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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부채 실상을 알리고 경각심 일깨워야


지난 8월 30일 한나라당의 연찬회장에서 ‘2011년도 예산안 및 세제개편'에 대한 윤증현 장관의 강연과 의원들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간단한 현장 스케치를 전하는 언론 소식만으로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윤 장관이 질의응답의 말미에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교육ㆍ국방ㆍ외교 등 각 분야별 예산수요는 넘쳐난다”고 고민을 토로하고 있는 점은 당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질의에 나선 강명순 의원은 “복지위 상임위가 열리면 항상 기재부가 예산을 깎아 서민복지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대통령께서도 서민을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을 늘려 달라”고 촉구한다. 정해걸 의원은 서민에게 쌀을 지급하는 방안과 관련해서 “쌀은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50대 50으로 부담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기재부에 예산만 올라가면 전혀 안 된다고 한다”면서 “어떤 최고위원들은 기재부가 국회와 청와대 위에 있다고 하던데 맞나”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의원들의 요구는 각각의 상임위 활동이나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상임위와 지역의 이익을 넘어서 국가 전체의 입장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일일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고 나라의 곳간을 누군가는 지켜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힘겹게 방어하는 장관과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예산을 배정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고 갔을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늘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한정된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행정부 사이에는 갈등과 알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래에 우리 사회는 점점 정부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서민 정책'이란 이름으로 막 행진을 시작한 정책들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더 정부 부담이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자원이 넉넉하다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희소성'이란 항상 우리가 자원배분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시대정신의 변질이다. 금융위기라는 특수성에다 가진 자를 대변하는 정권이란 오해를 불식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된 정책들이 거대 정부를 향한 길을 재촉할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다. 그런 정책들이 필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는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닌가? 단적인 사례로 2003년 서민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에 LH공사의 빚은 불과 20조 원에 지나지 않았다. 세종시, 혁신도시개발사업 등이 더해지면서 그 빚은 2008년 86조 원까지 더해지고 이들 사업에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사업까지 합쳐지면서 급기야 올해 12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2년에는 176조 원의 부채가 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제주체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과잉부채 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상황에 이미 와 있다. 공기업과 국가의 부채가 그렇고 지방정부의 부채도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 부채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부채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가? 내부 유보를 한껏 쌓아놓은 상태에서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부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채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중국 특수를 기대하고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해외투자를 추진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가운데 장부에 현재화되지 않는 부실 자산으로 고민하는 기업들이 예상외로 많을 것이다.


“빚 앞에 장사가 있을 수 없다”는 1997년 외환위기의 교훈은 한 번이면 족하다. 가용자원을 아껴 사용하고 경제주체들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생이다”는 주변의 찬사가 가진 빛과 그림자를 면밀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우쭐거림보다는 우리의 실상에 대해서 더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주체 대부분이 과잉부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런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곳곳에서 돈을 더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은 딱하기 짝이 없다.


경제주체들의 부채 문제의 실상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지라는 것은 항상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지 않은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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