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5대 국정목표 중 한 가지가 복지 관련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인만큼 사회복지 문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증가했고, 2019년 정부 예산에서도 전체 예산(469.6조원)의 34% 가량이 사회복지정책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복지단체의 역할, 즉 민간 차원의 기부행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세법개정은 이러한 기부활성화 필요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 2013년 세법개정으로 기부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2014년부터 기부 인원 및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계속 강화되던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제한규정은 2016년 개정을 통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관련이 있는 성실공익법인의 주식취득기준을 10%에서 5%로 더욱 강화하여 공익법인 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GDP 대비 기부금 비중도 2011년 0.84%에서 2016년 0.79%로 낮아졌고, 2014년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증가하던 기부금이 최근 세법 개정으로 인해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현재 상황은 기부의 활성화 및 정착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가 개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 (개인) 기부금공제 인원이 ′14: 539,987명, ′15: 478,893명, ′16: 392,220명으로 감소,
(법인) 기부금이 ′14: 4조9천억원, ′15: 4조8천억원, ′16: 4조6천억원으로 감소 추세
공익법인 관련 세제를 강화한 역효과로 공익법인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공익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또한 주식을 증여받은 공익법인과 과세관청 간의 증여세 다툼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기부자들은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증여를 재고할 수 밖에 없다. 최근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생전에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한 것에 대해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부과한 소송사건이 있는데, 다행히 1심에서 공익법인이 승소했지만 최종판결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지속적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가 감소한다면 필수불가결한 공익사업도 축소될 것이다.
* 공익법인의 수는 2010년 29,132개에서 2013년 29,849개, 2015년 34,743개로 증가하였다가 2016년 33,888개로 전년에 비해 감소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및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은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지만,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상(성실공익법인 10%)을 증여받은 경우 증여세가 부과된다.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ㆍ취득 제한 규정은 상속ㆍ증여세 회피방지 규정인데,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선의의 주식기부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공익법인이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을 출연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기부자 입장에서 주식기부를 꺼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공익법인의 실질적 지배여부 또는 사후지출행위에 대한 통제를 통해 면세혜택을 판단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한 지분을 초과한 것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배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과세하므로 문제가 있다. 특히 공익법인 등 자선단체가 비과세로 취득할 수 있는 주식지분율의 경우에도 미국은 총 발행주식 중 20%, 일본은 50%인 것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이 세법상 제재를 받지 않는 주식취득비율(5%)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단지 공익법인이 주식을 취득ㆍ보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법인이 실질적으로 공익법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기업의 부(wealth)의 이전 통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공익재단도 재산 출연 시에는 상속ㆍ증여세 회피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공익재단들이 미국사회발전에 끼친 영향은 상당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포드재단은 123억 달러의 자산으로 세계 2위 규모이고(2018년 기준),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등 활발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기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공익법인의 주식취득 단계에 대한 세법상 제재에서 벗어나 지출 및 관리단계에서 조세회피 여부 등을 따져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 및 보유 한도를 미국처럼 별다른 조건 없이 20%로 확대하고, 공익법인의 주식취득이 경영권 승계 등의 기업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되지 않고, 해당 기업이 제3자에 의해 유효적으로 지배되는 경우 주식취득 및 보유 한도를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대신 매년 공익법인 재산의 5% 이상, 재산의 운용수익 50% 이상을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하거나, 출연주식으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의무배당을 받도록 사후관리 요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익실현의 수혜자가 ‘사회 전체’라는 관점에서 사회 환원과 공익사업 지원 목적의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기부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 장려 대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dwlim@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