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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사유권 침해를 자제해야


서울 변두리를 지나다 보면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기 저기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현수막 내용은 대부분 보상을 노리는 것들이지만 그 중에는 사유권 침해를 항변하는 것들도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자유주의 시장경제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사유권이 침해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여 년이 지난 사건인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모산 자연공원’ 관련 소송 사건을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1966년 고성일씨는 대모산을 매입했다. 그 가운데 약 35%인 28만 평이 강남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강남구청이 1973년 그곳을 ‘대모산 자연공원’ 사업지구로 지정하여 공원용지로 편입하였다. 이후 자연학습장을 비롯하여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덕분에 서울 시민들은 ‘대모산 자연공원’을 공짜로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유지를 마치 국가 소유인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한 강남구청의 처사에 화가 난 고 씨가 한때 등산로를 폐쇄해 버렸고, 이를 계기로 강남구청은 고 씨의 땅 일부를 매입했다. 그 후 고 씨는 자신의 땅을 강남구청이 모두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 씨는 “국가가 일부 땅만 수용, 나머지 땅값이 떨어졌다”며 소송을 냈고, 결국 1억200여만 원 지급 승소판결까지 받아냈다.1) 국가가 사유권을 보장해 준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여러 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송파구 위례신도시 경우 서울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2008년 송파구 위례신도시를 계획했다. 그런데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복판에 있는 국방부 소유 남성대골프장(18홀)을 제외한 채 계획이 수립되었다. 서울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남성대골프장을 내놓을 것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국방부는 그 대가로 경매에 나온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뉴서울컨트리클럽(36홀 규모)으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뉴서울컨트리클럽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소유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민영화하기로 하고 경매에 붙여진 상태였다. 그런데 뉴서울컨트리클럽 경매는 두 차례나 유찰되었고, 이 결과 뉴서울컨트리클럽은 남성대골프장과 대체되어 국방부 소유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정부는 남성대 땅에다 보금자리주택을 짓기로 하고, 3월 중 분양예약을 받을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유권 침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살펴보자.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뉴서울컨트리클럽 매각을 추진했다. 정부는 당초 이 골프장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방침에 따라 1, 2차 매각공고를 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인수 희망기업이 떠오르지 않자 지난해 말 (주)뉴서울레저를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ㆍ발표했다. 뉴서울레저는 민간과 회원(1,992명)들이 뉴서울컨트리클럽 인수를 목적으로 세운 회사다. 정부는 뉴서울레저 측에 2010년 1월 22일까지 인수희망 가격 및 조건을 제출하도록 통보했다가 갑자기 그 날짜를 4일 앞당겨 18일까지 제출토록 했다. 이를 놓고 뉴서울컨트리클럽 매각대책특별위원회와 뉴서울레저 측은 정부가 뉴서울레저를 배제하기 위한 절차라고 반발했다. 여기에다 뉴서울컨트리클럽 회원들은 군의 골프장 마련을 위해 기존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2) 어쨌든 앞서 언급한 대로 뉴서울컨트리클럽은 국방부 소유로 넘어가게 되었다.


뉴서울컨트리클럽 회원권 실거래가는 약 2억5,900만 원선이라고 한다. 회원 1,992명을 감안하면, 회원권 총액은 약 5,160억 원에 이른다(정부가 추정하는 시가는 약 4,000억 원). 뉴서울컨트리클럽을 남성대골프장 대체 골프장으로 국방부에 주기로 하고 기존 회원의 회원권을 보장해 주려면, 정부는 5,160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가 매입 대신 입회금 반환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뉴서울컨트리클럽 회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입회금과 실거래가 차액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국가의 사유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가 나서서 이처럼 사유권을 침해해도 되는가?


대한민국은 분명히 자유주의 시장경제국가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대외적인 위상뿐만 아니라 대내적인 위상도 높이기 위해 자유주의 시장경제국가의 틀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유권 보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 을 제시하겠다.


우리나라에는 토지이용 상황을 나타내는 지목(地目)이라는 것이 전(田: 밭), 답(沓: 논), 대(垈: 대지), 과수원, 공장용지 등 23종이나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집, 상가, 학교 등을 짓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토지의 지목은 대(垈)인데, 이를 모두 합치더라도 그 합은 전 국토의 약 6%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녹지다. 그런데 녹지는 온갖 법과 규제로 묶여 있어, 토지 소유자들은 사유권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토지는 분명히 사유재산’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지를 ‘공공재’로 착각하여 ‘토지공개념’이라는 말이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고, 여기에다 한국은 토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사회주의국가와 다름없을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3) 서울시는 어디를 가나 도심ㆍ변두리 할 것 없이 규제에 묶인 사유지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들은 언제 사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시는 연장거리가 남북 간 30.3㎞, 동서 간 36.8㎞에 이른다. 이를 감안하여 서울시가 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5㎞, 10㎞, 15㎞, 20㎞로 나누어 사유지 매입 계획을 세워나갈 것을 제안한다. 반경 5㎞ 이내의 사유지는 서울시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서울시의 돈이 남아도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사유지 모두를 매입할 필요까지는 없고, 이를테면 공원녹지로 분류되어 개인의 사유권 행사가 사실상 막혀 버린 토지에 한정하여 우선적으로 매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 사정이 허락한다면, 매입 우선순위를 정해 규제에 묶여 있는 사유지를 점진적으로 매입할 필요가 있다. 10년 계획은 세우되, 언제 살 것인가는 서울시의 재정능력에 맞춰 결정하면 된다. 규제에 묶여 있는 반경 5~10㎞ 이내의 사유지는 20년, 반경 10~15㎞ 이내의 사유지는 30년, 반경 15~20㎞ 이내의 사유지는 40년 안에 매입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매입한 땅은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 곧 공원으로 만들면 ‘디자인 서울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후손에게 줄 수 있는 훌륭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결과도 사유권 존중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경제체제를 감안할 때, 이번 지자체장 선거를 통해 서울특별시장의 경우 '버스 공영제' 같은 사회주의 정책 도입을 주장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필자가 앞에서 제안한, 서울특별시의 단계적인 사유지 매입이 정책 이슈화되기를 바란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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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요시사, 1999. 6. 27.

2) 한국경제, 2010. 2. 24.

3) 김정호, 『땅은 사유재산이다』, 나남출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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