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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트라우마와 정치인


태평양 너머 캘리포니아 한 농장에서 광우병 젖소 한 마리가 발견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의 50%를 개봉하는 등 검역강화에 나섰다. 10년 7개월짜리 늙은 소에다 사인도 전염의 위험이 없는 비정형 돌연변이로 판명됐지만, 4년 전 광우병 촛불 시위의 트라우마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다수 시민들은 그간의 ‘학습효과’를 통하여 광우병에 관한 웃지못할 괴담들이 하나같이 모두 사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야권 주도의 촛불 시위는 시작도 못하고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 또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성 없는 관료와 정치인들의 눈치보기로 합리적 공론화 힘들어


바로 관련 부처 관료들의 소신과 전문성 부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노무현 정부 막바지인 2007년 10월 미국과 1차 쇠고기 협상을 벌였다. 당시 우리 협상단은 일체의 양보없는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다. 그 결과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우리 정부 대표단은 미국과 2차 협상을 벌였다.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를 파격적으로 들어주고 돌아왔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물량에서 3%도 되지 않는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한 점이나 WTO에서 보장된 검역주권을 양자적으로 포기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쇠고기 문제를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농식품부 관료들이 대통령이 바뀌자 다시 협상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더욱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해서 선동하고 다녔던 전임 농식품부 장관들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현직 장관의 말이 믿기 어려운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실제 위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정치인 또한 단 한명도 없다. 왜 그럴까?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촛불이 무서워 진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광우병 사태는 결국 그 후 두 차례 추가협의를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고 WTO 협정에 따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각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권리를 인정받게 되자 2008년 8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나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대응방식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여권 특히 청와대는 대화와 설득을 통한 사태의 정면 돌파를 회피하면서 시위세력에 질질 끌려 다녔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주요 개혁 아젠다를 이끌어갈 추동력을 상실하였다. 집권 여당 또한 정파를 중심으로 극심한 분열상을 보임으로써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의 공론화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2012년 5월, 다시 4년이 흘렀다. 관료들은 오늘 ‘안전하다’고 소리치지만 정권이 바뀌면 언제 ‘위험하다’고 말을 바꿀지 모르고 정치인들은 여전히 촛불의 악몽에 가위눌려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4년 전 한미 쇠고기 협상이 ‘그저 위생검역에 관한 기술협의’라며 한미 FTA와의 관련성을 애써 부인했던 사람들은 오늘도 검역중단이나 전수조사가 가져올 통상마찰의 폐해에 눈을 감는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면 호주산 쇠고기나 한우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나 우리나라가 재수 끝에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겨우 확보한 것이 미국보다 3년 뒤인 2010년이라는 사실은 입 밖에 내서도 안된다. 우리 농촌에서 구제역은 완전히 사라졌고 청정 한우는 광우병에 걸릴 수도 없고, 걸려서도 안된다.


촛불시위는 사라져도 광우병 트라우마는 여전히 우리 정치권을 맴돌고 있다.


허 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hury@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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