외출형 소비지출을 줄인 반면에 가정 안에서 지출하는 재택형 소비지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제충격으로 생계형 소비지출이라 할 수 있는 재택형 소비 증가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 분석을 통한 미시적인 접근으로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설명할 수 있다.
가계소비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식료품ㆍ의류ㆍ의약품 등의 비내구재 지출이 소비를 대표하는 주요 변수로 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내구재가 가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지출의 변화가 심하며 경기변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구재는 지출규모가 크고 구매시점을 다르게 고려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통한 할부 혹은 대출 등을 이용하여 구매하게 된다. 따라서 이자율이 내구재 지출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시계열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은 경기침체기에 이자율 변화에 대해 내구재 소비지출의 감소폭이 매우 컸음을 보인 바 있다.2)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도 내구재에 대한 이자율이 비내구재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결과를 제시하였다.3) 이러한 이자율 탄력성에 대한 분석은 정부의 이자율 정책에 따른 소비지출의 영향에 대한 정책적 효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1997년의 외환위기, 2002년말의 신용카드 대란, 그리고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인하여 내구재와 비내구재 지출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내구재 지출의 경우 2008년 4/4분기에 일반가구는 -23.2%, 가정용기기는 -10.8%로 크게 감소하였고 또 2009년 1/4분기에 자동차 구입은 -46.6%, 가정 및 가전기기는 -10.1%의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하였다. 외환위기 동안 일반가구는 1998년 2/4분기와 3/4분기에 각각 -49.4%, -39.1%, 가정용기기 또한 -45.0%와 -41.6%의 감소율을 보였다. 신용카드 대란 후인 2003년 1/4분기에는 일반가구는 -25.4%, 가정용기기는 -37.9%의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위와 같이 경제충격이 발생했을 때 가구의 소비지출이 변화했는데, 특히 비내구재보다는 내구재의 소비지출을 크게 줄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내구재 지출의 감소현상은 최근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정부의 저금리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충격으로 인한 여파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내수촉진을 위한 노후차량에 대한 세제지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적절한 정책이었다. 이 정책으로 2/4분기의 성장률을 전년동기 대비 0.8%p 끌어올렸다. 정부는 자동차구매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크다는 판단아래 하반기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노후차량에 대한 세제감면 조치를 올해 말까지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노후차량 세제지원과 같은 재정정책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 과잉생산과 같은 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갑작스런 수요의 증가로 인해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는 경우 지속적인 수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공급된 많은 생산량이 소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잉생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자동차산업이나 다른 전자제품산업의 경우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과 같이 한 개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하여 하위의 여러 개의 부품산업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최종재에 대한 수요의 변화는 하위 산업에 대한 영향으로 크게 파급되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고 인식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올해 말까지 시행을 예정하고 있는 세제지원의 지속적인 효과가 의심스럽다. 정책의 효과는 시의성과 지속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인지하고 집행되고 있는 정책의 지속기간을 더욱 더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즉 경기변동에 따른 향후 정책의 파급효과를 예상하여 신속하게 정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제충격으로 인한 정책의 시행은 단기적인 처방책으로만 이용하고 장기적으로 경제가 충격을 벗어나 소비자의 심리가 개선되면 자연히 전체적인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설 윤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seoly@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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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종규(2009)
2) Mankiw(1985)는 과거 1979~1982년 사이의 미국 경제의 침체기에 비내구재는 4.9% 증가했으나 내구재는
5.8% 감소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3) 차은영(2000)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의 한국가구패널조사 자료에 바탕을 두었으므로 외환위기와 최근의
경제위기의 효과는 고려하지 못하였다.
<참고문헌>
박종규, 『소비지출 구성비의 변화와 정책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2009.
차은영, “소비내구재와 실질이자율의 기간 간 효과”, 계량경제학보, 11(4), 2000, pp.87-104.
통계청, 『2009년 1/4분기 가계동향』, 통계청, 2009.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통계청.
Mankiw, N. Gregory, “Consumer Durables and the Real Interest Rat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67(3), 1985, pp.353-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