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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화’가 신화가 되지 않는 사회


작년 12월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6명에 대한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그 가운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람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었다. 신임 김용삼 차관의 최종학력이 고등학교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고졸 신화‘라고 칭하고 역대 ’고졸 신화‘ 차관이 누가 있었나를 조명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신화라는 말은 신비스러운 이야기나, 실제 발생할 수 없는 절대적이고 희귀한 사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주로 통용된다. 그러다 보니 ‘고졸 신화’라는 말이 고등학교 졸업으로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작년 12월에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대학·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66.2%로 2016년 대비 1.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행 방식의 조사가 도입된 2011년 이래 취업률이 67%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진학률은 2011년에 조사기준이 변경된 이후에 계속 70%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청년실업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에 9.0%대로 진입하더니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은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일자리를 찾다보니 본인의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아니면 쉽게 취업하려 들지 않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마땅히 쓸 사람이 없어 오히려 구인에 애를 먹고 있다.

심각한 인력 낭비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과잉진학을 완화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나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독일식 도제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직업계 고등학교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개편하고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녹록치 않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성화고의 경우 학령인구의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전체 입학생 수 대비 특성화고 입학생 수, 전체 학교 수 대비 특성화고 학교 수 등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성화고 취업률도 최근에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에는 하락으로 급반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진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대부분 결정된다. 대학교육이 거의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독일이지만 초등학교 졸업생의 40% 정도가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실업계 학교에 진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해도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독일식 도제시스템이나 직업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성화고 재학생 가운데 부모의 희망교육수준이 전문대 이상일 경우 학생의 졸업 후 취업 가능성은 39.6~44.6%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학생의 진학에 부모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고졸에 대한 부모의 부정적 인식은 특성화고 졸업 후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성세대인 부모의 인식이 곧 사회적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문대 이상의 학력에 대한 희망교육수준은 고졸 이후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대학 위주의 학력과잉 사회의 체질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고착화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졸 취업의 성공사례 등을 널리 알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나 체계적인 커리어 관리가 가능할 수 있는 정책 수립 및 홍보 활동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업에 성공하고 훗날 중견 관리자나 고위직으로 진출할 때에도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에 직면하여 고졸이라는 이유로 승진에 차별받지 않도록 노동시장에서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한편, 학생들에게는 직업교육을 조기에 제공하여 학생 스스로 대학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부모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이끌어 줄 수는 있지만 학생 자신의 미래는 학생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자녀를 대학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등 하루하루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서 고학력사회에 매몰되어 세계의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추후 부담해야 할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지금 당장은 어렵다라도 고졸이라는 말에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한걸음씩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옮겨 나가야 할 때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장 / jsyo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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