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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제대로 유지할 돈 없으면 차라리 민영화하라


정부가 가스공사의 유상증자 계획을 무산시켰다. 가스공사는 지난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전환우선주 발행, 제3자 배정 신주발행 등 유상증자 근거를 정관에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조항이 삭제된 채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가스공사는 부채비율이 344%나 되어서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자 했던 것이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가스요금 수준으로는 가스를 도입하면 할수록 가스공사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가스공사에서는 요금인상을 못해 쌓인 누적적자를 미수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 가스요금을 조금 인상해서 미수금 수준이 2009년 6월 5조 원에서 올해 4조2천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초 올해 3월부터 도입하려던 가스요금 원가연동제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그 도입을 미뤄버렸다. 이처럼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하니 하는 수 없이 돈을 꾸어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스공사는 도입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스요금으로 모자라는 돈을 메워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도 쓸 돈이 많다.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개발 사업에만 7조3,4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스공사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자본규모를 4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9월에 내놓았던 것이다. 유상증자 외에도 해외 에너지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DR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유상증자를 반대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은 없는데 유상증자를 허락하게 되면 3자 배정 증자로 정부가 최대주주 위치에서 밀려나게 된다. 돈은 없지만 주인행세는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공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공기업인 한전도 자산규모가 70조에 가까운 엄청나게 큰 회사이지만 자본금은 1986년에 3조원 수준을 넘겼고 그 후로 조금씩 자본을 증가시켜 현재 겨우 3조2천억 원 수준이다. 그 결과 전력설비를 많이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증자를 하지 못하고 부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어 한 때는 부채비율이 꽤 높이 올라간 적도 있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전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공기업이 투자를 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려면 세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첫째는 자본시장에서 증자를 해서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은행에서 돈을 꾸거나 사채를 발행해서 부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요금을 인상해서 이익을 남기는 방법이다.


그런데 정부는 요금인상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는 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키고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30% 감축시킨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요금의 인상이다. 에너지절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등 이른바 중요한 녹색전략은 에너지요금의 인상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대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기진작에 주력하고 친서민정책을 이유로 전기ㆍ가스 등 에너지요금은 동결시켰다. 작년에 공기업의 재정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요금을 소폭 인상하기는 하였으나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야심찬 녹색성장 계획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공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증자를 통해 자금을 끌어 오는 방식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하고 동시에 정부의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로선 공기업이 돈이 필요하다면 부채를 끌어들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이것도 여의치 않다. 이번에 가스공사가 생각해 낸 묘수는 자산재평가로 알려져 있다.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을 낮춘 후 다시 부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의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공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럴만한 돈이 없으면 차라리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옳다. 요금이 오르는 것이 두렵다면 경쟁을 도입하고 요금규제를 별도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가 제대로 공기업을 가꾸지 못하고 가꿀 능력도 없으면서 민간이 가꾸지도 못하게 막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법경제연구실장, sb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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